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동시에 성매매는 어디에서나 이뤄진다. 누구도 성을 구매할 수 없지만, 원한다면 누구든 성을 살 수 있다. 성매수자의 요구에 따라 진화하고 대형화한 성매매 업소들은 오늘날의 공고한 성매매 산업을 만들었다.
성매매가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드러내기 위해 성매매 산업을 다르게 명명하기로 한 반성매매 활동가들이 있다. “성산업이 아니라 산업화된 성착취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다시함께 상담센터 감시사업팀 이은정 팀장은 “성착취 카르텔을 ‘산업’이라는 긍정적인 용어로 표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성착취 카르텔의 정체를 파헤친다.
이렇게나 뿌리 깊은 성매매
성매매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유리방, 기지촌 등의 전통형 성매매가 첫 번째다. 업소 내에서 곧바로 성매매가 이뤄져 전업형 성매매라고도 부른다. 두 번째는 겸업형 성매매다.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안마업소, 노래방 등 다른 업종과 성매매가 결합한 방식이다. ‘2차’라는 이름으로 성매매가 업소 밖에서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마지막은 조건만남 등 온라인 성매매다. 전통형에서 겸업형, 겸업형에서 온라인으로 성매매는 기형적으로 진화했다. 지역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외부의 눈에 덜 띄는 형태로 꾸준히 바뀌어온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성매매알선은 온라인상에서 대거 이뤄지기 시작했다. 성매매피해자보호법에 근거해 2019년 실시된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15개 웹사이트에서 최대 2,276개 업소 광고와 27만 6,818건의 후기 글이 발견됐다. 후기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는 이유는 포인트 획득에 있다. 누적된 포인트는 음란물 무료 시청이나 도박 참여, 업소 무료 이용 등 각종 불법 행위에 쓰인다.
웹사이트에서는 후기 말고도 각종 정보가 공유된다. 2019 성매매 실태조사는 웹사이트에서 ‘성매매 업소 창업과 제휴 컨설팅, 구인과 구직, 선불폰과 다른 명의 통장, 업소 비품, 성매매 단속 대비 법률과 판례 등’이 제공된다고 밝혔다. 각종 정보가 한데 모여있어 성매매알선 포털사이트라고 불린다. 이를 두고 ‘사이버 집결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소 소개와 광고, 이용 후기, 성매수자 모두 한곳에 집결해 있어서다. 문제는 단속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는 사이트가 많아 사이트 운영자·관리자를 특정해 고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매매알선 포털사이트에서 성매수 남성을 확보한다면, 성매매 구인광고사이트에서는 성판매 여성을 모집한다. 성매매처벌법에 따라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고용·모집하는 행위(제4조)’는 금지돼 있지만, 유흥업소는 식품위생법 시행령의 ‘유흥접객원’ 조항을 근거로 여성들을 고용한다. 동 시행령 제22조에서는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흥을 돋우는 부녀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은정 팀장은 “여성을 유흥종사자로 고용하는 게 합법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성매매는 유흥주점이든 단란주점이든 어떤 곳에서도 가능하다”며 허점을 지적했다. 구인광고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업소 실장들은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이 팀장은 “일 구하는 여성으로 가장해 연락하면 ‘파주에 있는 집결지’라고 답이 오는 등 성매매 업소라는 걸 대놓고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성매매알선으로 고발할 수 있는 행위지만, 광고 업소명과 실제 업소명이 달라 단속이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끊이지 않는 성매매알선으로 인해 많은 여성이 성매매 시장에 유입된다. 업소의 가장 강력한 구인 수단은 단연 돈이다. 구인광고는 여성들에게 ‘넘쳐나는 일’과 높은 수입을 약속한다. 당장 돈이 필요한 여성에게 성매매는 얼마 없는 선택지 중 하나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부설 살림상담소 김지영 소장은 “집에 생활비를 보내주기 위해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있다”며 “왜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지 고민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여성들을 빚더미에 앉히는가
‘돈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업소의 문을 두드린 여성은 정반대의 현실에 처한다. 여성인권센터 보다 이하영 소장은 어떻게든 성매매 여성들이 돈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성매수자보다 성판매자가 훨씬 적다. 성매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려면 업주는 여성을 어떻게든 끌어들이고 나가지 못하게 묶어둬야 한다. 그 수단이 바로 돈이다. 높은 수입을 약속하며 여성을 유인하고 나면 여성이 돈을 쓰게 만들고 빚을 지게 만든다. 여성이 사치를 부리거나 돈 관리를 못 해서 빚을 지는 게 아니다. 돈이 없어야 여성들이 일을 계속하니까, 빚이 있어야 여기를 못 떠나니까 여성이 돈을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버는 돈은 어디로 빠져나갈까. 고정 지출 비용이 상당하다.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성은 매일 출근 준비에 적지 않은 돈을 써야 한다. 무조건 택시를 타고 출퇴근해야 하고, 지정된 미용실에 다녀야 하는 식이다. 명품 옷을 빌리거나 사서 입지 않으면 업주가 룸에 들여 보내주지 않기도 한다.