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두 시선

법의 영역에서 대학의 사회적 책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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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노동자가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에서 학교의 일방적인 진행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나은 사진기자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서울대학교 일반노조 등 여러 비정규직 노조들은 협상, 시위 등을 통해 끊임없이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9월 16일에는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서 비정규직 차별 사례를 발표하는 ‘서울대 장그래 이야기’ 대회를 열기도 했다.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대 국정감사(국감)에서는 서울대의 비정규직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공대위의 지속적인 요구에 묵묵부답이었던 학교는 국감에서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로 복날 특식으로 정규직에게만 수박을 나눠준 사례가 밝혀져 서울대가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공대위와 총학생회는 10월 21일 ‘국정감사 지적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지만 이후 학교는 다시 묵묵부답이다.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 등 학교와 비정규직 노조 간의 여러 대화 창구 역시 답보 상태다.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상반된 입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에 <서울대저널>은 본부 인사교육과와 공대위 소속 노동법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장기적 과제”…”법 위반은 없다”

 

 학교는 언론에 보도된 학내 비정규직 문제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병근 인사교육과장은 “그동안 비정규직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정규직 문제가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과장은 “비정규직 내에서도 다양한 분류가 있고 비정규직 노조들도 여럿이라 모두를 포괄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인사교육과 박기홍 실무관은 “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며 “국립대학인 서울대가 고의적으로 위법을 저지를 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한 달 앞두고 해고된 미술관 박수정 씨 사례처럼 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서울대가 회피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서울대는 계약기간에 대해서만 의무를 진다”면서 “계약만료를 해고라고 주장하는 것은 계약이 당연히 연장되리라 생각해서겠지만 근로자 역시 계약기간에 동의했던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또한 “당사자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사용자인 서울대는 수많은 구직자 중 능력 있는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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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서울대가 박수정 씨에게 보낸 공문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무기계약직을 총장발령으로 전환하라는 공대위의 요구에 대해서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박 실무관은 “기관장발령인 무기계약직을 일률적으로 총장발령으로 전환한다면 평균적인 임금 수준을 인상해야 되는데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학교 직원 인사 규정’ 제20조 제1항에 의하면 총장발령 직원은 정기적인 전보의 대상이다. 박 실무관은 “총장발령을 하게 되면 업무의 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며 “특정한 목적으로 고용된 기관장발령자가 다른 부서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접고용 근로자 문제에 대해서 이 과장은 “일차적으로 간접고용 근로자들은 용역업체 소속”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금 협상도 원칙적으로는 용역업체와 해당 근로자 간의 문제”라고 설명한 박 실무관은 “소속된 업체가 있는데 서울대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행위는 논리적으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박 실무관은 “사회적으로 열악한 처지를 감안해 용역비를 더 높게 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모든 용역업체의 용역비를 인상해야 하고 결과적으로는 추가적인 재원 부담이 발생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서울대는 어떤 경우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는지 묻자 박 실무관은 ‘사용자성 대립’이 일어나는 사례가 있어 확실한 답변이 어렵다고 답했다. 예컨대 기관장에게임용권이 위임된 형태로 고용된 기간제근로자의 경우 계약 이전에 본부와 협의를 하기 때문에 총장이 사용자가 된다. 학교 재원이 투입되지 않는‘기관장 현장발령’의 경우 원칙적으로 임면권을 가진 총장과 해당 기관장 사이에서 사용자성 대립이 발생한다. 기관에서 자체 수익이나 정부 지원을 통해 별도로 기간제근로자를 고용하게 되면 본부에서 관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이를 규정하는 명확한 법률도 없는 실정이다.

