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강사들이 겪는 처우의 문제는 하루 이틀 지속된 것이 아니다. 1977년 유신 정권 말기 교육법 개정으로 강사들의 교원 지위가 박탈당한 이후, 시간강사들은 지속적인 고용 불안과 낮은 임금, 차별적 대우에 시달려왔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 시간강사는 지위와 교육활동적 가치를 인정받고 전임교원에 비례하는 합리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개선을 권고했으나 이후 어떠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는 2010년 조선 대학교 故서정민 강사가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됐다.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보장하는 ‘시간강사법’이 제정된 것도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흔히 ‘시간강사법(강사법)’이라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시간강사들에게 법률적인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의 임용 기간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강사법은 2011년 12월 최초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2012년과 2013년, 2015년에 걸쳐 총 세 차례 유예됐다. 법령시행 이후 발생할 비용에 대한 대학 측의 우려와 강사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강사들의 반발, 정부의 방관이 맞물려 발생한 일이었다. 시간강사 처우 문제의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졌던 강사법마저 2018년까지 유예된 지금 약 8만 명이 넘는 전국의 시간강사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 2010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선대 故서정민 강사의 죽음은 시간강사 처우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문제의 ‘9시간 조항’, 접점은 어디에?
강사법을 둘러싼 논란은 그 골이 매우 깊다. 정부와 대학뿐만 아니라 강사들 내부에서도 강사법 시행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는 강사법의 내용을 두고 강사들 각자가 중점을 두는 가치가 다를 뿐만 아니라, 법의 시행 이후 전개될 상황에 대한 예측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강사법이 통과되면 강사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강사법의 전면 폐기 및 재제정을 주장하는 한편, 어떤 이는 이미 교원지위를 부여받은 강사들의 해고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강사법이 우선 통과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모든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법을 시행할 것인지, 당장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법을 우선 시행한 뒤 추후에 미흡한 부분을 수정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의 핵심은 ‘9시간 조항’에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 6조에서는 대학의 교원이 매주 9시간 이상의 교수시간을 가져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즉, 시간강사들에게 교원의 지위가 부여될 경우 강사들 또한 이 조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 9시간 이상 강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강사가 적게는 3학점, 많게는 6학점의 강의를 맡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 조항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설 강의의 수를 그대로 둔 채 강사들에게 주 9시간 이상의 강의를 부여하면 강의를 할 수 있는 강사의 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사법이 대량 해고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생겨난 것이었다.
‘9시간 조항’이 불러올 것이라 생각되는 대량 해고 사태를 근거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비정규노조)’ 측에서는 강사 법의 전면 폐기를 주장한다. 비정규노조 임순광 위원장은 “부산대의 경우 강사 2천 명 중 절반 이상이 잘려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대학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강사법이 불러올 해고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비정규노조 측은 현재 마련된 법안을 폐기한 후 보다 실효성 있는 새 법안을 처음부터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강사들의 입장이 이와 같은 것은 아니다. 비정규노조의 입장과 달리 강사법의 우선 시행을 지지하는 강사들도 다수 있다. 현재의 조건대로 강사법을 시행하더라도 비정규노조가 우려하는 것처럼 대량 해고가 발생할지는 예단할 수 없고, 강사들의 법적 지위를 하루빨리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Humanitas College) 이병주 강사는 “강사법이 통과되더라도 2/3 가량이 해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강사들 개인이 가지는 전문성은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대량 해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비췄다. 덧붙여 이 씨는 “우선 교원의 지위를 부여받아야 정리해고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강사법 시행을 지지했다.
강사들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아 혼선을 겪는 와중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시간강사 문제를 방관해 왔다. 강사법이 통과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행정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대학 및 시간강사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제출하자 교육부는 뒤늦게 협의체 구성에 나섰다.

