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가 내 연애를 걱정하는, 그야말로 ‘연애의 시대’다. 연애는 가벼운 안부인사에도, 무거운 청년담론에도 등장하는 그야말로 만능 소재다. 이렇게 연애는 어디에나 있지만, 연애 그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해보는 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대저널>은 연애에 대한 학생들의 생생한 생각을 들 어보고자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에서는 연애에서 사랑의 의미, 연애의 좋은 점과 힘든 점, 청년의 연애가 사회적으로 이해되는 방식 등에 대한 학생들의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좌담회는 여성 4명과 남성 2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좌담회 참가자의 신원보호를 위해 각 참가자는 익명으로 표기했다.
<좌담회 참가자 정보>
A : 13학번, 여성, 3년 째 연애 중
B : 13학번, 여성, 싱글
C : 14학번, 남성, 싱글
D : 15학번, 여성, 2년 째 연애 중
E : 12학번, 남성, 4년 째 연애 중
연애에 사랑보다 조건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랑이 결여된 연애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연애에서 사랑은 무엇일까?
D 글쎄, 사랑을 함부로 정의할 수 없는 게,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면 잘 챙겨주고 싶고 걱정이 되지만, 그건 친구끼리도 그렇지 않나. 스킨십 여부로 사랑을 판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떨리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하면 100일, 200일부터는 사실 없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랑을 모르겠다.
A 친구에 대한 마음과 연애대상에 대한 마음을 굳이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말을 친구와 연인한테 모두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사랑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이나 정신적인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마음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한다. 잠깐의 설렘이나 두근거림으로도 연애가 어느 정도는 지속될 수 있겠지만 그게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B 사랑을 어떤 로맨틱한 요소라고 정의 내린다면, 잘 모르겠다. 연애를 시작하거나 지탱하는 데 있어서 (사랑이) 일정부분은 중요하겠지만 나에게 결정적이진 않다.
연애, 대체 뭐가 좋을까?
C 언제든지 내가 보고 싶으면 만날 수 있고, 같이 놀 수 있고. 서로에게 우선순위가 높아서 좋을 것 같다.
A 가족이나 친구들한테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나 감정의 기복을 다 털어놓고 공감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가끔씩 우울하다든가 자존감이 낮아질 때 위로를 받고 스스로의 가치를 좀 더 높게 평가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을 때가 있다.
E 연인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끝판왕’같은 사람인 것 같다.
D 연애하면 당연히 좋은 거 아닌가? 좋으니까 이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겠나.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긴 것 아닌가. 심지어 나랑 피도 한 방울 안 섞였는데 예쁘다고 해주고, 만나고 싶다고 해주고, 귀하게 해주고. 그 자체로도 너무 좋은 것 같다.
B 한 사람의 삶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연애 할 때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예쁘다”, “소중하다”, “괜찮다” 는 말은 연애하지 않는 관계에서도 할 수 있지만, 연애를 하면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E 연애는 나 자신을 어제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사랑이라는 게 사실 만만치 않지 않나. 연애는 서로를 독점하는 건데, 그 독점을 하기 위해서라도 서로의 기준에 맞는 상태까지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학업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꾸준하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A 연애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알게 된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내 감정 상태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할 일이 일상적으로 없는데, 남자친구랑 있으면 그런 게 훨씬 더 잦아 지는 것 같고… 남자친구를 위해서 뭔가를 준비하면서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이런 것에 기쁨을 느끼는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하는 것 같다.
D 그런 거 힘들지 않나? 연애하면서 내 감정의 끝바닥을 봐야 하고, 그걸 표현해야 하고. 나는 ‘내가 이렇게까지 자존심 상하고 추접해지면서까지 이 연애를 계속 해야 하나?’ 할 때도 있었다. 나라는 사람을 끝까지 보게 해서 너무 힘든 것 같다, 연애가.
C 나는 그래서 좋은 것 같다. 보통 살면서는 그런 경험 못해보지 않나, 연애 아니면.
D 좋은 경험인데 힘든 경험인 것 같다.

연애, 힘들지는 않나?
E 에너지랑 시간을 많이 써야한다는 점이 힘들다. 군대에 있을 때 그게 힘들었다. 운 좋게 서울과 가까운 곳에 있었고 휴가를 자주 나올 수 있었지만 (여자친구 만나러) 휴가 나오려고 헌혈도 하고, 마음에도 없는 텝스 시험 보러 나오고. (그 원동력을) 사랑이라 하기엔 부끄럽긴 한데, 어쨌든 그렇게 하게 만 드는 원동력이 없었으면 지쳐버렸을 것 같다.
