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 자녀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을 이뤘고 한류를 통해 좋은 이미지가 전해져 이주민들의 유입이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이주아동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대저널>은 전문가와 활동가들에게서 이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아래 네 아동의 사례는 석원정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장, 한국다문화학교 교사 김영임 씨와 서울 서남 지역 초등학교 교사 Y씨를 통해 수집했다.
“너 다문화네?”
A양(9)은 교실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학기 초 조회 시간 학적부를 넘겨보던 담임선생님이 친구들이 있는 데서 A양에게 “너 다문화네?”라고 물은 것이다. A양의 어머니는 몽골 출신이고 아버지는 한국인이다. 순간 A양은 놀라서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선생님은 왜 아니냐고 하며 A양을 당황하게 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부터 A양은 교실 안에서 친구들의 눈치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혹여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주아동들의 상황과 배경은 부모의 출신국, 아동의 출생지나 국적 유무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이들은 그저 ‘우리와 다른 외국 아동’일 뿐이다. 국제결혼가정 자녀를 부르던 혼혈이라는 말은 2000년대 들어 다문화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순혈보다 열등하다는 인식 대신 가족 내 문화적 풍요로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이것은 점차 이주민 전체를 아우르는 의미로도 확장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문화’가 한국 가족과는 다른 조건을 가진 취약계층을 지시하는 의미와 동일시되면서 다시 열등성의 기호를 띄기 시작했다. 연세대 김현미 교수(문화인류학과)는 “단일민족중심주의 하에서는 외국인들의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 자녀에 대한 시민단체의 활동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한국 사회의 인식이 좋아진 편은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제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12)’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 반(反)다문화정책 카페만 20개가 활동 중이다. 한경구 교수(자유전공학부)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불평등을 감수하고 이주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하면서도 세금 등의 부담 증가는 꺼리는 간극을 보인다”고 말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한국 사회는 특히 아시아권 출신 이주민을 기본적으로 위험한 존재로 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석원정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장은 “부모가 동남아시아권 출신이 아니라 소위 미주나 유럽 출신인 경우에도 차별대우를 받는다. 부모 중 한 쪽이 캐나다 출신인 한 다문화가정 자녀는 선생님에게서 왜 김치를 먹지 못하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타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억지로 동화시키려는 태도를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아동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차별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문화중점학교 교사 Y씨는 “우리학교는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45%이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너와 나의 구별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인원수가 확실히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미 교수는 “한국에 대한 이주민의 공헌을 학교에서 교육함으로써 이주아동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이주민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오늘도 무사히…
B군(12)은 매일 아침마다 집을 나설 때 엄마와 약속을 한다. “집에 왔는데 엄마 없으면 안산에 사는 삼촌에게 연락해야 돼. 오늘도 학교 무사히 다녀오고 이따 집에서 꼭 만나” B군의 부모는 비자 기간이 만료돼 언제든 단속 추방당할 수 있는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B군의 사례와 같이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 추방의 위험이다. 언제 어떻게 추방될지 모르다보니 불법체류자 단속이 빈번한 지역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추방의 대상에는 불법체류자 성인 뿐 아니라 아동도 해당된다. 2008년부터 5년간 불법체류 중인 미성년자 15명이 강제 추방된 이후 시민단체에서는 정부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다. 아동이 강제추방 돼서도 안 될뿐더러 보호자도 없이 보호소에서 지내고 수갑을 찬 채로 출국시키는 것은 인권을 무시한 처사였다는 이유다. 그 결과 법무부는 2013년 12월부터 불법체류 아동의 체류를 묵시적으로 허용했다. 아동이 학교를 다니는 경우 과정을 마칠 때까지는 강제 출국을 유예하고, 단속돼 보호 중인 부모도 출국조치가 원칙이지만 부득이한 경우 한시적 체류를 허용한 것이다. 이를테면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미등록 이주아동의 출국은 중학교 전 과정을 마칠 때까지 유예된다.
