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일원화되지 않은 제도, 다양한 이주아동들은 어디로 가나

  한국을 찾는 이주민들은 출신 국가만큼이나 그 이주목적이 다양하다. 2015년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성인이 150만 명으로, 여기에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국적동포 등이 포함돼있다. 이 가운데 55%를 차지하는 주민은 1980년대 후반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민자로, 이들이 한국에 점차 장기적으로 거주하게 되면서 이주자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전되기 시작했다.

 

이주 현상과 이주민

 

이주는 사회적·문화적 요소들이 강하게 작용하는 현상이어서 이주를 정의하는 법률상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에서는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90일 초과 체류자를 외국인주민으로 인지해 이들을 이주민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도 포함돼있다. 국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행정상으로는 외국인주민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국적을 취득해 법적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수행할 수 있지만 실제 한국에서는 시민으로 완전히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결혼이주 여성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여전히 이주민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석원정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장은 “이주를 해서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도 이주민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한국인으로 볼 것인지 학자나 활동가마다 의견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일화 돼있다.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의 저자 연세대 김현미 교수(문화인류학과)는 “한국은 단기간 안에 경제성장과 삶의 질적 변화를 이뤄야 하는 맥락에서 이질성이나 다양성의 인정보다는 국민국가주의의 구성을 우선으로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집약적인 발전을 위해 국민성과 단결을 중시하다보니 이민자들에 대해 배타적인 시각을 견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경구 교수(자유전공학부)는 “한국은 이미 이민국가로 이행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이민정책은 없다”며 “이주민들의 존재를 부정하기보다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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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김현미 교수(문화인류학과)는 “한국사회가 글로벌 교류에 늦게 진출한 편이지만 이제는 유입국가가 됐기 때문에 이민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주은 사진기자

이주민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는 이주민 지원과 권리 신장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왔다. 20년 전만 해도 이주민에 관한 문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문제로, 2000년대부터는 취학연령에 도달한 이주민 자녀의 발달과 교육권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이에 더해 점차 난민 자녀와 같이 기존에 한국사회에서 보이지 않던 아동들도 늘어나면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아동들을 한국에서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증대됐다.

이주아동은 누구인가?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 자녀들은 서로 다른 다양한 이주의 배경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명확한 용어는 없다. 이들은 보통‘ 이주아동’으로 통칭되는데, 이 말도 적확한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출생한 아동들은 직접 이주를 경험한 것도 아니고, 한국 국적이 있는 경우 이주아동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석원정 센터장은 “(직간접적으로 이주 경험이 있는) 아동에 대해 범주를 정하는 것은 사회적 권리, 의무와 관련 있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개념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대신 법령이나 시민단체, 학계에서는 출생 환경이나 이주 경로에 따라 아동들을 다르게 부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의 결합으로 이뤄진 가정은 다문화가족이라고 지칭된다. 다문화라는 말은 부모가 가진 문화적 배경의 다양성을 강조함으로써 이주민과 국제결혼가정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2006년부터 정부가 쓰기 시작한 말이다. 이 가정에서 출생한 자녀는 ‘다문화 자녀’라고 불리며 대부분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20만 8천명의 다문화자녀가 살고 있다.

비자가 허용하는 체류기간을 넘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가정의 자녀는 한국에서 태어난 경우 국적이 없기 때문에 ‘미등록이주아동’이라고 불린다. 여기에는 이주노동자의 자녀가 주를 이룬다. 김현미 교수는 “이주노동자들은 비자가 만료된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부모의 법적 지위를 이어 받는 속인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석원정 센터장은 “외국에서 아이를 낳으면 본국 대사관에 신고하면 되는데 자국에 출생신고하는 것을 거부하는 국가도 있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녀가 생긴다”고 말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 만 19세 미만 불법체류자는 5,776명이다. 이 자료는 입국자 중 체류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출국하지 않은 자를 계수한 것으로, 한국에서 출생한 불법체류자 가정 자녀는 한국에 등록되지도 않고 출입국 기록도 없기 때문에 이 숫자에 포함돼있지 않다. 석 센터장은 “정부에서 발표한 수치를 바탕으로 미등록이주아동이 2만 명쯤 된다고들 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본국에 있던 자녀가 한국에 오는 경우는 중도입국자녀 또는 이주배경청소년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무연고 외국인 청소년(난민)과 제3국에서 입국한 북한이탈청소년도 여기에 포함되지만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주로 국제결혼가정과 이주노동자 가정의 자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혼이민자가 출신국 현지인 배우자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본국에서 성장하다가 입국한 경우와 이주노동자 자녀 중 출신국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입국한 경우다.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중도입국 청소년 지역별 지원 실태에 대한 분석(2013)’에서는 중도입국자녀를 최대 12,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도입국학생의 수는 5,602명이다.

