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의 목소리는 쉽게 지워져왔다. 그러나 ‘우리의 존재가 실천이다’라고 외치며 성매매경험당사자(경험당사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도 희생되지 않고 착취당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뭉치)’에서 활동하는 세 사람을 만났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를 소개해주세요.
혜진(가명) 뭉치는 2006년 경험당사자의 갑갑함을 풀어보고자 시작한 자조모임에서 출발했어요. 자조모임은 전북과 대구, 인천 등 전국 아홉 지역에 퍼져있고, 현재는 50명 정도가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무한발설’이라는 집담회나 토크콘서트를 열어 목소리를 드러내기도 해요. 지난해에는 ‘성매매경험당사자활동가 국제 웹포럼’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지영(가명) 영상을 제작하거나 카드뉴스를 만들어 SNS에 배포하기도 해요.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하는 반성매매 활동이죠.

뭉치에게 경험당사자 간의 연대는 어떤 의미인가요?
지영 지인과 대화하다 보면 내가 피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뭉치에서 당사자들과 이야기할 때는 따로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죠. 뭉치는 당사자를 보살피고 이끌어주는 ‘비빌 언덕’인 것 같아요. 뭉치 활동가들의 연령대는 20대에서 50대까지 천차만별인데,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의 경험이 맞닿아있다고 느껴요. ‘아’를 말하면 ‘어’까지도 이야기할 수 있달까요.(웃음)
혜진 갖가지 성매매업소가 존재하는 만큼 성매매 경험도 각양각색이다 보니 제 경험이 개인 차원의 문제로만 여겨진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하지만 뭉치에서는 성매매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당사자들이 모여 연대하는 거죠. 사실 처음 자조모임을 시작할 땐 ‘누가 알아보면 어쩌지’하고 걱정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조모임은 이미 안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전하기 위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사자 간의 연대는 성매매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동력 아닐까요.
집담회 ‘무한발설’과 토크콘서트를 통해 뭉치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지영 성매매와 성매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커요. ‘성매매여성은 아무런 말도 못 할 거야’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성적으로 문란하고 사치스럽다거나, 날씬하고 긴 머리일 것 같다는 성애화된 이미지에 대해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다양하다’고 외치고 싶었고요. 그동안 성매수자나 성매매 알선자의 입으로 성매매 현장이 묘사됐다면, 이제는 우리가 직접 재해석한 것을 세상에 말하고자 해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적극적으로 펼치는 중이에요. 현행법에선 자발과 강요를 여전히 구분하고 있어요. 어떤 여성은 지원을 받지만 어떤 여성은 처벌받죠. 그렇지만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든 강요에 의해 하든, 실제 현장에서는 폭력이 이뤄지고 누구나 피해를 입어요.
은정(가명) 성매매가 여성의 문제만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걸 이야기하려고 해요. 당사자가 숨을 이유는 전혀 없잖아요. 당사자가 숨지 않을 수 있으려면 성매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와 언론이 성매매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영 성매매 여성이 미디어에 등장하면 대부분 죽어요. 조연으로 살해당하면서 존재가 지워지거나, 남성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로 도구화되곤 하죠. 성매매 여성의 존재는 소모적으로 소비되고 있어요.
혜진 성매매 여성 1억 통장 인증글이 논란이 된 적이 있어요. ‘성매매로 쉽게 돈 벌면서 단속에 걸리면 자신은 사회적 약자라 주장한다’는 등의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렸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돈을 벌지 못하게 하는 업소 안의 온갖 벌금과 이자가 떠올랐어요. 여성이 1억을 버는 동안 업주는 10억을 벌었겠구나, 업주가 여러 여성을 데리고 있었을 테니 10억보다 더 큰 돈을 벌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정작 글에서는 업주와 성매수자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었지만요.
