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성폭력 교수의 파면을 외치다
“슬프지만 여성교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남성교수를 본 적이 없어요”
유리천장 위엔 지붕이 있었다

“슬프지만 여성교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남성교수를 본 적이 없어요”

교수를 꿈꿀수록 절망을 학습했다

지난 7월 교육부는 현재 17%인 국립대 여성교수 비율을 2030년까지 25%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여성이 교수 되기 더 쉬운 세상이 온다’는 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정말 그럴까. 다양한 분야의 여성 대학원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현재 교수를 꿈꾸고 계신가요?


B 교수가 되면 좋겠지만 1순위 진로는 아니에요. 저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서 대학원에 왔는데, 교수 임용과 관련해 보고들은 게 많아서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교수 임용은 주차장 빈 자리에 차를 대는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차가 빠지는 곳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주차하게 된다는 얘기요.

A 저도 학자가 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가장 두드러지는 진로가 교수인 건 맞아요. 근데 교수 임용 시스템 자체가 절망스러운 지점이 있어요. 제가 박사 유학을 선택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한국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이었어요. 한국에 머무는 지금도 ‘한국에선 교수 하지 말라’는 말을 계속 들어요. 모든 자격을 갖추더라도 특정한 교수 커뮤니티에 속하지 못하면 채용 1차 합격도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D 교수 임용을 꿈꾸기는 언감생심 같아요. 이제 석사 수료한 저로선 연구원이라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죠. 그러다 얼마 전에 박사 수료한 선배가 저에게 ‘D 씨가 강단에 선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강의하는 제 모습을 상상해보니 너무 행복했어요. 강단에 서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어요.

C 저는 교수를 꿈꾸고 있어요. 지식을 논하고 공유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이 이상 같은 것이어서요. 처음부터 교수가 되기 위해 박사가 된 건 아니었지만, 점점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2. ‘예전에 비해 요즘은 많이 좋아져서 여자라고 꼭 교수 되기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 혹은 ‘요즘은 오히려 여자가 교수 되기 더 쉽다’ 등의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어떤 면에선 과거에 비해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제도는 개선되는 지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제도가 있다고 해서 여성 교수가 임용이 잘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된 건 아니에요.

C 현재에 초점을 맞췄을 땐 아직 어렵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 주변 여성 연구자들도 교수 채용 면접을 많이 봤는데 꽤 오랫동안 안 되더라고요. 경력이나 연구 성과가 부족하지도 않은데 미끄러지는 걸 몇 년째 계속 보니까 ‘결국 어렵구나’ 싶었어요.

Q3. 졸업 후 교수 채용시장에서 여성 연구자들은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되나요?

A 강사 자리엔 여자도 비교적 쉽게 접근이 가능해요. 그런데 전임교원으로 가면 문제가 달라져요. 교수들이 기존 연구실 문화에 반기를 들지 않을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패밀리’ 안에서 뽑고 싶어 하니까요. 사실 여성 연구자들이 아무리 유학 갔다 오고 상을 많이 받아도 전임교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은 여전히 낮은 거죠.

B 저는 아예 제 주변 여성이 교수 채용에 지원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되는지도 몰라요. 여자선배들이 있긴 한데 거의 연구소에 계세요.

C 교수가 되지 못하는 분들이 연구를 안 하신 건 아니거든요. 연구소의 연구 책임자 등 계약직으로 연구 활동 계속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분들도 결국 채용시장에선 계속 미끄러져요.

A 최근 동료 중 한 명이 타 대학 교수 채용에 지원하려 했는데 여성 지원자만 뽑는 거였어요. 근데 그 학과가 적극적으로 여성교수 비율을 채우려고 하지 않아서 자리가 아예 없어져 버렸대요. 자격 있는 여성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로요. 그렇게 되면 그 과가 다시 여성만 뽑게 되긴 어려운 거죠. 남성교수 자리였으면 이렇게 방치하다 자리를 없애진 않았을 거예요.

Q4. 본인이 속한 연구실 및 학계의 성비는 어떻게 되나요?

B 제가 속한 학과는 과거엔 남초 성격이 강했어요. 지금 학부 통틀어 여성교수님은 두 분이 다예요. 한 분은 2004년 여성교수 특별 채용 조치로 채용되셨다고 들었어요. 반면 제가 있는 연구실은 10명 중 한두 명 빼고 다 여자예요.

저희 학과는 성비가 불균등하다는 느낌은 없어요. 여자가 더 많은 연구실도 많고요. 그렇지만 같은 대학원에 다른 전공 하시는 분들과 얘기해보니 그쪽 전공은 남자가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세부 전공마다) 편차가 커요. 여성교수님은 손에 꼽게 적어요. 최근에 (여성교수) 두 분이 더 임용돼서 이제 20%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제가 석사 했던 학과는 여성교수가 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지금도 교수님들은 다 남성이고요.