한편 한국에 체류 중인 난민신청자의 수는 2015년 6월 기준 1만 1,647명이다. 2014년 말까지 접수된 전체 난민신청자 9,539명 가운데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358명이었다. 난민신청자는 난민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G-1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고, 자녀가 있는 경우 함께 신청해 난민신청자 지위를 유지하도록 할 수 있다. 난민신청자의 지위를 얻게 되면 한국에서 난민으로서의 권리가 보장되고, 아동의 경우 교육권도 보호받을 수 있다.

 

이주민 자녀 지원 정책 일원화 필요해

다양한 이주아동에 대해 한국은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1989)’을 비준함으로써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이 협약에서는 아동의 생명권, 등록될 권리, 건강권, 초등교육 의무화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국적법’, ‘출입국관리법’,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다문화가족지원법’, ‘주민등록법’, ‘사회보장법’, ‘난민법’ 등을 근거로 이주아동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는 다문화 자녀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기본적인 삶과 필요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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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무지개청소년센터

교육부에서는 중앙다문화교육센터를 통해 이주자 자녀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다문화중점학교를 지정해 학생들이 학교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다문화예비학교를 운영함으로써 중도입국자녀에게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중도입국학생이 한국의 학교로 전입하면 기본적으로 본인이 배정된 학급에 있으면서 주당 15시간을 다문화예비학급에서 보내고, 6개월이 지나면 자기 학급에서만 수업을 받게 된다. 이 제도는 출신국의 문화권에 익숙해있던 중도입국자녀가 한국에 잘 적응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다문화가족이나 이주노동자 가정 출신 초등학교 신입생이 한국어를 모르는 경우에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복지 제도나 법에서 정하는 개념이 소관부처마다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다문화가족지원법(2013)’에 의하면 결혼이민자와 귀화자가 포함된 가족만이 다문화가족이기 때문에 해당 가족의 자녀만을 다문화 자녀라고 지칭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불법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는 법적으로 가정을 형성할 수 없어 해당 법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체류자가 꾸린 가정은 다문화가족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에서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학생들을 ‘다문화 학생’으로 통칭하고 다문화 교육을 지원하고 있어 ‘다문화 학생’과 ‘다문화 자녀’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주민 자녀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다양한 것이 오히려 불편함을 양산하기도 한다. 부처 간 이주아동에 대한 지원범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다문화예비학교를 운영하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는 이주자 자녀를 출신에 상관없이 받아들이는데 아이들의 복지 혜택이나 처우 개선에 대해 지원하려고 하면 관련 법령에서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부처별 상황에 따라 정책을 계획하기보다 총괄해서 운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정부에서 수많은 다문화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일회성 이벤트 같은 것”이라며 “12개 부처에서 각각 시행되고 있다 보니 중복지원의 논란이 커져 오히려 이주민 자녀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대한민국이 제출한 국가보고서 심사 결과 ‘입양특례법’,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등 아동들을 위한 법령의 제·개정을 환영했다. 그러나 각기 다른 부처에서 업무를 이행해 정책분절이 일어난 것과, 특히 2008년 이후 심사 당시까지 종합적인 아동 정책을 수립하는 아동정책조정위원회가 운영되지 않은 데 우려를 표했다. 석원정 센터장은 “애매한 사회적 위치에 놓인 아동이 많아졌음에도 새로운 법만 계속 만들어졌다”고 지적하며, “이주민 자녀들이 대상에서 제외돼있는 기존의 아동 관련 법률과 정책, 제도의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5월, 아동정책조정위원회는 ‘제1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을 내고 아동들이 행복하고 존중 받기 위한 공통의 목표를 수립했다. 하지만 미등록이주아동들의 등록 문제나 ‘다문화’의 의미에 대한 합의 등 이주아동에 대한 근본적인 사항들은 다뤄지지 않았다. 현장에서의 다양한 혼란을 줄여나가기 위해 부처 간 세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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