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미용 이모’에게 머리 손질을 받고, 필요한 옷이나 화장품은 정해진 곳에서 일반가보다 3~4배 비싸게 사야 한다. 집결지의 경우 여성에게 방을 주고 그 방에서 성구매자를 받게 하는데, 방을 꾸미는 데 드는 수백만 원은 모두 여성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김지영 소장은 “성구매자가 쓰는 양말이나 음료수 등도 전부 여성이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독하게’ 돈을 모아도 업주는 모은 돈을 또 쓰게 만든다. 이하영 소장은 “업주들이 여성을 데리고 다니면서 쇼핑하게 하거나 성형을 시키고, 헬스클럽 이용권을 끊게 만든다. 약이나 도박도 권유한다”고 말했다. 집결지에서는 여성들을 관리하는 마담이 계를 들자거나 손님을 많이 받기 위해 굿을 치르자고 강요하기도 한다. 필요한 비용은 고스란히 여성의 빚이 된다. 여성들이 대출을 구하는 이유다. 생활비를 구하는 여성들 주위에는 늘 사채업자가 있다. 업주나 실장이 여성에게 사채업자를 직접 소개해주기도 한다. “빚이 있어야 여성이 업소에서 일하기 때문에 업주는 여성이 대출받는 걸 선호한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구인광고 사이트에 올라온 한 ‘업소 여성 전문 대출’ 광고 내용을 자세히 보자. ‘업소 여성이라면 100% 당일 가능’,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 ‘제일 중요한 대출금액은 100만원~3000만원’, ‘담보 無, 보증인 無’가 빨간 글씨로 강조돼있다. 만 19세 이상 업소 여성이라면 담보나 보증인 없이 최대 3천만 원까지 돈을 빌려준다는 말이다. 굳이 업소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아니더라도 ‘업소 여성 우대’ 상품은 쉽게 찾을 수 있다. B대부중개사이트에 ‘업소’라고 검색한 결과 164개 업체가 나왔다. 다시함께 상담센터 오승윤 상담팀장은 “여성이 업소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채업자들은 부르는 대로 돈을 빌려준다”며 “무엇을 믿고 몇천만 원씩 빌려주겠나. 왜 돈을 주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돈을 빌려주는 데엔 상대가 돈을 제때 갚을 것이라는 신뢰가 필수다. 보통은 담보나 보증인으로 신뢰를 확인한다. 그렇다면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지 않는 대출은 어떻게 가능할까. 유흥업 종사자라는 직종 자체가 일종의 담보로 작용한다는 게 활동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채업자는 여성이 업소에서 일하는 한 높은 액수의 돈을 벌 것이라고 계산한다. 돈이 필요한 성매매 여성은 언제든지 사채를 여럿 끌어쓸 수 있지만, 그만큼 빚은 어마어마하게 불어난다. 이하영 소장은 “여성들이 업소를 나가려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대출은 엄청난 빚이 돼 발목을 잡는다”고 말했다.
선불금이 사채의 가면을 쓰면
과거에는 선불금이라고 불리는 빚이 여성의 발목을 잡았다. 선불금을 갚으라며 여성을 꼼짝없이 업소에 묶어두는 포주의 악질적인 이미지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2004년 성매매처벌법이 제정됨에 따라 성매매를 전제로 하는 채권은 전부 불법이 됐다. ‘성을 파는 행위를 하였거나 할 사람에게 가지는 채권은 그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로 한다’는 성매매처벌법 제10조 1항이 그 근거다.
선불금이 종잇장이 되자 업주는 선불금을 선불금이 아닌 것처럼 포장하고 나섰다. 업주가 직접 여성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고 사채업자를 내세워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만약 선불금이 적발되더라도 업주는 ‘여성이 개인적으로 진 빚’이라고, 사채업자는 ‘업소 여성인지 몰랐다’고 둘러대면 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주의 눈속임에 대해 다시함께 상담센터의 2019년 상담통계분석 연구보고서는 ‘현행법이 변화하는 성산업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상담원은 ‘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되어가니 업주들도 법을 피하는 방법을 다 안다’며 ‘더는 선불금 무효라는 말로 (성매매 피해) 상담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선불금 지급 방식은 더욱 교묘해졌다. 성형비용 지원이 대표적이다. 2017년 7월 언론을 통해 박 씨 등 대부업자들이 업소 여성들에게 연이자 34.9%의 고리로 성형비용을 대출해주고, 특정 성형외과에 여성들을 알선해 30%가량의 수수료를 챙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언론은 대부업자와 성형외과의 ‘검은 고리’에 주목했지만, 그 중심에는 유흥업소가 있었다는 게 이하영 소장의 설명이다. 이 소장은 “모 유흥주점에서 일하려면 전신 성형을 받아야 했는데,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여성 혼자 댈 수 없으니 업소에서 특정 대부업체를 소개해준 것”이라며 “대부업체를 성매매 알선죄로 고소했으나 대부업법 위반 등의 혐의만 최종 인정됐다”고 전했다. 여성이 성형 비용 명목으로 대부업자에게 받은 돈이 실질적으론 선불금이었다는 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성매매 여성의 빚은 부동산과도 연결돼 있다. 유흥업소, 특히 강남 부근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원룸 보증금을 대주고 빚으로 올리는 식이다. ‘방 일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자도 있다. 일수는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을 매일 나눠 갚는 것으로, 제1·2금융권에 비해 이자율이 매우 높다. 방 보증금 전문회사라고 소개하는 P사이트는 ‘최저 500만원부터 최대 1억원까지 유흥업 종사자라면 보증금의 10% 첫달 월세만 준비하면 누구나 대출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일수업자는 보증금을 들먹이며 여성들을 붙들어 맨다. 오승윤 상담팀장은 “업소 일이 힘들어 여성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 해도 보증금을 갚기 전엔 못 나가게 막는다”고 지적했다.