학생은 여성이 40%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이건 최근에 늘어난 거예요. 교수님들은 100% 다 남자예요.

Q5.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때, 여성이라서 고려해야 했던 점이 있었나요?

대학원 진학 전에 연구실 문화가 어떤지 미리 들어봤던 것 같아요. 술 문화가 당연시된 곳은 피했어요. 그리고 여자선배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도 살펴봤어요.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에 교수님이 지도하고 있는 여성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있는지, 그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봤어요. 대학원에서 여성이 아니라 대학원생으로서 존중받기를 원했거든요.

가까운 여자선배가 가고 싶은 연구실이 있었는데 구성원이 전부 남자였대요. 그 연구실에서 여자가 들어오면 비용 더 들고 일하는 데도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이 생기니까 오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대학원에 올 때 어려웠던 점은 오히려 주변의 시선이었어요. ‘여자가 가방끈이 길어서 어떡하려고 그래’라는 주변의 말들을 계속 들었어요. 결국 그 안에는 평범하게 결혼해서 살라는 말이 있던 거죠.

저는 들어올 땐 그냥 순진하게 들어왔어요. 들어오면 다 동등하게 관심사를 인정받고 공부할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까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이 학계의 여성주의적 감수성이 나와 맞지 않는데 계속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Q6. 대학원 생활 중 여성이라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나요?

너무 많아서 다 얘기하려면 사실 밤새 얘기해도 끝나지 않을 거예요 (웃음). 핵심은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여성 대학원생을 보려고 하는 거죠. 연구와 학문적 고민이 아니라 계속 ‘여성’에 초점을 맞춰요.

기본적으로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는 불평등해요. 규모가 작은 분야에선 성별을 막론하고 모두가 문제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작고 폐쇄적인 전공일수록 만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거든요. 그런데 ‘을’인 대학원생들 중에서도 여성은 더 약한 위치에 놓여있어요. 예를 들어 회식 끝나고 교수님 집 근처까지 가서 3차를 하는 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남학생들이고 결국 여성 대학원생은 소외되죠.

지금 세대 대학원생들은 술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인데 남자 선생님들은 여전히 술 마시는 회식을 좋아하세요. 가끔 동료들의 몸에 밴, 술 따르고 교수님 비위 맞추는 그 ‘서비스’를 볼 때, 회식 문화의 존재 이유는 변하지 않았구나 싶어요. 이를테면 ‘내가 교수님의 직계 제자다’, 때로는 ‘같은 남성이다’와 같은 ‘공감’이 이뤄지는 장면들이죠.

연구 내용적인 면에서 여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굉장히 면박을 주는 반면, 남학생들에게는 훨씬 너그러워요. 특히 말투로 꼬투리 잡는 경우가 정말 흔해요. 발제문을 읽을 때 ‘여학생들은 왜 말꼬리를 올려?’라면서 여성들의 발음을 꼬집는 거죠. 또 여학생이란 이유로 학업적으로 무시당하는 측면이 있어요. 제 동료가 당연히 졸업할 수 있을 정도로 논문을 잘 썼는데 지도교수님이 별 이유 없이 다시 쓰라고 하고 제대로 조언도 안 해주셨어요. 그렇게 졸업을 1년 넘게 의미 없이 늦춘 경우도 봤어요.

여학생들을 ‘여성’으로 대하는 것이 부적절 하니까, 차라리 ‘아이’처럼 다루는 경우도 흔해요. 여성들을 뭔가 잘 모르는 아이처럼 대하는 거죠.

▲ⓒ권민재 기자

Q7. 여성 대학원생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나 편견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농대에선 야외에서 조사·실험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과거에는 험한 곳에 여자가 오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많았다고 해요. 전공 여성교수님은 젊을 때 농학 분야에서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체력을 엄청 기르셨대요. 그리고 대학원에 입학하면 교수님께서 논문 쓸 연구주제를 추천해주시는데 남학생들은 험한 야외에서 실험하거나 조사하는 과제를 추천하고 여학생들은 실내에서 연구할 수 있는 주제를 추천하는 때가 많아요. 저도 처음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주제를 추천받았어요. 시간이 지나고 다른 분들 연구를 도와드리다보니까 저한테 야외에서 조사하는 일이 더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근데 그걸 나중에 알게 돼도 하는 일이 이미 정해져 버리면 연구주제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긴 힘들더라고요. 