▲ 2015년 발간된 <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 시간강사 김민섭 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 도서출판은행나무
지속되는 논란 속 강사 처우는 여전… 시스템 개선 절실해
5년 가까이 지속된 강사법 논란 속에 강사들의 처우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강사법 시행에 대한 논란을 떠나 강사들의 법적 지위가 확보돼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강사들의 지위를 규정하고 그들의 처우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 없이는 시간강사 처우 문제의 해결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오 연구원은 “어떤 경우든 시간강사의 처우는 개선돼야 한다”며 여러 논란을 떠나 강사들의 처우 개선이 속히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강사법이 유예되는 2년 동안 강사와 정부, 대학의 타협점이 마련돼야 한다. 문제의 ‘9시간 조항’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어 교수시간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과 ▲실제로 5학점 수업을 하더라도 실질적인 노동시간을 고려해 15학점 수업을 한 것으로 인정하는 ‘3배수 계산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단행본 《나는지방 대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 씨는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 강의하는 시간, 학생들을 지도하는 시간을 모두 고려해 수업시간에 3을 곱해 근로시간을 계산하는 것이 강사의 노동자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강사법의 시행으로 강사들에게 교원의 지위가 부여되면 강사들의 처우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지난해 경희대학교에서 해고된 강사 채효정 씨는 “강사법이 통과되면 강사들이 강의 개설권을 얻고 교과과정 심의 및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등 대학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 지위의 보장과 더불어 실질적인 처우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 시간강사들은 건강보험, 퇴직금, 연금 등 교원에게 부여되는 복지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불안한 고용에 더해 이토록 열악한 처우에서 높은 노동의 질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김민섭 씨는 “노동자로서 노동하는데 사회적 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자존감의 상실은 곧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며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강사들에게도 적절한 사회적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 이용과 공간 제공 등에 있어서도 다른 교원들과 차별 없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 현재 강사들에게는 마땅한 공간이 주어지지 않아 대다수의 강사들이 수업 준비를 위해 자동차, 학생식당, 카페로 내몰리고 있다. 4개월마다 끊기는 계약 탓에 도서관 등 시설 이용에도 지장이 생겨 연구 활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서울대 지부 박배균 교수(지리교육과)는 “지금은 시간강사로 채용되더라도 어떠한 공간도 배정받지 못한다”며 시간강사들에게 연구를 위한 적절한 환경이 제공돼야 함을 역설했다.
채용 시스템의 개선도 절실하다. 현재 시간강사의 채용은 특별한 기준 없이 폐쇄적으로 이뤄져 많은 병폐를 양산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공개채용을 실시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채용은 학과에서 내부적으로, 주로 인맥에 의존해 이뤄진다. 때문에 일자리를 알아보는 모든 강사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부여되지 못하고, 채용 과정에서 부조리가 발생하더라도 시정할 방법이 없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박배균 교수는 “시간강사의 채용은 비공식적으로 인맥에 의해 이뤄질 뿐만아니라 일관된 규정도 없다”며 “강사의 채용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채효정 해고강사는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가 “부당함을 당하고도 발언하지 않은 대가”라며 강사들의 적극적 자세를 촉구했다. © 문주은 사진기자
강사의 삶은 곧 한국 사회의 단면,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주체는 바로 정부다. 교원의 임용과 관리가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현재로서는 대학이 나서 이 문제를 시정할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의 채용 및 관리는 대학의 자율사항”이라며, 강사의 임용과 관련해 교육부가 어떤 지침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 없이 대학이 독자적으로 시간강사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대다수의 대학이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적 압박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삼오 연구원은 “사립대학의 경우 (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비용부담을 직접 해야 하는데 현재 사립대학이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과 더불어 대학의 책임 있는 자세도 요구된다. 시간강사를 채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학의 권한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박배균 교수는 “시간강사 임용의 궁극적인 책임은 총장에게 있다”며 강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총장을 비롯한 대학본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강사들의 목소리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이다. 시간강사의 처우 문제는 20년 가까이 지속돼왔지만, 강사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일어난 일이다. 채효정 씨는 “시간강사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부당함을 당하고도 발언하지 않은 것”이라며 강사들이 직접 나서 시간강사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