하지만 걱정을 놓을 수만은 없다. 석원정 센터장은 “추방유예는 법률상 명시하는 내용이 아니라 내규이기 때문에 언제든 바뀔 여지가 있고, 타 공무원들이 이를 숙지하지 못하면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추방유예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보다 확실한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자가 없다는 것의 의미
학교에 간 B군은 점심시간에 컴퓨터실에서 친구들이 온라인 게임하는 것을 지켜본다. 친구들은 같이 하자고 권하지만 B군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등록 아동의 경우 제한되는 권리가 많다. 안산에 위치한 한국다문화학교 교사 김영임 씨는 “우스울 수 있는 말이지만 다문화 자녀는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미등록 아동은 교육 격차를 겪을 뿐 아니라 의료와 같이 사회적인 영역에서도 소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17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불법체류자나 난민은 이곳에서 한국어 교실의 혜택을 누릴 수가 없었다. 연세대 김현미 교수(문화인류학과)는 “지원 대상의 범위가 넓어졌지만 불법체류자나 난민들 스스로 못 간다는 인식이 강해 아직 센터까지 찾아가지는 못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태권도 검정시험에 응시하거나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는 등 우리가 국민으로서 누렸던 자연스러운 조건이 이주자 자녀에게는 통하지 않는 게 많다”고 말했다. 석원정 센터장은 “신분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급식비 인출 계좌를 만들 수도 없고 사이버 교수학습지원센터인 ‘꿀맛닷컴’ 사이트도 이용할 수 없다”며 아동들이 놓인 제한적인 현실을 설명했다.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발의됐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아동들이 놓인 교육·의료·생활의 영역에서의 법적 사각지대가 오히려 미래 사회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안을 통해 잠재적인 위험을 예방함으로써 이주아동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지리라 본다”고 법안의 취지를 소개했다.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화를 통해 이주아동들의 불안정한 삶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멈춰버린 꿈
C군(12)의 부모님은 중국 출신의 이주노동자로 5년 전 아들을 고향에 두고 먼저 한국에 왔다. 친척 집에서 어느 정도 자란 C군은 작년에 한국으로 들어와 다문화중점학교에 전입했다. C군은 한국에 체류한지 2년이 되지 않았고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예비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올해 C군은 6학년이 되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며칠 전 정부에서 하는 설문조사를 하면서다. 문항에서는 앞으로 중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한국에 남을 것인지, 진학은 어디까지 하고 싶은지 혹은 바로 일자리를 구할 것인지 물었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C군은 한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계속 지내고 싶기 때문에 망설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다문화학생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다. 가장 현실적인 부분은 상급학교 진학 문제다. 2015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다문화학생 학업중단률은 초등학교 0.8%, 중학교 1.2%, 고등학교 2.1%로 상급학교로 갈수록 그 비율이 높아졌다. 학생들이 학업중단을 하는 이유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따돌림의 문제나 한국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복합적인 현실 때문이다.
활동가들은 아동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활발하다가도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한다. 김영임 씨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는 꿈이 다양하다가도, 청소년기에 들면서 자신감이 없어진다”며 “사회적으로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시 원곡동에 위치한 안산이주민센터의 강희숙 교육문화팀장은 “특히 불법체류 학생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중학교를 진학할 때부터 스스로 두려워한다”며 “아이에게 과연 공부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안산이주민센터 강희숙 교육팀장은 “불법체류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공부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주아동이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
ⓒ문주은 사진기자
부모들이 아동들에게 한국에서의 꿈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동의 삶을 유보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미등록이주아동의 경우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지 못해 대학 진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학교까지만 다니고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아동들이 많다. 교사 Y씨는 “다문화 자녀나 미등록 아동이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한국사회의 일원이 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
어린 시절 스리랑카에서 온 D양(11)은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러한 D양의 정체성은 엄마가 한국인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일을 겪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방과후 엄마가 일하는 식당에 도착한 D양은 엄마가 손님들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을 마주쳤다. 손님들의 고성 가운데 D양의 귀에 ‘왜 남의 나라에 와서…’와 같은 말이 들렸다. 손님들이 나가고 고개를 든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D양은 못 본 척 식당 밖으로 나가버렸다.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출생한 아동들은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강희숙 팀장은 “어른들은 한국 국적이 있어도 어디서 왔는지 물으면 출신국을 말하지만, 아이들은 외모 때문에 차별받더라도 여기에서 나고 자랐다면 한국인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문제 상황을 직면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영임 씨는 “한국인들이 자신을 외국인이라고 지칭하는 데서 상처를 받는 아이들에게 계속 ‘너는 한국인이야’라고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며“ 한국다문화학교에서는 아이들 스스로 부모가 속한 문화적 배경을 말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D양과 같이 부모에게 가해지는 무시와 언어폭력을 보는 경우에는 어머니 나라를 외면하고 기피하는 또 다른 문제 상황이 벌어진다. 사회적협동조합 ‘다문화 너머서’의 김영희 상임이사는 “미디어에서마저 동남아시아 국가를 불쌍하고 가난한 나라로 비추다보니 아동들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며“ 어머니 나라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고 그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교수는 “한국인들이 이주민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너희 나라’라는 상상력이 없다. 이주자 커뮤니티에서 만난 어른들이 해준 이야기를 통해 부모의 출신국에 대해 형성된 원거리 국민정체성만 있다”며 이중적인 정체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주자를 동시대에 같은 지역에 사는 생활인으로 본다면 이주민에 대한 태도가 유연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활동가들은 한국의 시민들이 아동들을 만날 기회를 높이면 생활을 공유하는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임 씨는 “합창단과 같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편견이 깨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희숙 팀장은 “안산에서 원곡동이라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던 주민들도 다문화 축제에 참여하면서 그동안의 생각을 버렸다고 했다”며 직접적인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1회 안산다문화국경없는마을 시끌북적축제’를 통해 안산시민과 이주민이 교류의 접촉점을 형성할 수 있었다. ⓒ안산이주민센터
이주민 2세가 겪는 어려움은 1세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아동이라는 특성 때문에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당시에는 권리의 문제로만 보일 수 있지만 인생사 전체로 보면 정체성과 세계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주민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주아동에 대한 인식의 경계와 제도적 벽을 낮출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정부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