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낯선 이웃들을 위한 학교

북한이탈주민 대안교육의 현실을 말하다
▲남북사랑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사랑학교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은 90년대 초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북한의 식량사정 악화와 경제난 이후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9년 9월까지 남한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은 33,247명으로, 이 중 2,531명은 현재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공민학교, 방송통신중·고교 등 기타 공교육 기관(정규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들이 탈북 학생의 전부는 아니다. 사단법인 남북사랑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764명의 학생이 탈북민을 대상으로 설립된 대안교육시설에서 공부하고 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정규 교육 시설 대신 대안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북사랑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사랑학교

학생들이 대안학교로 간 이유

   탈북 청소년은 북한이나 중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남한의 정규 교과 과정을 소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북한은 유아교육부터 중등교육까지 12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통일부 산하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발표한 ‘2018 탈북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거주할 당시 취학연령이던 탈북청소년 중 약 35.1%는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 북한을 벗어나 중국, 태국 등 제3국에 체류하던 중 학교에 다닌 경험이 있는 탈북 청소년의 비율은 11.3%에 불과했다.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으로 넘어와 정규 교육에 편입되기 어려운 이유다.


  북한에서 학교를 졸업했더라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북한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남한에 들어온 탈북민은 통일부로부터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대학의 교육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학력을 인정받고도 대안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 심양섭 교장은 북한에서 학교를 마치고 고졸 학력을 인정받은 학생이라도 “수학 실력은 중학교 1학년 수준, 영어 실력은 알파벳만 겨우 아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탈북민 가운데 ‘제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 자녀(제3국 출생자)’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제3국 출생자란 중국에 숨어 지내던 탈북민 여성과 중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말하는데, 대부분 탈북 여성들이 매매혼을 통해중국인과 강제 혼인을 맺으면서 태어난 경우다. 이들은 이후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중국어를 제1언어로 하는 이들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학교의 교육과정에 편입되기 어려워 대안학교에서 교과 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함께 받는다.


  학업능력과 관계없이, 정규학교에서 차별을 경험한 탈북청소년들이 대안학교를 찾는 경우도 많다. 일반 중학교 재학 중에 남북사랑학교로 전학한 박정민(17, 가명) 씨는 “아이들은 착했지만 초등학교 때 장난으로 ‘빨갱이’라고 놀림 받은 경험이 있고, 일반 초등학교에서 이어졌던 선생님들의 무시를 견디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탈북 학생들로만 구성된 대안학교에선 이런 따돌림과 차별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학생이 정규학교 대신 대안학교를 선택한다.


  여러 이유로 대안학교에 입학하는 탈북 학생들의 나이대는 10대에서 30대까지 다양하다. 김도영(21, 가명) 씨는 현재 남북사랑학교에서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 탈북민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 씨는 ‘제3국 출생자’로 분류된다. 김 씨는 3년 전 처음 남한에 들어와 한국어를 배우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김 씨는 “처음에는 정규학교에 다닐 생각을 했지만, 3년이라는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게 부담스러워 (대안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대안학교의 성과 그리고 과제 

교육부에서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의 경우 졸업을 통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력을 취득하려면 검정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이에 많은 대안학교가 초졸·중졸·고졸 과정으로 구분된 검정고시 준비과정을 운영한다. 미인가 대안학교인 남북사랑학교는 서울 구로구에서 약 4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준비 교육 및 예체능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검정고시로 학력을 인정받은 후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직한다.


  검정고시 취득을 위해 필요한 성취 수준은 정규 교육과정에 비해 낮은 편이라 대안학교들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다음학교의 김찬양 행정교사는 “다음학교는 교육과정이 대학 진학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학 진학 후 학업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검정고시 준비 외에도 다양한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학교의 경우 영어 원어민 교사를 초빙하는 등 영어 교육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어 국제학교연합(AI)의 국제학교 인증을 받기도 했다. 관악구에 위치한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 역시 같은 이유로 검정고시 시험 과목만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에서 가르치는 교과목들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월 9일 우리들학교 학생들이 경복궁에서 열린 ‘세종학당 집현전 한국어 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들학교

