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 거주하는 미등록이주아동은 2013년 기준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등록이주아동이란 비자가 허용하는 체류기간을 넘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가정의 자녀를 말한다. 아동으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미등록이주아동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 2014년 12월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이 발의됐다. <서울대저널>은 이 법안의 대표발의자인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에게서 법안 제정의 취지와 법안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었다.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의 배경
이주아동들의 교육권, 건강권, 보육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은 2006년부터 있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김동성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자로 ‘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을 제출했지만 1년 간 계류되다가 2012년 4월 18대 국회의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2014년 12월에 제출된‘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은 김동성 의원의 법안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이자스민 의원은 이를 위해 2012년부터 23개 시민사회단체와 네트워크를 결성해 법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10년 가까이 이주아동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온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주아동들이 아동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의 주 대상은 미등록이주아동이다. 부모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후 부모가 불법체류자가 되면서 아동의 체류자격도 상실된 만 18세 미만의 불법체류자 아동과 불법체류자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아동이 포괄된다. 부모의 신분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아동의 출생이나 거주 사실이 신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해당 아동들은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건강보험과 의무교육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현행 법 체계와 제도가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에 부족하다는 점도 법안 발의의 필요성을 강화했다. 미등록이주아동이어도 교육부의 내부지침인 ‘다문화학생 학적관리 매뉴얼’에 따라 국내 초·중등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강제력이 없는 내부지침이기 때문에 학교장 재량이나 서류미비를 이유로 이주아동의 입학이 거부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관련자들의 정보부재 역시 아동의 기본권리 보장을 가로막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법’ 상 의무교육을 받는 아동은 교육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강제출국이 유예된다. 그러나 이자스민 의원은“ 일선경찰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정착 내부지침의 존재조차 몰라 아동의 강제출국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아동권리기본보장법안’ 주요 내용 이주아동권리기본보장법안은 이주아동의 출생등록, 이주아동정책계획의 수립, 이주아동 및 그 부모의 특별체류자격 부여 및 강제퇴거로부터의 보호, 이주아동의 기본 권리보장을 골자로 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이주아동의 출생등록 보장이다. 이자스민 의원은“ 아동의 출생등록은 아동의 한국 내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아동의 출생등록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고 정책수립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리라 기대된다. 이주아동이 보장받을 기본권리는 크게 교육권, 건강권, 보호·양육권으로 분류된다. 건강권의 경우 필수예방접종과 필요에 따른 의료급여 수여를 명시했다. 보호·양육권은 양육비 지원 외에도 아동학대로부터의 방지와 보호,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서비스 지원이 언급됐다. 교육권에 대해 이 의원은 “교육은 성장과정과 인격실현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평등한 교육기회의 부여와 함께 연령별, 발달단계에 적절한 학습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과제 법안 제출 이후 사회 곳곳에서 법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졌다. 그 중 하나는 법안이 자칫 불법 체류자들의 지위를 인정함으로써 국내 불법체류자들의 숫자를 대거 늘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법무부 역시 해당 법안 속‘ 아동 및 부모의 특별체류자격부여 및 강제퇴거로부터의 보호’ 부분이‘출입국관리법’이 규정하는 체류자격과 충돌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에 대해 이자스민 의원은 “법안은 전적으로 ‘이주아동의 인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부모의 존재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절실하다”는 말로 반론했다. 다만 이 의원은“ 부모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동을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세부적인 규정을 통해 우려를 불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의원은 “현행 출입국관리법의 제61조에 체류허가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호응될 수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 법무부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아동이 한국국적이 없는 경우 국민의 권리인 교육과 건강복지를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결국 아동들은 한국에서 성장한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말과 함께“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이 자칫 미래 사회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될 가능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의원은 “법안에 규정돼있는 실태조사를 통해 장기적으로 이 아이들이 납세의 의무를 지게 하는 등으로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향후 법안의 방향을 밝혔다. 아동의 출생등록이 결국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 의원 측은“ 출생등록이 한국 국적 취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태어나서 한국에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절차”라 말했다. 지난 4월 임시 국회에서 다뤄진 후 8개월 동안‘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은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상태다. 제19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당 법안은 과거의 이주아동법안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자스민 의원은“ 이주아동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이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결국 사회 내부 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