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중앙동아리로 등록되면서 동아리방을 신청한 다솜공부방은 15동 법대에 공간을 얻어 활동했지만 2015년 법학전문대학원 리모델링 과정에서 쫓겨났다. 다시 동아리방 배정을 신청한 다솜공부방은 뒷순위로 밀려나 여전히 동아리방 없이 활동 중이다. 우쿨렐레 동아리 ‘알쿨’과 게임개발 동아리 ‘SNUGDC’는 올해 1월이 돼서야 동아리방을 배정받았는데 14년 동아리연합회(동연)에 정등록된 후 5년 만이었다. 이 외에도 ‘스누와드’, ‘피움’, ‘빗소리’, ‘스너퍼’, ‘밀당’ 등 6개의 단체가 동아리방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자치공간의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다.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존 단위와 갈등이 불가피하다. 올해 8월 총학생회 측에서 공간 심사와 관련된 규정들을 개정하면서 공간 사용 단위와 마찰을 빚기도 했었다. 과연 자치공간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일까.

구성 회원 명단 공개를 둘러싼 갈등
현재 학생 자치 활동을 위해 배정된 공간은 총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동연)가 나눠 관리하고 있다. 학생회관이나 두레문예관 등 중앙동아리에 배정돼 사용되는 공간은 동아리연합회 소관이다. 동아리연합회 회칙은 홀수년도 1학기마다 동아리방 재배치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2011년 제정된 동아리연합회 공간조정 시행세칙(동연 시행세칙)에 따르면 동연은 안전 점검이나 활동 심사 결과 징계를 받게 된 동아리에 대해 공간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 한편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나 문화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총학생회 산하기구, 자치언론, 생활협동조합 학생위원회 등이 사용하는 공간은 총학생회가 관리하는데, 총학생회 역시 자치공간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공간조정 시행세칙(총학 시행세칙)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매년 8월 진행되는 심사를 통해 연간 활동이 미비하거나 원래 목적과 다르게 공간이 활용된다고 판단되는 등 결격사유가 존재하는 동아리의 공간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총학생회는 올해 8월 11일 공간 관리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공간 사용 단위의 회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총학 시행세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학내에선 즉각 갈등이 불거졌다. 황운중(자유전공 14) 씨를 비롯한 5명의 학생을 중심으로 구성 회원 명단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총학 시행세칙 재개정안을 9월 29일 제38차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발의했으나 부결됐다. 한편, 회원 명단 공개에 반발하던 자치 단위에서 기존 총학 시행세칙에 근거해 구성 회원 명단 비공개를 두 차례에 걸쳐 총학생회 측에 요청하기도 했으나, 제37차, 제38차 총운위에서 모두 부결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올해 10월 열렸던 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는 구성 회원 명단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총학 시행세칙 재개정안이 다시 한 번 현장발의됐다. 하지만 전학대회가 정족수 미달로 폐회되면서 재개정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명단 공개가 원칙이지만 공개의 구체적인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됐다. 도정근(물리천문 15) 전 총학생회장은 11월 5일 “관련 안건을 다룰 전학대회 소집이 어려운 상태여서 당사자 단위들과 소통 후 (명단 공개 방식을) 확정하려 한다”고 밝혔으나, 11월 10일 사퇴의 뜻을 밝히면서 관련된 논의가 중단됐다. 이후 11월 24일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2차 운영위원회(연석회의)에서 명단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공간 사용 조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총학 시행세칙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결됐다. 송영민(물리천문 17) 전 연석회의장은 “(연석회의) 논의 결과 현행 총학 시행세칙에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실무를 담당할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으며, 전학대회를 통해 세칙이 개정되기 전까지 회원 명단 열람을 일시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칙 개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 12월 1일 새롭게 구성될 연석회의의 입장에 따라 보류했던 구성 회원 명단 공개가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8월 11일 개정된 현재 시행세칙에 따라 명단 공개 원칙이 유지되는 한, 연석회의의 결정만으로 명단 공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석회의에서 시행세칙 개정안의 방향을 포함한 특별위원회 구성안을 발의했던 인문대 이수빈(인문 17) 전 학생회장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공간 심사 시 명단을 확인 후 폐기하는 방향으로 안건을 구상했다”며 구성 회원 명단 비공개를 원칙으로 총학 시행세칙을 다시금 개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동아리가 나갈 때까지 기다려라?
동연 차원의 공간조정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동연 회칙상 홀수년도 1학기마다 동아리방 재배치가 가능하지만, 절차적, 실무적 어려움 때문에 재배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신규 동아리들은 기존 동아리들이 스스로 동아리방에서 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다. 동연 송재형(재료공학 17) 전 회장은 “공간 부족 등 여러 사정으로 올해는 공간 재배치를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사실상 동아리가 제명되는 경우가 아니면 개별 동아리의 동의 없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구조가 새로 등록된 동아리에 지나치게 불리하지 않냐는 질문에 송 전 회장은 “절대적인 공간 자체가 한정된 상황에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공간 전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공간조정에 있어서 효율성과 형평성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방 배치를 기다리는 신규 동아리들은 동아리방이 없어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현행 동아리방 심사 및 재배치 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구 동아리 ‘밀당’의 유의찬(화학 18) 회장은 “동연에 문의한 결과, (현재의 구조 하에선) 적어도 3~4년은 기다려야 동아리방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동아리방이 없어 회의를 위해서는 카페 등을 찾아야 하는데, 금전적으로 부담이 될뿐더러 많은 사람을 위한 자리를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회의를 하거나 회원들이 모여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동아리방의 필요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건 어렵겠지만 동아리방을 적극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원 조성 동아리 ‘피움’의 정진성(화학생물공학 16) 회장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정 회장은 “꽃을 다듬는 활동이나 회의를 할 때 공간이 없어서 불편하고 심지어는 택배를 시켜도 받을 공간이 없어 자취방에서 학교로 흙 포대를 나르기도 했다”면서 “일부 동아리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동아리나 동연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덧붙였다.

동아리방을 확보하지 못한 신규 동아리들은 이번에 당선된 동연 정규성(철학 17) 회장의 공약인 유휴공간 확보에 큰 기대를 보내고 있다. 정규성 회장은 “동아리방뿐만 아니라 연습실이나 세미나실도 공간이 부족해서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단과대에 소속되지 않은 건물 내 유휴공간을 조사해서 학생지원과와 협의 후 자치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동시에 동아리들을 감시하고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말을 마쳤다.
관리 주체들의 적극적인 대응 필요해
총학생회와 동연의 공간 관리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앞으로의 공간 관리 방안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총학생회 차원에서는 공간 관리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이나 개별 단위의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동연 차원에서는 원활한 공간 재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기존에 공간을 사용하던 동아리가 계속해서 공간을 사용하면서 신규 동아리들에 일방적으로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공간 배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치권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해 학생 자치 활동을 장려하는 일이다. 이수빈 전 인문대 학생회장은 “자치공간이 기존에 공간을 사용하던 단위들에 의해 관례적으로 세습되는 폐단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공간 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등 단체가 이행해야 할 책임을 강화하고 기존 사용 단위가 우선권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매해 새롭게 공간 사용 단위를 선정하도록 세칙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동연 차원에서도 신규 동아리들의 자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재배치 없이 기존 동아리들에게 공간 사용의 우선권을 제공하는 현행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