지영 요즘엔 성매매 여성이 명품을 사려고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시작한다는 인식도 많아요. 성매매 여성이 명품 옷을 입고 외제차를 타는 이유는 고급룸살롱에 다니는 성매수자의 급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에요. 성매수자는 기본적으로 ‘내가 돈을 많이 쓰니까 어느 정도의 여성인지 확인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의 옷 상표를 뒤집어서 명품인지 가품인지를 확인하는 경우도 많아요.
혜진 명품으로 치장하고 비싼 홀복을 사는 건 업소의 문화라 따르지 않으면 방에 들어갈 수 없어요. 명품을 사려고 성매매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벌고 빚을 갚기 위해 명품을 사야하는 거죠.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돈을 많이 번다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성매매의 본질을 바라보지 못해요.
성매매경험당사자로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편견은 무엇인가요?
은정 피해자다움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학력자여야 하고, 엄청난 정신적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어야 하고… 예컨대 방에 숨어 술만 마셔야 한다든지요. 토크콘서트에서 분위기를 풀 겸 성매매 현장에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 콘서트에 오신 분들이 잘 웃지 못하세요. 웃는 걸 미안하게 생각하고, 감동을 느껴야 한다고 억지로 생각하시기도 하고요.
혜진 성매매 여성에게만 비난의 초점이 맞춰져요. 여성이 빚을 지고 돈을 번 건 모두 비난받는데, 남성들 사이의 공고한 성매매 문화는 전혀 거론되지 않아요. 군대 가기 전에 성매매업소에 보내주고, 회식 자리에서 업소를 같이 가는 것 등이요.
지영 성매매 여성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항상 성매매 여성인 것 같아요. 탈성매매를 해도 마찬가지예요. 무한발설 집담회에서 한 경험당사자가 결혼했다고 말했는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엄청났어요. ‘똑같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라’, ‘아이는 엄마가 성매매한 것을 아냐’는 내용이었죠. 성매매 여성은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성매매 여성으로만 존재해야 한다는 편견을 그대로 보여주는 반응이었어요.
혜진 성매매 여성 개인이 아니라 성매수자와 업주에게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저희가 지금 반성매매 활동을 하는 것이기도 해요.
불법인데도 성매매산업이 버젓이 굴러가는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영 성매매엔 수요가 있고, 그 수요가 업주들에겐 돈이 되니까요. ‘ㅂ’ 같은 성매매알선사이트는 성매매 후기를 작성한 회원에게 무료쿠폰을 지급하고 대규모로 광고를 해서 거대한 성매매알선 플랫폼이 됐어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성매수자와 업주의 필요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들이 생겨나는 거죠. 성매매알선 플랫폼의 성장을 보면 성매매 산업이 불법임에도 꾸준히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성매매 산업 규모가 약 12조에 달한다는데, 이건 사실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여성을 착취하는 업주와 플랫폼이 번 돈이에요.
혜진 성매매가 남성 간의 공공연한 문화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성매매 단속에 걸려 경찰서에 가면 성매수한 남성은 ‘재수 없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요. 남성이 성을 구매하는 것은 별거 아닌 일로 치부되잖아요. 이런 문화가 한국의 성매매 산업을 키웠다고 생각해요.
지영 성매매를 흔히 성적 욕구를 풀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마음대로 폭력과 권력을 행사할 상대를 찾는 거예요. 아내나 애인에게 할 수 없는 짓을 대신 받아달라는 거죠. 성매매 산업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뭉치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착취나 폭력의 방식은 늘 같았어요. 착취만큼 돈이 벌리는 게 없으니 성매매 산업이 계속 굴러가는 거예요.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인정하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성노동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영 제가 경험한 게 노동이었다면 일을 그만둘지 선택할 수 있어야 했어요. 그런데 선택의 권한은 제게 없었어요. 노동이 아니라 착취인 거죠. 더군다나 어떤 직장에서 벌금을 부과하고 노동자를 때리나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이게 서비스노동이라면 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성매매업소에서 보호 같은 건 불가능해요. 성매매가 성노동으로 인정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절대 아니에요. 지금도 성매수자가 도중에 가버리면 돈을 받지 못하고, 업주들은 그 돈을 여성의 빚에 올려 버려요. 여성은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매수자가 폭력을 행사해도 대처할 수 없어요. 애초에 성매매와 성노동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인 거에요.
