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진짜 같던 거짓말

 “미래는 이미 현실입니다.”, “현실적이 되세요. 아무것도 진짜를 능가하진 못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섹스돌 생산업체 ‘리얼돌(RealDoll)’의 홈페이지의 대문을 장식하고 있는 문구들이다. 이 업체에선 자체적인 기술을 도입해 한국에서 유통되는 리얼돌보다 더 진짜 같은 인형을 만들어낸다. 인공지능이 결합된 섹스로봇도 생산하는데, 15,000달러의 값어치를 한다며 로봇을 ‘얻어내라’ (win a robot)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진짜 같은 미래는, 한국 돈으로 2천만원 정도면 얻어낼 수 있는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미래는 이미 현실이라고 한다. 학원부 기자들이 기존의 학원부 기사 주제라고 하기 어려운 ‘리얼돌 체험방’을 주제로 특집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작년 여름, 리얼돌 수입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만 해도 리얼돌 산업이 리얼돌 체험방까지 생기며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여성 신체를 형상화한 인형이 남성의 성적 만족의 극대화를 위해 쓰이고 더욱 ‘리얼’하게 진화 중이라는 사실에 화가 났지만, 계절과 함께 금세 잊혀졌다.  

  “여러분, 이거 알았어요? 리얼돌 체험방이 있다는데..”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특집팀 톡방에 서현 기자가 리얼돌 체험방을 ‘합법’이라며 홍보하고 있는 입간판 사진을 올렸다. ‘체험’과 ‘방’의 조화는 마치 꽃꽂이 원데이 클래스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실제로 이용자들에게 체험방은 노래방만큼이나 가벼운 공간이었다. 돈으로 사람을 사기엔 돈이 없고, 성매매라는 불법을 저지르기엔 겁이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곳. 언제든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찾아갈 수 있는 접근 가능한 곳.  

  남성 이용자들과 체험방 업체들에서 말하는 미래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 물음을 던지기에 가장 좋은 출발은 목소리를 내는 당사자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특집엔 정해진 당사자가 없었다. 녹음기를 인형에게 들이댈 순 없었다.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를 찾기도 힘들었다. 남의 말을 받아 적기에 급급했던 날들을 반성하기도 했다. 인터뷰이의 자리가 비어있으니, 적고 있는 문장에 물음표가 생겼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 ‘내가 뭐라고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카페에 앉아 기사를 고치던 날이었다. 평소보다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건너편 자리에 앉은 남성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음료를 다 마시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의 눈이 나를 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짧은 치마를 입은 나를 탓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알았다. 내가 찾던 당사자는 여성의 신체를 가진 모든 사람이었고, 기사를 쓰는 우리였고, 결국 나였다. 리얼돌이 말하는 미래는 이미 현재다. 아니,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재다. ‘미래는 현실’이라는 그들의 말은 틀렸다. 거짓말이다. 리얼돌이 그리는 내일은 남성의 욕망을 담는 그릇으로서 여성을 정당화할 뿐이다. 그 ‘미래’는 남성에 의해 끊임없이 도구화돼온 여성의 역사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가 아니다. 리얼돌은 미래가 아닌 과거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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