  대안학교에서는 제3국 출생자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기도 한다. 우리들학교는 올해 제3국 출생자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부속 한국어교육원을 신설했으며, 남북사랑학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준비반을, 다음학교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KSL)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도 언어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한국어 교육을 위해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학업 능력 향상을 넘어 탈북 학생들과 제3국 출생자 학생들의 건강한 정체성 형성을 돕는 것이 대안학교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다음학교는 2017년부터 남한 청소년들의 입학을 허용해 통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찬양 행정교사는 “북한이탈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수용하면서도 남한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고 통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그 밖에도 멘토링이나 상담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인격 형성기에 도움을 주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비교적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교육이 이뤄지지만, 대안학교가 가진 한계도 분명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재정적 어려움이다. 대안학교의 운영비는 공립 재단이나 개인, 교회, 기업으로부터 받는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우리들학교 윤동주 교장은 “인가 학교의 경우 정부로부터 인건비 및 운영비 등을 충분하게 지원받지만, 비인가 학교의 경우 공모사업으로 회계 감사와 선발을 거쳐 정부에서 제한적 지원과 후원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찬양 행정교사는 “공모사업 등에 지원하려 준비를 위해 역량을 소모하다 보니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재정 부족은 교사 인력 수급에도 영향을 끼친다. 대안학교의 교사진은 주로 전임교원과 비전임강사,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다. 심양섭 교장은 “자격증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전문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강사진이 자주 교체되는 탓에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을 말했다. 다른 학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찬양 행정교사는 “선생님들이 매우 헌신적이지만, 학생들을 관리하고 상담하는 데 인적 자원 문제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는 점이 한계라고 말했다. 재정적 어려움을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으로 메꿔가며 이어가고 있는 것이 탈북청소년 대안 교육의 현실이다.


  사회 적응 훈련의 측면에서는 대안학교가 정규학교보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학생들은 언젠가 남한 사회에 섞여 들어가야 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안학교는 탈북 학생들로만 구성된 제한적인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현실적 이유로 대안학교를 선택한 학생들도 이런 점에 갈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에 다니다 대안학교로 전학한 박정민 씨는 “학교가 싫지는 않지만, 정규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보면 (대안학교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더 나은 탈북청소년 교육을 위해  탈북민 학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먼저 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 통일부는 여러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 범위는 제한적이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은 전국의 인가 대안학교 4개교와 비인가 대안학교 5개교에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그 외의 미인가 학교들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김찬양 행정교사는 정부가 탈북민 문제에 관련해서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프로그램이나 행사 지원 등의 예산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학교 경영 자체에 필요한 인건비, 시설 운영비의 지원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탈북청소년 개인에 대한 지원책도 존재한다. 통일부는 초·중등 교육과정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입학금 등을 면제하고 국공립대 입학 시엔 등록금 전액을, 사립대의 경우엔 반액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윤동주 교장은 지금의 정책운영을 “결과주의”라고 평가했다. 결과를 보여주고 홍보할 수 있는 수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다. 윤 교장은 “학생들의 학업 능력으로 따라가기 힘든 대학 교육을 받게 하는 지금의 정책은 지속가능성이 없다”며, 대학 입학이 아니라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대안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 및 관리를 강화하고, 제3국 출생자 학생들을 위해 언어 교육을 포함한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향이 더 효과적이라는 제안이다.


  정책적 개선에 더해, 보다 근본적 수준에서 탈북민을 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탈북민 학교 관계자들은 탈북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양섭 교장은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으면 예산을 쏟아부어도 정착 지원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동주 교장은 “세 들어있는 건물의 입주자들에게 우리들학교가 탈북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사실이 알려져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는 경험을 전했다.   탈북민을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판단하는 관점 역시 문제다. 정근식 교수(사회학과)는 “탈북민은 의도적으로 북한에서 나왔는지, 제3국에 얼마나 체류했는지, 제3국에서 인권침해를 겪었는지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며,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탈북민은 단일 집단으로 묶이지 않는 복잡한 교차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탈북민의 다양한 배경에 대한 이해와 상황에 알맞은 지원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마중물 우리두리하나센터 이무열 대표는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열린 ‘탈북민 자녀 교육정책 혁신방안 토론회’에서 제3국 출생자들이 ‘10대 중반 이후에 중도 입국하여 언어 능력이 극히 부족할 뿐 아니라 정체성 혼란마저 겪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 따르면 정규학교의 탈북 학생 가운데 제3국 출생자는 61.2%에 달하지만, 획일적인 인식 속에서 이들의 현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극심한 문화적 간극에도 불구하고, 같은 언어를 쓴다는 이유로 탈북민은 학교나 소속 집단에서 빠른 적응을 요구받는다. 심양섭 교장은 “탈북민이 한국어를 쓰기 때문에 금방 적응할 수 있다는 생각과 달리 남북한은 70년 동안 언어도 많이 달라졌고, 빠른 사회 변화로 인해 점점 더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탈북민이 학교, 직장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동족’ 프레임을 넘어선 섬세한 이해가 요구된다.

 
  지난해 <서울대저널>이 취재를 위해 여러 탈북민 대안학교에 접촉을 시도하자 한 학교는 “2019년 한 해 동안 많은 인터뷰에 응하다 보니 업무 시간을 너무 많이 소요하게 돼 더 이상 외부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이처럼 미디어와 정치권에서 탈북민 문제는 계속해서 소비돼왔지만, 인식의 수준은 그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정책적 지원의 확대와 함께, 더 나은 삶을 찾아 남한으로 온 학생들을 위한 환대와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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