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케이지가 열릴 수 있다면

축’산업’을 움직이는 구조를 해부하다
▲신림동에 위치한 정육식당의 홍보설치물. 고기의 맛을 자랑하며 웃고 있는 소의 모습은 '소고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폭력적인 과정을 잊게 한다.

  지난 4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로 800여 마리의 돼지들이 불에 타 죽었다. 경북 성주에선 불이 나 돼지 2천 8백여 마리가 폐사했다. 경기 안성의 농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돼지 2천여 마리가 잿더미에 덮였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화재가 없었더라도 며칠 뒤 도축당했을 목숨들이다. 같은 4월, 하루 동안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도축된 돼지는 5만 3천여 마리다. 케이지에 갇힌 순간 돼지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동물을 둘러싼 공장을 세운 것은 누구인가. 굳게 닫힌 케이지는 과연 열릴 수 있을까.

육식 권하는 사회

  국내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1970년 5.2kg에서 2017년 49.1kg까지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19)은 2028년에 2000년의 약 두 배인 61.2kg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기는 어떻게 대중의 식탁을 점령하게 됐을까.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국민들의 지갑사정이 보다 여유로워진 점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식습관이 바뀌기도 했다. 사람들은 점점 곡류 대신 육류를 찾게 됐다. 육류 소비량은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곡류의 경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1988년 133.4kg에서 2018년 69.5kg으로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통계청, 2018).

  다만, 소비량의 급격한 증가폭은 경제적 여유와 식습관 변화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그 배경엔 고기를 먹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한다. ‘고기는 맛있다’는 생각.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는 말. 축하받을 일이 생겨 한 턱 내거나 가족들 사이에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고기를 먹는 관행. 모두 육식이 한국 사회의 견고한 문화라고 가리킨다. 축산 관련 기업은 육식 중심의 사회의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힘쓴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공동대표는 육류식품을 파는 가게에서 흔히 내세우는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등의 마케팅 문구가 육류 소비가 이상적이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킨다고 설명한다. 기업은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을 우상화해 육류 소비를 유도하기도 한다. 맥주업체 ‘카스’는 돼지고기를 잘 굽는 사람을 선발한다며 ‘집돼지 챌린지’ 대회를 열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은 치킨의 맛을 잘 구별하는 사람에게 자격증을 주는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신림동에 위치한 정육식당의 홍보설치물. 고기의 맛을 자랑하며 웃고 있는 소의 모습은 ‘소고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폭력적인 과정을 잊게 한다.

  육식을 권하는 사회에 둘러싸인 소비자가 고기를 먹으며 공장식 축산의 실체를 떠올리기란 어렵다. 대중이 익숙해져있는 ‘고기’의 이미지는 축산업의 폭력성을 미화한다. 행복한 동물의 모습으로 포장돼있는 육류제품이나 웃고 있는 돼지가 그려진 삼겹살집 간판 등이 그 예다. 육류제품이 되는 동물이 행복할 리 없고 삼겹살이 되는 돼지가 웃고 있을 리가 없다. 결국 ‘학습된 무지’는 소비자의 눈을 가린 채 육식문화를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누가 축산업을 키웠나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춰 축산 농장의 사육두수는 증가해왔다. 1997년 약 1억1천2백만 두였던 사육두수는 2017년 2억5천8백만 마리로, 2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국회입법조사처, 2020). 농가 수도 증가했을까? 아니다. 농가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육계의 경우 1990년부터 2016년까지 농가 수가 4천여 호에서 2천여 호로 줄어든 데 비해 호당 사육두수는 7천 600마리에서 5만 3천 900마리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돼지는 농가 수가 13.3만여 호에서 5천여 호로 줄어든 반면 호당 사육두수는 33.9마리에서 2,266.5마리까지 늘어났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9). 공장식 밀집사육의 ‘효율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결과다.

  축산업의 효율화를 부추긴 배경엔 최소의 자본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려는 자본주의 구조가 있다. 중소농가들은 줄어드는 가운데 기업이 운영하는 대규모 농가들이 증가한다. 기업의 이윤논리를 수용한 농가가 늘어나며 축산업은 보다 기계화되고 표준화된다. 축산업이 축‘산업’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부경대학교 박종원 부교수(법학과)는 ‘우리나라 동물복지축산의 현황과 법적 과제’(2017)에서 ‘동물의 생명 존중이나 동물복지라는 공익은 축산업의 발전이나 축산물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이익에 압도된다’고 말한다.