A 연락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치가 서로 달라서 힘들었다. 그로 인한 서운함이 누적되면서 나중에는 폭언을 하게 되더라. 그래도 오래 연애를 하면서 서운한 점을 그때그때 말하고 푸는 요령이 생긴 것 같다.
E 돈이 많이 드는 것 같다. 맛있는 걸 좋아하는데 여자친구도 그래서. (웃음)
B 경제적 차이로 인한 부담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상대가) 사줬으면 나도 사야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저번 남자친구는 직장이 있다 보니 학생인 나에게 다 사주려고 했는데, 그럴 때 마다 갚아야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A 할 게 없어서 고민할 때도 있다. “뭐하지?” 이러면 “일단 밥 먹을까” 이러고 밥 먹고. “뭐하지?” 그러면 “뭐 먹으러 갈까” 하면서 또 먹고… (웃음) 아니면 “오늘은 일찍 들어갈까” 이럴 때도 있는데 사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좀 지루해지더라.
D 나도 그런 경우 많았다. 영화관 카페 밥, 영화관 카페 밥 반복하고.
B 연애를 계속 하다보면 회의가 들 때도 있는 것 같다.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거지 않나. 만날 때 꾸미는 게 즐겁긴 하지만(어느순간) ‘아,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D 나는 이번 연애가 끝나면 1년 간은 연애를 안 하고 싶다. 수능이 끝나고부터 지금까지 남자친구가 계속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핸드폰 하루 종일 한 번도 안보고, 방에서 멍 때리고, 책도 읽는, 나를 위한 시간.
연애, 어떻게 시작될까?
A 잠재적 연애 대상자에 대한 끌림의 주파수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한다. 대인관계 측면에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정도의 주파수가 있으면, 연애 상대에 대한 특정한 주파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잘 맞으면 연애를 하는 거 아닐까?
B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좋은데, 배울 점이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누군가와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까 언급됐던 주파수 같은 게 아닐까? 그런 주파수가 단적으로 얘기하면 성적인 매력일 것 같다. 그런 여러가지가 합쳐지지 않을까 하는 느낌.
E 외적인 매력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거기에 더해서 나와 그 사람이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려왔으면 좋겠다. 근데 사실 연애는 운인 것 같다. 그 때 그 사람의 타이밍이 다 있지 않나. 돈도 좀 있고 시간도 많고 건강하기도 하고. 그 때랑 그 때가 서로 만나야 하는 것 같다.
A 나는 돌이켜보면 연애 여부를 굉장히 빨리 결정했던 것 같다. 근데 지금 연애경력이 좀 쌓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상황적 요인도 약간은 고려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미필인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 같고.(웃음) 조금은 멀리 내다봐야 할 것 같다.
E 공감한다. 근데 다시 돌아가도 빨리 결정할 것 같다. 시험 볼 때도 거의 보통은 처음에 찍은 게 답이잖나.

연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존재한다고 느끼나?
모두 그렇다.
B 그런 말 많이 듣지 않나. “너 왜 연애 안 하냐?” “젊을 때 연애해야지.” “연애는 어릴 때 많이 해봐야 돼.” 잘 모르겠다. 조언이랍시고 말하는 게 연애를 하지 않고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할 때가 있다. 그리고 항상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약간은 성차별적인 느낌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여자는 어릴 때 제일 예뻐, 그 때 꼭 연애를 해야 돼,그런 식으로 연결되는 이상한 구조가 폭력적이라고 느낀다.
A 연애 여부가 스펙이 되는 사회라고도 하는데, 누구랑 사귀는지도 하나의 스펙이 되는 거 같아서 불쾌할 때가 많다. 내가 서울대생이라서 더 그럴 수도 있는데,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면 어떤 대학 다니는지를 가장 먼저 물어보더라. 그때마다 ‘그 게 왜 그렇게 궁금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을 때 한심하다, 미련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남자친구가 그분들에게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평가 대상이 된다는 게 불편했다.
E 사실 연애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잖나. 그런 노력을 쏟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 있을 때 연애를 하는거고. 나도 그걸 알고 있지만, 연애 오래 안하는 친구들을 보면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소개팅도 시켜주려고 한다. 생각해보면 폭력 같기도 한데.
