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의 저울을 만드는 사람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를 만나다

  학내에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 11월 한 달, 곳곳의 선거운동본부(선본)만큼이나 바쁘게 움직인 이들이 있다. 선본마다 선거질의사업을 진행한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가 그들이다. 학소위는 인권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학내 인권침해 사안에 대응하는 총학생회 산하 단체다. 학소위의 질의에는 외국인 학생이 겪는 차별과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등, 서울대 인권의 현주소를 꼬집는 날카로운 분석과 함께 앞으로 그려나갈 서울대의 모습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평등한 캠퍼스를 만들려 오늘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조성지(국어교육 17) 위원장과 신유림(서문 18) 총무와 백지원(조선해양공학 19) 운영위원을 만나봤다.

Q. 안녕하세요, 학소위라는 단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성지(성지) 학소위는 2015년 상반기 설립됐습니다. 당해 교수-학생 성폭력 사건이 크게 두 차례 일어났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었는데요. 총학생회 선거 정후보였던 김보미 씨가 학소위 설립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되면서 학소위가 설립된 거죠. 설립 당시 크게 두 가지 문제의식이 있었는데요. 하나는 학생 중 피해자가 있다면 사건해결의 주체가 교수집단을 중심으로 한 징계위원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해지목인이나 피해호소인으로만 문제의식을 좁히지 말고 공동체적 문제해결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학소위가 진행하는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새맞이 기간에 진행하는 ‘장기자랑 강권 프리’ 선언 사업, 총학생회와 연계한 인권 관련 책자 발간 등이 있어요. 학우들의 인권의식을 고취시키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인권강사를 초청해서 강연을 열기도 하고요.

신유림(유림) 인권침해 사안이 학우 개인을 통해 접수되면 침해사안에 대응하기도 합니다. A교수 문제와 같은 학내인권침해사안이 있을 때는 다른 단체들과 협력하고요. 예를 들면 ‘미투와 함께하는 시민 공동행동’이나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 ‘경영대 여성주의 학회 여파’ 같은 단체와 연대하거나, 사건에 대해 특별위원회가 꾸려지면 가맹해서 같이 활동에 나서는 식으로요.

학소위에서 진행한 선거질의사업의 질문지

Q.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대응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요?

성지 보통 피해호소인이 사건을 접수합니다. 사건이 접수되면 먼저 저희가 사건에 대처해도 되는지 피해호소인에게 허락을 받고 가해지목인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이후부터는 내부 매뉴얼에 따라 대응이 진행돼요. 우선 ‘가해자가 사과문을 썼으면 좋겠다’ 혹은 ‘가해자와 공간분리를 요청한다’는 식으로 피해호소인이 원하는 바를 듣습니다. 그리고 피해호소인의 요구와 저희가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가능한 최선의 안을 조율합니다. 다음에는 가해지목인에게 연락을 취해 ‘이런 사건이 접수됐고 이에 대해 위원회를 꾸려 대응하려 한다’고 알려요. 양쪽에서 진술서를 받은 다음엔 저희끼리 구성한 사건대응위원회 내에서 사건의 타임라인을 정리해요. 최종적으로는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논의합니다.

유림 인권침해 사안에 따라 동아리나 반 같은 단체 내에 피해호소인이랑 가해지목인이 함께 있는 경우면 그 단체의 장을 특위에 포함시키려고 합니다.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성지 저희가 아무래도 뭔가를 강제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보니 위원회를 꾸릴 때 보통 사건당사자들이 속한 단과대 학생회의 파견인이나 총학 파견인을 포함하려고 해요. 이분들을 통해서 공간분리를 시도하거나 피해자가 요구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요.

Q. 단체를 운영하거나 인권침해 사안에 대응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성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수자의 범위가 넓지 않을 때도 있어서 몇몇 학우분들이 학소위의 방향성에 반감을 표출하는 일이 특히 온라인에서 많이 일어나요. 올해는 피해자가 2차 가해 사건을 접수한 사례가 정말 많았어요. 주변 사람들이 ‘너(피해자)는 이미 이 사건에 대해 사과를 들었고 우리는 그냥 우리 입장을 말한 것뿐인데 이게 왜 가해가 되냐’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는 거죠. 업무 자체보다도 피해호소인의 고통이 느껴질 때 (활동이)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몇몇 학생 대표자들이 ‘학소위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학소위를 인권침해 사안만 다루는 기구로 전환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그러면 학내 인권의식을 고취시키자는 저희 목적이 아예 사라져버리는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저희는 많이 슬펐거든요. 저희를 어떤 틀에 가두고 ‘너희는 이렇게 해’라고 하는 것 같아서. 이건 어려움보다는 안타까움인 것 같아요.

Q. 인권센터와 달리 학소위는 학생이 학생의 인권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을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공동체 내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하고 인권 관련 문제를 다룬다는 사실, 즉 ‘공동체적 해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유림 인권침해 사안은 공론화하기 어렵고, 사적인 영역에 국한되는 문제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공동체적 해결을 지향한다는 것은 각 사건 뒤에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있진 않은지 확인하는 거예요. 한 사건이 개인 간의 문제일 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인지 등을 생각해본다는 뜻입니다. 만약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개인 간의 사건들이 많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해보는 공론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백지원(지원) ‘이건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공동체가 같이 논의해봐야 될 문제야’라는 의견을 내는 일이 피해자중심주의적인 시각에 가까운 것 같아요.

Q. 서울대에서 학소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원 여러 인권 동아리들이 각자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이분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학소위는 여러 단위를 아울러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내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켜보는 주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보는데, 학소위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토론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면 소수자인 학생에게만 범위를 국한할 것인가 하는 지점이요. 아직 난민이나 노동단위 같은 곳에도 학소위가 개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진 않은 것 같아요. 학생이 노동자 생협 파업에는 왜 연대하냐는 말을 듣기도 했고요. 하지만 총학생회 산하의 존속가능한 기구로서 도움이 필요한 누구한테라도 문을 두드릴만한 창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서 학소위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현재 총학생회와 학소위는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서로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설정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성지 총학생회와는 서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소통하는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학소위에 파견된 총운영위원회 위원이나 중앙집행부원이 학소위 업무와 의견을 총학생회에 전달하거나 학소위원이 총운위에 가서 발제하는 등의 기존 소통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총학생회에 학소위의 업무를 보고하는 방식보다 서로의 업무를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을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유림 (총학생회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업들을 학소위가 단독적으로 진행해왔다는 느낌은 있어요. 학소위에서 주관하는 인권강연을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홍보해주거나 배리어프리 책자사업을 같이 진행하는 식으로 바뀐다면 협력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원 ‘학소위에 들어오기엔 내가 이들과 스탠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학소위에 오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의 인권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니까요. ‘내가 주류의견이 아닌 거 같아서 학소위에 못 오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없어야 하는 거죠. 우리는 그런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궁극적으로 모두를 위한 인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성지 이걸 보시고 학소위에 많이 들어와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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