  ‘축산업 진흥’을 명목으로 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은 축산업 대기업의 이윤 추구에 날개를 단다. 1990년대에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수립된 ‘축산장기발전대책’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축산장기발전대책’은 ▲전업화 추진 등 축산업 구조전환 유도 ▲도축장 운영 합리화 ▲가축시장을 생축유통의 거점시장으로 육성 등을 목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축산물의 생산·유통구조를 개조했다. 이렇게 공장식 축산을 기본으로 하는 산업축산 구조가 본격적으로 갖춰지자 축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축산법 제5장 제43조에 따라 1974년 설치된 축산발전기금 역시 축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축산 신기술을 보급하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농장과 기업에 관대한 법률 또한 공장식 축산을 뒷받침한다. 국내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규정한다. 그러나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는 아니 되며, 도살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제10조 제1항)와 같이 추상적인 문언은 축산환경에 구체적인 규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동물에게서 상해나 신체손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열악한 축산환경이라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벌칙규정이 따로 마련돼있지 않아 법의 실효성이 없다. 제재를 받더라도 벌칙 규정되지 않아 법의 목적 달성에 충분한지를 따질 수조차 없는 것이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선 동물의 고통에 대한 언급을 일절 찾을 수 없다. 동물자유연대 박선화·김솔 활동가는 축산법 등의 규정이 “동물이 감각이 있는, 살아있는 존재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처우를 규정하지 않고 생산성과 방역, 환경에 초점을 둔 규정들”이라고 설명했다. ‘축산법’이 가축사육업의 허가 조건으로 설정한 단위면적당 적정사육기준도 현장에서는 구속력이 없다. 현행법상으로 허가 당시 조건을 충족했다면 이후 규정을 어기더라도 처벌하거나 허가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지연 공동대표는 “활동가들이 직접 채증해 고발하지 않는 이상 농장과 도축장에서 이뤄지는 불법행위가 발각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법의 대응 또한 허술하다. 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 환경법센터 송정은 주임연구원은 ‘축산업의 환경적 영향과 한국 환경법의 대응’(2017)에서, ‘미국은 청정수질법(CWA)상 밀집형가축사육시설(CAFOs)의 개념을 인정하여 그에 관한 환경상의 문제점을 인식·관리’하고 있다며 국내법엔 그에 상응하는 개념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로선 넓은 의미의 축산에 관한 규정을 모든 농가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해 공장식 축산 농가에게 적절한 규제를 가하기 어렵단 얘기다. 또한 미국의 ‘청정대기법’은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대기오염물질로 규정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둘을 하나의 오염원으로서 규제하지 않는다. 때문에 축산이 대기로 배출하는 오염물질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다. 가축분뇨를 불법으로 처리하는 농가의 경우 축산 관련 지원금을 제한하는 정책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소극적 제재에 불과하다는 게 송 연구원의 생각이다.

케이지 너머를 상상하다

  공장식 축산의 일차적 피해자는 케이지에 갇힌 동물들이다. 이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생태적 습성을 억제당하며 일생을 고통스럽게 보내다가 도축된다. 고통의 화살은 동물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사육과 유통, 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그리고 전염병은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위협한다. 고기를 만들고 소비하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동물복지 축산은 인간과 동물, 환경의 상생을 위해 제시되는 대표적인 공장식 축산의 대안이다. 국내에도 건강과 윤리 등을 이유로 공장식 축산이라는 축산방식에 대한 반발이 생기며 2012년 동물복지인증제도가 등장했다.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려는 목적도 있다. 유럽연합은 2012년부터 산란계 일반케이지 사육을 금지, 2013년부터 돼지의 스톨 사육을 금지하는 등 구체적인 동물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동물복지 축산으로의 전환을 고무적인 변화라고 반기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2017)에 따르면 시민의 85%가 농장동물의 복지 향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동물복지 축산물을 구입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는 92%에 달했다.

  동물복지를 환영하는 목소리와 달리 실제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가는 극소수다. 2019년 기준 총 13만 1천여 호에 이르는 소·돼지·닭 농가 중 같은 해까지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인증된 농가는 262호뿐이었다(농림축산식품부, 2020). 경기연구원의 ‘살충제 달걀 파동과 동물복지농장 도입의 필요성’(2017)에서는 ‘농가들이 수익저하에 대한 두려움으로 동물복지농장으로의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2020.1.11.)에 소개된 한 돼지농장주는 동물복지 사육을 택함으로써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는 이전에 비해 매출과 이익 모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생산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생산량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인증 제도의 근본적 맹점은 인증 받기를 포기한 99% 농가에게 축산 환경을 개선하도록 강제할 마땅한 경제적 유인도, 강제력도 없다는 것이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한주현 변호사는 현행 인증 제도에 대해 “당연히 준수돼야 하는 ‘일반’ 원칙을 오히려 몇몇 농장에만 적용되는 ‘특별’ 원칙으로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동물복지 축산이 보편화될 환경이 아니기도 하다. 현 축산업 규모를 유지한 채로는 동물복지 축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농장은 방목사육을 전제로 하기에 공장식축산 농가보다 더 넓은 땅을 필요로 한다. 이지연 공동대표는 “현재의 육류 소비량을 유지하면서 모든 농장을 동물복지농장으로 바꾸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개념을 윤리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입장도 있다. 공장식 축산, 나아가 ‘축산’ 자체를 차별적 시각에서 기인한 폭력으로 정의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입장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동물이 어느 형태로도 착취되지 않는 상태, 즉 ‘동물해방’이다. 동물복지 축산을 통해 축사 안 동물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동물의 삶을 수단화한다는 축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지연 공동대표는 동물해방운동이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민족해방, 여성해방 등 수많은 해방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로서 서로 다른 인간들이 평등해야 한다면 그것이 인간 종 내에만 한정될 이유가 없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종차별주의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비건 단체 ‘너티즈’는 2018년 채식 실천을 권유하는 지하철 광고를 게재했다. ⓒ’너티즈’ 페이스북 페이지

  거대한 ‘동물공장’을 무너뜨리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은 대중의 소비 축소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연 공동대표는 “대중이 먼저 움직여야만 축산계와 법이 바뀔 수 있다”며 “고기를 덜 먹으려는 개인의 노력이 있어야만 동물해방이 가능하다”고 힘줘 말했다.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본인이 놓인 환경에서 육류 소비를 줄여나가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발맞춰 채식 시장이 커지고 채식을 실천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육류 소비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큰 고함이 될 때, 마침내 누구도 고통 받지 않을 수 있다. 동물공장의 높은 벽 너머를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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