성매매는 돈 문제다. 성매매에 유입되는 여성은 도덕적으로 타락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시작한다. 업주는 여성에게 아무런 기술 없이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약속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업주는 일을 시작하려는 여성이 ‘선불금’이라는 빚을 지게 만든다. 업주는 온갖 명목으로 여성의 빚을 늘리고, 여성은 법정이자율을 크게 웃도는 부당한 이자를 성매매를 통해 갚아야 한다. 성매매를 하면 할수록 빚은 계속 늘어나지만, 매일 높은 이자를 갚기 위해선 성매매를 그만둘 수 없다.
성매매가 선택이라면, 여성에게 성매매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에서 강요된 선택이다. 우리 사회는 벼랑 끝에 선 여성에게 탈성매매를 요구하면서도, 여전히 성매매라는 선택지를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진 않을까. 성매매 여성이 탈성매매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우리 사회는 탈성매매를 위한 충분한 자원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업소를 나와서도 벗기 힘든 성매매의 족쇄
탈성매매를 결심한 성매매 여성은 사회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한국은 2004년 제정된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피해자보호법)’을 근거로 성매매 여성을 위한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성매매피해자 지원체계는 상담소·쉼터·자활지원센터·그룹홈의 단계적인 연계망으로 짜여있다. 업소에서 나와 지원을 받고자 하는 여성이 처음으로 접하는 시설은 성매매피해상담소다. 상담소에선 여성에게 상담·의료지원·법률지원 등을 제공하며, 다른 지원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해주기도 한다. 주거지원을 받고자 하는 여성은 일반·청소년·장애인 지원시설(쉼터) 입소가 가능하다. 빚 문제가 해결되는 등 탈성매매가 일정 수준 이뤄진 여성은 자립을 지원하는 자활지원센터를 이용하거나 쉼터에서 나와 자립지원 공동생활시설(그룹홈)에서 생활할 수 있다.

상담소에서 여성은 성매매 현장에서 당연시됐던 것들이 사실 당연하지 않음을 알아간다.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의 봄날 작가는 “폭력에 학습돼 있던 사람이 자신이 겪은 것들을 폭력으로 새롭게 인지하는 과정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상담을 통해 여성은 부당하게 책정된 빚, 강요된 꾸밈비용, 업주와 구매자의 폭력적인 대우 등 자신이 업소에서 경험한 것이 착취였음을 깨닫게 된다.
여성은 상담소의 법률지원을 통해 선불금을 무효로 인정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거나 업주를 성매매알선으로 고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첫 고비는 처벌의 위협이다. 대다수의 성매매 여성은 직접 고소장을 제출할 때조차 피해자가 아닌 범법자로 간주된다. 자발적으로 성판매한 여성은 처벌하고,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은 처벌하지 않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때문이다. 성매매처벌법에서 성매매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위계·위력 등으로 인한 강요 ▲마약 등에 중독 ▲중대한 장애 ▲인신매매 중 하나의 항목에 해당해야 한다. 현 사법체계는 성매매피해자의 조건에 해당하는 위계·위력의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쇠창살이 없었는데도 왜 탈출하지 못했냐’고 묻는 식이다. 여성인권센터 보다 이하영 소장은 “실제로 경찰조사를 받는 대부분의 성인 여성이 네 가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성매매행위자로 처벌받는다”고 말한다.
문제는 성매매피해자와 성매매행위자 간의 경계가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성매매 현장에서 강요와 자발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중앙대학교 이나영 교수(사회학과)는 성매매가 자발적 선택이라는 시각에 대해 “누군가에겐 백만 개의 선택지 중 하나인 것이 누군가에겐 단 하나의 선택지라면, 후자를 진정 자발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알선업자는 자신의 몸 이외에 별다른 자원을 갖지 못한 10~20대 빈곤 여성을 성매매 산업으로 쉽게 끌어들인다. 한번 성매매에 유입된 여성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과 성매매 전력을 알리겠다는 업주의 협박에 성매매를 그만둘 수 없게 된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부설상담소 김지영 소장은 “여성이 성매매로 경제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경제적·심리적 착취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며 물리적 감금만을 ‘피해’로 인정하는 사법체계를 비판했다.
성매매 여성이 넘어야 할 또 다른 고비는 성매매로 파생된 빚의 해결이다. 성매매처벌법은 선불금이 착취의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을 고려해 성매매와 관련한 채권을 일체 무효로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의 실효성에 대해선 많은 활동가들이 회의적이다.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 상담소 장은희 소장은 “업주가 직접 주던 선불금이 법망을 피해 금융권의 대출과 사채 등 다양한 형태로 변했다”고 설명한다. 여성이 진 빚과 성매매의 연결고리가 교묘하게 감춰지면서 여성의 빚이 선불금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성매매 여성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와 신용회복위원회는 2005년부터 ‘성매매피해자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채에 대한 상환유예·분할상환·이자면제가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프로그램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지영 소장은 “성매매 여성들은 사채 빚을 많이 지는데 막상 신용회복 대상에 사채 빚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여성들의 채무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프로그램의 목적이 잘못 설정됐다는 지적도 있다. 선불금은 이미 성매매처벌법에 따라 무효인데, 해당 프로그램은 여성이 선불금을 갚을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공간, 자활지원센터
성매매 여성이 상담소와 쉼터에서 긴급한 의료·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각종 소송을 통해 어렵게 부채를 청산하고 나면, 완전히 새로운 삶을 설계해야 하는 백지 상태에 놓이게 된다. 김지영 소장은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했던 여성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며 “여성이 업소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재유입을 고민하게 된다”고 말한다. 성매매 여성 대부분이 어린 나이에 성매매에 유입돼 학업 중단을 겪거나 성매매 이외의 일 경험이 없는 등 다른 일을 구할 수 있는 자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자활지원센터에서는 일자리제공사업을 운영해 탈성매매 여성의 자립을 돕는다. 성매매 여성은 센터 내부의 공동작업장에서 일하거나 외부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장은희 소장은 “여성들이 직업훈련을 통해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것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봄으로써 성매매가 아닌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직업훈련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성매매 현장과는 다른 방식의 소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탈성매매 여성의 진정한 자활을 위해선 경제적 자립과 더불어 내면의 힘을 기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활동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봄날 작가는 “탈성매매 이후 여성은 트라우마와 열등감, 무력감 등 복합적인 정서적 어려움을 느낀다”며 “자립하는 과정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상처를 돌아보고 재해석하기까지 오랜 성찰과 수용을 거쳐야 한다 는 뜻이다. 자활지원센터 넝쿨이 소속된 사회복지법인 윙 최정은 대표는 “자활은 직업훈련이나 자격증 취득만이 전부가 아닌, 총체적으로 삶을 가꾸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마음과 몸을 회복하며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곧 자활이라는 의미다.