A ‘여학생들은 학점은 좋지만 연구는 잘 못한다’는 말을 할 때, 기존에 권위를 얻어온 학문의 시선에서 판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분야에선 데이터 중심 연구가 객관적인 연구라는 인식이 공고해요. 그래서 여성 대학원생이 몸에 관한 연구나 여성에 관한 연구로 주제를 잡으면 다 좌초시켜요. ‘그게 무슨 연구야’, ‘그거 연구해서 뭐 하려고’라면서 연구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 거예요. 

C 제가 대학원에서 은연중에 느낀 건 ‘여자는 급하지 않다’는 거예요. 자연대 남학생들은 전문연구요원(전문연)을 많이 가는데 남학생들이 전문연에서 계속 떨어지면 신경 쓸 대상이 돼요. 반면 여자는 군대 문제가 없다는 거죠. 

D 저도 들은 말인데, 어떤 학회에서 스태프 중 안내하는 역할을 여성들로만 구성한다고 해요. 아직도 여성이 응대를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웃겨요.

Q8. 결혼이나 임신 및 출산을 할 경우 여성 연구자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긴다고 생각하시나요?

D 저는 대학원 입학 전엔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어요. 근데 입학하고 보니 박사 진학을 고민할수록 임신을 계획할 수가 없어졌어요. 강단에 오른 임신하신 선생님을 본 적이 없어요. 임신한 여성 연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교수님과 육아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박사과정 중에 임신을 해서 눈물의 박사과정을 보내느니 자리를 잡은 후에 임신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러니 ‘내 인생엔 아이가 없거나 마흔쯤 돼야 한 명 낳겠구나’ 싶었어요.

A 같은 학과에서 결혼한 커플이 몇 분 있었는데, 그때마다 여성 연구자의 부담이 커지는 걸 봤어요. 결혼 후에 남편은 계속 연구자로 남지만 아내는 그 남성의 부인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는 거죠. 특히 유학을 결정한 경우 여성이 남성의 학업 계획에 맞추면서, 원치 않는 학교로 유학 가는 경우도 많거든요. 자기 커리어를 챙기기보다 남편과 가까이 있도록 요구되니까요. 주변 사람들, 시댁, 심지어 친정에서까지요. 어떻게 둘 다 박사가 된다고 해도 한국으로 돌아오면 ‘그래도 남편이 먼저 교수 돼야지’하는 얘기를 듣죠. 여성 연구자의 독립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아요. 이런 것이 암묵적인 규칙처럼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요. 경력단절이라도 되면 석박사를 마친 40대 이상 고학력 여성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죠.

D 한 선배가 면접 자리에서 ‘남편이 있냐’, ‘남편이 어디 사냐’와 같은 질문을 들었다고 해요. 왜 물어봤는지 모르겠지만, 남편이 멀리 살아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임신 가능성도 보려고 했던 것 같고요.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면접인데도 결혼이나 출산 여부를 보는 거죠. 남성 연구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반면 남자동료들은 결혼해서 안정적으로 서포트를 받고 싶다고 말하기도 해요.

B 대학원생 남녀가 결혼을 하게 되면, 여자가 남자의 공부를 위해 휴학까지 하면서 뒷바라지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건 당연하게 여기는데, 반대로 아내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남편이 육아를 맡거나 휴학을 하는 경우는 어색하게 여겨져요. 또 여성의 경우 출산 뒤엔 신체능력 저하로 공부와 연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성과에서 조금씩 뒤처지게 되는데, 그런 과정은 무시한 채 결과만 놓고 ‘여자는 남자보다 연구성과가 나오지 않아’라고 말하게 되는 거죠. 특히나 이공계는 실험실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발생해요. 자녀가 있는 여성 대학원생들이 아이 걱정 없이 연구실에 나오는 경우는 많이 없어요. 농생대의 경우 모유수유실이 학부 여학생 휴게실 내부에 있어 이용하는 데 눈치가 보인다고 해요. 이런 작은 불편함들이 모여 여성 대학원생들이 학업을 지속하기 힘들게 하고, 결국 학계에 남아있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C 저는 얼마 전에 결혼을 했어요. 여자는 결혼하면 연구하기 힘들다는 말을 계속 듣다 보니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보여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그런데 임신과 출산을 해도 그게 가능할진 모르겠어요. 혹시 임신을 해서 강의를 못 하게 되면 어떡하지 싶은 적이 있어요. 강사에게 육아휴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학회에서도 기혼 남성과 여성은 상황이 달라요. 예전에 국제학회가 1주일 동안 열린 적이 있었는데 남자선배는 학회 처음부터 끝까지 남았고 여자선배는 당일치기로 다녀왔대요. 두 분 다 아이가 있었고요. 남자선배는 학회에서 오래 머물면서 학계 인맥을 넓힐 수 있었지만 여자선배는 정말 발표만 하고 집에 가야 했어요. 발표하러 가는 잠깐을 위해서도 아이 볼 사람을 찾다가 결국 친정 어머니께 맡겼다고 들었어요.