선불금이 사채로 지급되는 까닭에 여성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하영 소장은 “과거 선불금은 이자가 세지 않았다. 그에 비해 일수나 사채는 이자가 너무 높아 여성들이 돈을 갚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업소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채는 대부분 연이자가 법정 상한선인 24%를 한참 웃돈다. 이 소장은 연이자가 1,00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높은 이자율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여성의 사채 빚이 대여금소송의 빌미가 된다는 점이다. 대여금소송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민사소송이다. 여성이 빌린 사채엔 선불금이라는 불법 딱지가 붙어있지 않아 법원에서는 개인 간에 오간 채권으로 판단하는데, 일부 채권자들은 이 점을 노리고 소멸시효(10년) 직전에 여성에게 대여금소송을 걸기도 한다. 오승윤 상담팀장은 “어떤 채권자는 ‘차용증북’까지 만들어 차용증을 쓴지 10년이 다 돼가는 여성을 골라 대여금소송을 건다”며 “채권자들은 여성에게 업소로 돌아와 빚을 갚으라고 협박하거나 다른 사채업자를 연결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 성착취 카르텔의 공모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연루되면 여성의 빚과 성매매의 관련성을 입증하기 한층 어려워진다. 업주나 업소 전문 사채업자인 전주는 여성을 데리고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하기도 한다. 김지영 소장은 선불금을 갚기 위해 멤버(업소의 중간관리자)가 알려준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여성의 사례를 전했다. “저축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해당 채권은 선불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저축은행은 선불금인지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정말로 선불금인 줄 몰랐을까. 김 소장은 “저축은행은 ‘잘 나가는’ 업소의 관계자들을 이미 알고 있다”며 “(저축은행은) 여성의 몸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의 몸, 곧 여성의 성판매가 금융상품의 담보가 된다는 지적은 성매매 산업을 금융의 관점으로 분석한 책 『레이디 크레딧』에도 나온다. 저자인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김주희 연구교수는 ‘마이킹(선불금) 대출’을 예시로 들며 ‘여성 몸의 담보증권화’를 설명한다. 마이킹 대출은 유흥업소 특화대출로, 강남의 유흥업소 업주가 여성의 선불금 서류를 저축은행에 담보로 내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저축은행은 업소 여성이 성매매를 통해 선불금을 충분히 갚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업주에게 돈을 빌려준다. 마이킹 대출을 개발했던 저축은행의 전무 유모 씨는 수사기관에 ‘(마이킹 대출의 핵심은) 마이킹을 받는 여종업원들의 몸뚱아리를 담보로 하여 대출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해당 진술은 2012년에 진행된 재판의 판결문에 기재됐다.

당시 재판의 피고인은 선불금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후 브로커를 통해 대출을 받아 유흥주점을 인수·운영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김주희 연구교수는 『레이디 크레딧』에서 ‘강남에 유흥업소를 창업하고자 하는 업주들을 위한 상품’이라며 ‘성매매 업소의 시작과 경영은 이제 시중 은행과도 밀접하게 결합돼있다’고 지적한다. 성매매 시장에서 통용되는 불법 채권이 ‘합법 경제’로 포섭된다는 의미다. 김 연구교수는 ‘성매매경제와 시장경제가 착종, 공모, 절합 혹은 통합돼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은정 활동가의 다짐을 다시 소환해보자. “성산업이 아니라 산업화된 성착취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성매매 ‘산업’은 여성의 몸을 담보로 함으로써, 여성의 성을 착취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낸다. 그 이익은 업주와 마담 등 업소 관리자, 미용실 등 업소 주변의 상권, 부동산 임대업자, 사채업자, 브로커, 저축은행이 고스란히 나눠 가진다. 업주와 브로커를 거쳐 은행으로 이어지는 빚의 고리, 그 말단에 여성의 차용증이 있다. 성매매를 통해 정말로 ‘쉽게 돈을 버는’ 이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