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5월 18일 서울대학교와 국방부는 군 복무 중 원격수업을 통한 학점취득제도 시행을 골자로 한 MOU를 체결했다. ⓒ서울대학교 홍보팀
지난 5월 서울대학교와 국방부는 군복무중인 학생들의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위해 ‘군복무중 원격수업 학점이수제도’를 골자로 한 협정을 체결했다. 원격수업 학점이수제도는 2016년 1학기 동안 시범 운영을 거친 후 2016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군 복무 중인 학생들도 학점을 취득할수 있는 길이 마련될 전망이다. 제도의 시행으로 군 복무중 학생들의 학습권이보장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구체적인 운영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원격 수업’은 군 휴학 중인 학생들의 학점 취득을 위해 따로 개설된 강좌로,군 휴학생은 학기당 3학점, 복무 기간동안 최대 6학점의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원격수업의 수강료는 계절학기 규정을 따르며, 개설 교과목은 ‘군 휴학생원격수업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기초교육위원회 및 본부학사운영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성적은 S/U 또는 A~F로 부여하되 평점평균 산출시 반영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학적부에 ‘군 휴학 중 학점 취득’ 사항이 명시된다. 수강신청 취소는 재학생과 마찬가지로 수업일수 1/2 이전까지 가능하다. 만약 전역 또는 소집해제가 수업일수 1/4이전에 예정돼있을 경우 원격수업 수강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 수업일수1/4 이후 전역하더라도 전역 전에 신청한 원격수업은 계속 이수할 수 있다. 아울러 입대 전 수강한 강의를 원격수업으로 재수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원격이수로 이수한 강의를 제대 후 재수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1학기에는 원격수업 제도가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시범으로 운영된다. 개설과목으로는 학생들의 인기와 온라인 강의 경력을 고려해 이준구 교수의 ‘경제원론1’과 전상직 교수의 ‘음악의원리’가 개설될 예정이다. 이번 시범운영에서는 수강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학점 취득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수업은 ‘서울대학교 열린교육사이트(SNUON)’를 통해 진행되며 기존의 홈페이지에서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강의를 활용해 진행될 예정이다.
좋은 취지,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
‘군복무중 원격수업 학점이수제도’는군 휴학 학생들의 자기 계발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국방부가 추진해온 사업이다. 국방부는 교육부와의 협의를 통해 제도 보완에 힘쓰는 한편 많은 대학의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지역별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출범 첫해에 6개였던 참여 대학은 2015년 상반기 기준 115개로 증가했다. 이는 전국 대학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설강의 또한 2010년 2215개에서 2015년3340개로 늘어났다.

▲ 2007~2015년 원격강의 학점이수제도의 참여대학, 개설강좌 수치
ⓒ국방부
국방부는 그간 대학의 자율적인 신청을 바탕으로 원격수업제도를 시행해왔지만, 서울 주요 대학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014년 서울대 측에 먼저 제도 시행을 제안했다. 그 결과 2015년 서울대학교는 국내 대학 최초로 국방부와 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협력 분야는 ▲군 복무 중 원격강좌를 통한 학점인정제 운영 ▲군 복무 중인 서울대학생들의 출석 수업을 위한 여건 확대 ▲교육 및 연구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및 학술 정보 교류 등이다. 이후 본부 측은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해 군 복무중 학점 이수 제도 관련 운영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본부 측에서 밝힌 운영 방침의 실효성에 대해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군 휴학생이 취득할 수 있는 학점은 학기당 3학점, 복무 중 총 6학점 이내인데, 이는 군 휴학생들의 학업 단절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준구 교수(경제학부)는 “약 2년이나 되는 군 휴학 기간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적은 편”이라며 “학생들이 좀 더많은 혜택을 볼 수 있게 최대 취득 학점 상한선을 늘릴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또한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교육부와의 협의를 통해 학기당 3학점, 연 6학점 이내였던 규정을 학기당 6학점, 연 12학점 이내로 조정한 바 있다.
이처럼 국방부가 나서 관련 제도를 손봤지만 결국 궁극적인 시행의 몫은 대학 측에 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나서 학칙을 수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 본부 관계자는 “지금은 시범운영 과정으로 아직 학칙 수정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단계”라며 “제도를 1-2년 정도 운영해본 후 자기계발과 학업단절 극복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면 (학칙 수정을) 논의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제도의 개선이 어려움을 밝혔다.
군 휴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으려면 개설 강의의 종류와 개수 또한 대폭 늘려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이준구 교수는 타 대학과의 강의 연계에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학끼리 강의를 연계할 경우 보다 많은 강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단독으로 모든 강의를 개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대학들 간의 제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상대학교의 경우 자체 제작한 강의를 주변 10여 개 대학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처럼 학교들끼리 강의를 연계 및 공유할 경우 군 휴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강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 개선 시급
전공 수업의 운영 가능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학과에 편중된 전공 수업 운영이 불러올 형평성의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박성현(전기·정보공학 15) 씨는 “문과 계열의 전공과 달리 실험과 보고서가 주를 이루는 이과 계열의 전공과목이 개설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이공계열 전공 수업의 원격이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본부 관계자는 “공대, 음대 (수업) 등 실험이나 실습이 필수인 과목보다는 전공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인문, 사회대 전공이나 교양 과목 위주로 개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군대 내 사이버지식정보방의 모습 ⓒ뉴스1
무엇보다 원격수업 제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군대 내 열악한 PC 이용 환경이다. 군 휴학생이 복무 중 원격수업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군대 내 학습을 위한 환경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군부대는 원격수업 제도를 활용하기에 적합한 학습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제도 운영에 어려움을 빚고 있다. 원격수업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A 씨는 “군 복무 시절 원격 수업을 듣고자 했지만, 우리 부대의 경우 원격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해 강의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2015년 5월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재 원격 이수 제도로 군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병사는 6800여 명에 그친다. 이는 35만여 명에 달하는 전국 대학생 병사 수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때문에 원활한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군 PC 학습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강의 수강 및 학습에 필요한 교재를 마련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강의 담당자가 온라인으로 교재를 업로드하지 않는 이상 군대에서 교재를 구하기는쉽지 않다. 나아가 군 휴학생을 위한 강의 플랫폼도 보다 구체적으로 확립될 필요가 있다. 그중 특히 출석이나 시험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교수학습개발센터 관계자는 “SNUON 강의 플랫폼은 유지하되 학점 관리 시스템과 군 휴학생용 출석 시스템은 고도화를 통해 개발 및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군복무 중인 서울대 학생은 연평균 1600여 명에 달한다. 원격수업 학점이수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턱없이 적은 이수 가능 학점 수와 미비한 온라인 학사관리 시스템 등 아직은 갈 길이 멀어보인다. 새로 도입되는 ‘군복무 중 원격수업 학점이수제도’가 잘 정착하기 위해서 국방부와 학교의 적극적인 관심이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