자활지원센터에선 성매매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재인식하고 내면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복지법인 윙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인문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코스를 만든 얼 쇼리스에게 영감을 받은 최정은 대표가 만든 모임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몸의 회복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센터에 들어오는 여성들은 종종 트라우마로 인한 극심한 무기력을 보인다. 최정은 대표는 “전에는 센터 내 여성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우울증 치료약을 먹거나 정신과에 갔다”며 “그동안 방치해온 몸을 다시 돌아보게 되면서 매주 등산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행 자활지원제도에 문제점은 없을까. 자활지원센터의 이용 기간은 기본 1년이며, 심사를 통해 최대 2년 연장이 가능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성매매 여성에게 제한된 이용 기간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봄날 작가는 “누구는 1년이면 자활이 되지만 누구는 10년이 돼도 어렵다”며 여성마다 자활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이제 간신히 내 삶을 되돌아보고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었는데 자활지원센터 이용 기간이 끝나서 (센터에) 못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성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활지원센터의 지원활동이 양적 성과로만 평가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동작업장의 월 매출이나 취업 인원 등의 지표로만 시설평가가 이뤄지다보니 현장의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 최정은 대표는 “국고 지원을 받기에 몇 명이 어떤 식으로 취업했는지, 어떤 자격증을 땄는지 투명하게 보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눈에 보이는 숫자만으로는 여성의 자활 성공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고 토로 했다.
탈성매매는 여성만의 몫이 아니다
성매매 여성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서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거친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여성 개인의 노력만으로 맞서기 어렵다. 한 예로 2018년 대구의 한 구의원이 대구시에서 제정한 성매매피해자 자활 지원조례를 두고 ‘혈세 낭비’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자활지원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에 대해 장은희 소장은 “여성을 향한 사회적 낙인은 성매매 문제의 본질을 흐림으로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막는다”고 비판했다.
탈성매매 여성의 자활 지원은 그동안 성매매를 묵인해온 국가의 책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가 성매매를 암묵적으로 용인해온 사실은 지역별로 존재하는 성매매 집결지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수십 개의 불법 성매매업소들이 모여 있는 집결지 대부분에는 입구에 시장 또는 지자체의 이름으로 ‘청소년 통행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100년여 간 운영돼 온 창원의 한 집결지의 경우엔 바로 앞에 경찰서가 있을 뿐 아 니라, 일부 업소는 국유지를 임대해 운영되고 있다. 수원여성의전화 부설자활지원센터 모모이 정선영 센터장은 “정부는 그동안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정책적으로 근절하지 않았다”며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 지원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여성의 기본적인 사회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법기관 역시 성매매알선자와 성구매자에 대해 관대한 처벌을 내림으로써 성매매를 공공연한 문화로 인정해왔다. 2020년 다시함께상담센터의 ‘불기소 이유를 기소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알선 전과가 수차례 있는데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은 피고인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나영 교수는 “업소 운영으로 버는 하루 수익금에 비하면 벌금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업주는 반복된 처벌에도 불구하고 업소를 계속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성매매 여성과 달리 성매매알선자와 성구매자에게는 온정적이다.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이를 뒤바꿔 성매매알선자와 성구매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성판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스웨덴은 1999년부터 알선자와 구매자만을 처벌하는 이른바 수요차단모델을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이 성구매자와 성판매자를 동등하게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성매매를 자발적인 거래가 아닌 성착취 구조에 기반한 폭력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나영 교수는 “수요차단 모델은 국가가 성매매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모든 성매매 여성을 폭력의 피해자로서 보호할 것을 천명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선 성매매 여성을 처벌해 공급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나영 교수는 “스웨덴 등 수요차단모델을 도입한 국가에서 성매매 산업 축소의 효과가 가장 컸다는 사실이 EU 권고안을 통해 여러 차례 제시됐다”고 반박했다.
성매매 산업은 자유로운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 아니라 혼자만의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이다. 성매매 여성의 탈성매매를 위해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반면 한국 사회에선 접대 문화와 성매매 여성을 향한 낙인이 여전하다. 이하영 소장은 “주로 여성 개인의 탈성매매만 거론되지만 궁극적으로 탈성매매해야 하는 건 성매매를 가능하게 만드는 한국 사회”라고 말한다. 성매매를 용인하고 조장하는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상, 한 여성이 탈성매매한 자리는 또 다른 여성의 유입으로 대체된다. 벼랑 끝에 내몰려도 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