C “넌 지금까지 여자친구도 없냐”는 이야기를 좀 듣는데, 사실 이게 마음처럼 잘 되는게 아니지않나.(웃음)
D 너무 오래 연애를 안 하면 바보처럼 본다. 능력이 없는 것처럼. ‘모태솔로’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그런 담론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난 모태솔로지만 슬프지 않아’하면서 눈물 흘리고 있는 사진, “연애하니까 나는 승리자”같은 말. 이런 걸 개그코드로 사용하는 담론 자체가 그런 시선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A 그보다도 훨씬 이전부터 ‘기죽지마라 우리는 무적의 솔로부대다’ 같은 ‘짤’이 많이 돌아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그런 게 솔로가 커플에 비해서 열등한 상태라는 걸 내포하잖나. 그 때부터 ‘커플과 솔로가 다른 급으로 여겨지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B 나는 자존감이랑 연애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 두 가지를 엮어서 표현하려는 시도들이 많더라. 연애하는 사람 중에서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있고 연애를 하지 않는데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도 있는데. 자존감이 낮아 연애를 못한다거나 연애를 못해서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생각들이 이미 사회적으로 연애에 대한 어떤 이미지가 정해져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같다.
A 약간은 벗어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연애가 어떤 사람을 규정하는 큰 요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랜만에 친구랑 만나서 대화를 할 때 남자친구 이야기를 안 물어보는 게 고마울 때가 있다. 그 사람들은 내가 연애기간이 길고 남자친구가 내게 있어서 큰 부분이라는 걸 알잖나. 근데 그 영역을 건드리지 않고도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게, 나를 나 자체로 봐주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많은 2,30 대의 미혼남녀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압박을 경험한다. ⓒ이츄
연애, 정말 필요할까?
D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완전히 섹슈얼한 목적으로 하든, 어떤 한 사람과의 깊은 인간관 계를 통해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든, 연애를 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삶에서 좋은 경험인 건 맞는 거 같다.
B 연애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는데, 항상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연애로 이어지는 거지, 연애를 하기 위해서 연애를 하는 건 아니잖나.
A 연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하는 거 같다. 내 남자친구는 연애를 하면서 다른 성의 반 쪽 세상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알게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 연애를 하면서 더 성숙해지는 경우도 많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한번쯤 이뤄야할, 도전해야 할 영역이라고 하면 그건 오히려 그런 연애의 본질을 해치는 일인 것 같다.
B 수단적인 측면도 있는 거 같다. 동아리도 처음 가면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연애하고 계세요?’ 하고 물어보잖나. 사회적으로도 모솔에 대해서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이런 표현이 좀 웃기긴 한데, 주눅 들지 않으려면 일부러라도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연애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건 연애가 다른 인간관계들과 다르기 때문일까?
B 밀착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에서 다른 관계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서로 간에 두어야하는 거리가 가장 좁아질 수 있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A 사실 특별함을 일부러라도 만들어가는 과정이 둘의 관계를 좀 더 친밀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징징’거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내가 고민을 하다가 뭔가를 털어놓으면, ‘나한테는 다 괜찮아’,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 게 ‘우리는 연인사이니까 너는 나한테 수고로움을 요구를 해도 괜찮아’라는 느낌을 준다.
E 그 사람한테만 관대해지는 게 신기한 거 같다.
D 나도 연애하면서 그런 거 느꼈다. 여성혐오가 한창 이슈여서 같이 얘기를 하는데 남자친구가 여성혐오 기사에 나온 이야기를 이해를 못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페미니즘을 배우려고 저번 학기에 ‘페미니즘의 이해’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가치관을 바꾸는 건 연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같다.
연애가 무엇일까?
D 같이 있는 미래를 계속 상상해 보는 거 아닐까? 서로에게 부부만큼의 책임감이 없는데도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잖나.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우리 몇 주 뒤에, 몇 달 뒤에 이거하자, 이런식으로. 더 멀리 나가면 우리 결혼해서 어떤 집에 살자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거고.
C 연기하는 것 같다, 그 사람 맘에 들려고.
E 일종의 도박 같기도 하다. 올인하는 대신 잃으면 좋은 사람 하나를 완전히 잃게 되잖나.
A 호혜적인 약속인 거 같다. 친구라면 ‘이 친구는 이런 면이 있군’ 하면서 넘어갈텐데 연애를 시작할 때는 ‘난 너에게 어느 정도는 맞춰줄 수 있어’라고 전제하고 들어가니까.
B 잘 모르겠는데,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너무 달라서 정의내리기가 힘든 거 같다. 내가 연애라고 생각하면 연애고, 연애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게 아닐까? 그냥 자기가 정의내리기 나름이라고 모호하게 대답하고 싶다.
E 너무 어려운 거 같다. 한없이 깊어지려면 깊어질 수 있으면서도 한없이 가벼우려면 가벼울 수 있는, 그런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