Q9. 앞으로 여성교수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저는 여성교수의 유무에 따라 학과의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변한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있던 전공은 신입생 환영회 때 여성 대학원생들한테 걸그룹 춤을 시키는 말도 안 되는 관행이 있었는데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라는 신임 여성교수님의 한마디에 비상식적인 관행이 사라졌거든요. 그리고 여성교수님이 계시면 학과에 들어온 학생들의 연구주제도 다양해져요. 그게 정말 필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여성교수 한 명이 모든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분이 계시기 전과 후에 학생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달라요. 숨통이 트인다고 말을 많이 해요.

B 여성교수님들이 존재하면, 전혀 없을 때보단 여성 연구자들의 처우가 나아지길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여성교수님께 모든 것을 다 맡길 수는 없겠지만요.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으로, 실력이 형편없는 남성교수님은 존재하지만 실력이 형편없는 여성교수님은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여성이 같은 교수 자리에 오르려면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엄격한 검증을 거치게 되는 것 같아요.

D 저는 여성 연구자들이 과연 자신이 관심 있는 연구를 박사 졸업 이후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연구주제와 관점을 찾는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 여성주의 관점, 여성의 서사에 관심이 있다고 했을 때, 공감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요. 우선 여성교수가 거의 없었고 이런 연구를 한 선배들이 매우 소수였기 때문이에요. 저는 처음부터 너무 많은 숙제가 쌓인 느낌이었어요. 왜 연구가 될 수 없는 걸 가지고 씨름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것은 연구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하게 됐어요. ‘연구’의 영역에 이미 관점과 접근방법 면에서 많은 제한이 있어요. 

Q10. 여성이자 연구자로서 한국의 교수사회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최근 권력형 성폭력 관련 이슈가 연일 보도되고 있잖아요. 근데 많은 교수들이 이 이슈에 대해 성찰하기보다 자신의 피로감을 아무렇지 않게 학생들에게 말해요. 자기 연구실에도 그런 문제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아요. 학자로서 성찰과 자정에 앞장서는 모습을 교수사회가 좀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그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학자이자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부끄러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성찰부터 시작해 다양한 법적 체계를 갖추는 일까지 교수사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B 저는 전반적인 대학원생의 인권과 처우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여성들이 박사까지 학업을 지속할 수 있어야 그나마 조금씩 교수에 지원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교수님들께 학교 밖의 세상을 좀 보라고, 그래야 학교 안 대학원생들의 어려움도 보일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학교수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은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장애인 등 다른 소수자 역시 학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빠르게 흘러가는 프로젝트 속도를 견딜 수 있고, 아프지 않고, 임신이나 육아 같은 변수가 없는 사람들만이 살아남는 시스템이죠. 다양한 사람들이 학계에 남아있을 수 있게 하는 조치가 필요해요.

D 문화적 측면에서 페미니즘적 감수성 또한 대학 공간 안에 배양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구체적으론 회식 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아니면 연구실 내에서 선배 기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고 싶어요.

C 제가 강의하면서 페미니즘 얘기를 하면 한참 어린 남학생들이 저를 만만하게 보는 시선이 느껴져요. 그런데 제가 아는 중년의 남성강사는 수업 때 페미니즘을 꺼내도 그런 시선을 받지 않는다고 해요. 남성들이 더 열심히 페미니즘을 말했으면 좋겠어요.

D 이런 좌담회가 있다고 주위에 얘기를 많이 했는데 동료들이 생각보다 많이 안 와서 놀랐어요. 이 자리에 오고 싶어도 오지 않기로 결심하게 된 여러 대학원생들의 일상을 상상해보게 돼요. 각자의 자리에 고립된 여성 연구자들이 정말 많을 거예요. 모여서 함께 얘기해보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A 이건 여성 대학원생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데요, 여성동료들과 말을 하다 보면 학계에 남고 싶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하세요. 저도 깊게 공감하고요. 당장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오늘 하루도 함께 잘 살아내자”란 말이에요. 그리고 별일이 다 있겠지만 어떤 일이라도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계속 공부해 나가시면 좋겠고, 하고 싶은 일 해 나가셨으면 해요. 같이 대화하면서 조금은 더 희망찬 미래가 올 수 있도록, 그렇게 하루하루 잘 살아내고 견디자는 말, 하고 싶었어요.

D 여성 연구자들이 각자의 연구 관심을 지키며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모두 살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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