혜진 돈을 받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당해도 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해요. 만약 성매매가 성노동으로 인정된다고 할 때, 여러 규제를 만든다고 한들 규제가 잘 적용될 수 있을까요. 성매수자는 권력을 행사하러 업소에 가는데, 그런 것들을 못하게 막는 규제가 적용된다면 더이상 업소에 가지 않겠죠. 성노동론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유예요.
은정 서비스노동의 경우 아무리 힘든 손님을 만나더라도 퇴근하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잖아요. 그런데 성매매의 경우는 달라요. 성매매 여성은 일상이 성매매를 중심으로 짜이거든요. 성매매에 제 인생이 먹히게 되는거죠. 남들이 잠자는 시간에 일하고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잠을 자면서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패턴의 삶을 살게 돼요. 내가 하는 일을 숨기면서 거짓말에 익숙해지고요. 정상적인 노동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죠.
지영 성매매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인신매매가 과거에만 벌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신매매의 본질이 ‘속이는’ 거라면 지금도 인신매매가 지속되고 있는 거죠. 성매매를 경험하기 전엔 잘 모르기 때문에 다들 속아 넘어가서 성매매를 시작하게 돼요.
혜진 특히 가출 청소년을 속이는 경우가 많아요.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출 청소년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설령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더라도 사장이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앉아만 있으면 돈 벌 수 있다’는 성매매 산업의 거짓말이 아이들을 손쉽게 유혹하는 거죠.
은정 ‘인신매매는 옛말’이라는 말은 잘못됐어요. 시대마다 유행하는 성매매업소가 달라져도 여성에 대한 착취는 유지되듯, 인신매매도 방식이 그루밍(grooming)으로 달라졌을 뿐 본질은 같아요. 처음엔 다정하게 대해주면서 친밀감을 쌓은 후 여성이 성매매를 시작하게 만드는 거죠. 인신매매로 시작되는 성매매가 노동이 될 수 없는 건 명확해요.
지영 또 어떤 사람들은 성매매 여성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성매매밖에 없다고 얘기하는데, 전 그 주장이 웃긴다고 생각해요. 성매매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성매매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경험당사자이자 활동가로서 탈성매매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은정 당장 업소를 그만둔다고 해서 완벽히 탈성매매했다고 말할 순 없는 것 같아요. 탈성매매는 인생 전반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성매매업소에 있으면 이름이나 나이 등 나 자신과 내가 살아온 환경에 대해 전부 거짓을 말해야 해요. 그러다가 업소에서 나오면 성매매로 채워진 시간이 다른 사람의 시간과 다르다는 걸 많이 느껴요. 다른 사람들은 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저는 이룬 게 아무것도 없는 거죠.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나를 이야기하고 내 모습을 잃지 않는 것, 그 모든 과정이 탈성매매라고 생각해요.
지영 업소를 그만뒀다가도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있어요. 성매매가 좋아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사회에 나왔을 때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돌아가는 거예요. 성매매 현장의 규칙에 익숙하던 사람이 그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어요. 경제적으로 불안정할 뿐더러 다른 사람들이 가진 학력이나 인간관계가 없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업소를 찾게 돼요. 폭력과 착취에 이미 익숙해져서 업소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많아요. 다시 폭력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거죠. 이런 걸 보면 탈성매매는 새로운 인간관계나 안정된 직업처럼 자립의 기반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자, 그만큼 오랜 시간이 드는 과업인 것 같아요.
뭉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혜진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당사자끼리 연대하고 목소리를 드러냈다면, 앞으로는 전 세계의 경험당사자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유럽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활동하는 경험당사자들과 네트워크를 꾸려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꼭 책을 내고 싶어요. 책을 통해 지금까지 배제돼온 경험당사자의 목소리가 사회에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해요. 누구도 희생되거나 착취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