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2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및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은 정부를 규탄하며 21일간의 농성을 끝맺었다. 공동행동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투쟁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공동행동은 지난 7월 23일 광화문 농성을 시작하며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종합계획)’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계획을 담으라고 요구했지만, 결과는 부분적 폐지에 그쳤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생계급여에선 2022년까지 고소득·자산을 보유한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부양의무자기준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의료급여에 대해선 기초연금 수급노인 포함 가구를 제외하고 3차 종합계획 수립 시(2023년)까지 부양의무자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만 담겼다.
공동행동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라는 공약을 파기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 이형숙 공동집행위원장은 2017년 박능후 장관이 2차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반드시 넣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언급하며 “5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자리를 지키며 싸웠지만, 박 장관은 우리의 투쟁을 기만했다. 이제 박 장관이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지난 1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끝난 뒤 ‘대통령께서 부양의무자 조건을 철폐하겠다는 것은 생계급여에 초점이 있는 말씀이지 의료급여를 말씀하신 것은 아니’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부양의무자기준을 ‘완전히’ 폐지할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공동행동 측은 19대 조기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내 특정 급여가 아닌 모든 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반박했다. 또한 공동행동은 박능후 장관이 불과 한 달 전인 7월 3일 부양의무자기준 2년 내 완전폐지를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말을 바꾸는 동안 급여로 당장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만 고통받고 있다. 홈리스야학 학생 요지 씨는 의료비로 인해 힘들게 생계를 이어간다고 털어놨다. 그는 “희귀질환으로 일정 부분 지원받긴 하지만 생계를 쪼개고 쪼개 5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나마 의료급여를 받으니 이 정도인데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의료급여 수급에 탈락한 사람들은 어떻게 의료비를 감당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행동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 존치를 결정한 종합계획을 두고 “균형 잡힌 식생활조차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낮은 수준의 생계급여를 의료비로 지출하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료급여는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기준중위소득 40% 이하에 속하는 동시에 부양의무자기준을 충족해야만 수급할 수 있다. 생계를 달리하더라도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될 경우 당장 병원비를 마련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의료급여 비수급자들이 염증치료 등 최소한의 의료 이용조차 포기하는 이유다. 공동행동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빈곤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겨온 폭력적인 역사의 청산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으로 21일간의 농성이 마무리됐다. 공동행동은 앞으로 8월 7일과 10일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를 요구하며 진행했던 7명의 삭발 투쟁 결의를 청와대에 전달하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