 

 더불어 이 과장은 “공대위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본부 입장에서 사안별로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박 실무관은 “대학노조의 경우 55명의 조합원들 먼저 총장발령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노조를 차별하는 것 아니냐”며 “형평성을 위해 모든 노조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과 박 실무관은 “비정규직 문제는 재원도 확보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이므로 빠른 대책이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노동법 전문가,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 심각”…”위법 소지 있어”

 

 본부에서 지적한 것처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비정규직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게 중요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변호사는 이에 대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그 자체가 사용자가 된다고 밝혔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총장이 법인의 대표권과 업무집행권을 가지고(제6조) 교직원의 임면권을 가지며(제15조 제2항) 일부 직원은 소속 기관장이 임용 가능하다(제36조 제1항). 법률에 의하면 기관장은 임용권만을 위임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고는 총장만이 할 수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기관장에 의한 해고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또한 근로기준법 상 상시 1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근로자 전체에 통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취업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 변호사에 의하면 서울대의 경우 취업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근로자 간 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서울대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도 위반했다는 비판도 있다.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기간제근로자가 예외 사유를 제외한 상태에서 2년을 초과해 근로할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간주한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서울대는 2년을 초과해 근로한 사람들을 여전히 기간제근로자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간제 남용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신분을 보장하는 기간제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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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접고용에서도 문제가 있다.흔히 용역으로 불리는 간접고용은 도급과 파견으로 나뉜다. 기계∙전기 등 시설관리 부문은 파견이 금지된 업종이므로 도급계약을 맺는다. 이 경우 사용자에 대한 지휘명령권은 수급인인 용역업체가 가지게 된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일반노조 기계∙전기분회 김재일 위원장은 “본부가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있고 용역업체는 용역비를 받아서 월급만 주는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형식 상 도급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서울대가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하고 있다면 위장도급”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서울대는 근로자에게 적절한 노동조건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 변호사는 “더 나아가 용역업체의 실체가 불분명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로 인정될 경우 서울대는 해당 근로자를 고용할 의무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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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용우 변호사 ⓒ선창희 기자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법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의 차별의 경우 헌법의 평등권을 위배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개별 법령으로는 문제 삼을 수 없는 현실이다. 간접고용의 경우에도 합법적인 파견이라면 파견근로자가 사용자인 서울대를 상대로 고용승계나 노동조건 보장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 고용의 책임은 파견업체가, 사용의 권한은 서울대가 갖게 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볼 때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임주환 변호사는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위법 사항을 따지는 것을 넘어 노동법의 취지와 정신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노동시장은 공정한 경쟁시장이 아니며 근로계약관계에서 사용자가 강자인 경우가 많다. 강자인 사용자가 횡포를 부리기 쉽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사항을 법으로 보호하는 데서 근대 노동법이 출발했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적법하다고 해서 야만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만약 적법한데 야만적인 경우가 있으면 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은 어디까지나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사회가 바뀌면 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서 임 변호사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있는 대학에 대학의 정신과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며 “학내 비정규직 문제가 있는 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무슨 비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임 변호사는 “서울대 역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관행이나 현실적인 제약을 핑계대지 말고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있어서는 안 될 여러 일들로 가슴 아파했고, 특히 학내외적으로 만연했던 비인간적인 일들은 슬픔을 뛰어넘어 결과적으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순박한 초심과 기본을 저버린 결과로, 무분별한 경쟁과 과도한 물질만능의 시류에 편승한 개인성취 지상주의가 낳은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정의 구현과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는 성체여야 할 서울대학교 역시 개인주의와 도덕적 위기가 감도는 무표정한 교정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성낙인 총장의 신년사 중

 

 성 총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서울대의 역할 중 하나로 사회적 정의 구현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 해가 저물고 있는 지금, 서울대는 사회적 정의 구현에 얼마나 앞장 서 왔는지 자문할 시점이다. 서울대의 교정은 올해도 여전히 ‘과도한 물질만능의 시류’에 편승해 ‘비인간적인 일들’을 외면하는 ‘무표정’한 모습은 아니었을까. 성 총장이 줄곧 강조했던 ‘선한 공동체’를 서울대에 구현하고자 한다면 학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야말로 최우선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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