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비정규직 차별 성토대회 열려

서울대학교 무기계약직, 간접고용,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 경험 발표

 학내의 비정규직 차별 사례를 발표하는 ‘서울대 장그래 이야기’가 9월 16일 11시 30분에 학생회관 앞에서 열렸다.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학내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학생들과 학내 직원들이 참여했다.

 

 원래 사회를 맡기로 했던 양한별 씨와 패널로 참여하기로 한 박수정 씨가 늦게 참석하면서 행사 진행이 지연됐다.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양 씨와 박 씨가 신청한 연가가 결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사회를 맡은 정지희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장은 “학교가 ‘장그래 이야기’가 많이 무서운가 보다”라며, “이는 (학교가)비정규직의 노동조합 활동까지 탄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주무열 총학생회장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이용호 변호사의 연대사로 시작됐다. 이용호 변호사는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서울대학교의 비정규직 문제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며 “대학 노동문제의 상징적 사건인 서울대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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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사진. 

ⓒ김대현 사진기자

자녀까지 차별 받는 무기계약직

 

 이날 발표된 사례는무기계약직, 간접고용(학내 용역업체),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것이었다. 첫 번째 발표자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인 송호현 씨로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위한 TF의 현실’에 대해서 발표했다.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 (TF)’는 서울대학교가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 지난 5월 발족한 TF팀이다. 송 씨는 “정규직이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책이 20권 정도면 비정규직이 빌릴 수 있는 책은 절반 정도이고 대출기간도 짧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사소한 부분에서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송호현 씨는 TF에서 도서 대출 문제나 S-카드의 색이 다른 점과 같은 비 금전적인 차별에서부터 건강검진, 병원진료비 지원과 같은 금전적인 차원에 대한 요구사항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송 씨는 “TF에 참여한 학교 측 관리자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요구한 내용은 들어주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핵심적인 요구인 ‘총장 발령’ 역시 약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원의 대부분은 총장이 아니라 기관장의 발령으로 일하고 있다.  송 씨는 “학교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문제가 전혀 없다”며 학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발표된 사례는 특정 단과대 부설연구소에서 17년간 근무한 A씨의 사례였다. A씨는 다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고 다른 패널이 발표문을 대독했다. “17년간 서울대를 위해서 자랑스레 일해왔다”는 A 씨가 가장 절망했던 순간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적용됐을 때라고 한다. A 씨가 총장에 의해 발령받지 않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자녀의 어린이집 입소가 거부당했다고 한다. A 씨는 “부모야 비정규직이라 차별을 받는다고 해도, 왜 자식에게까지 불이익이 이어져야 하나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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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사진. 

ⓒ김대현 사진기자

원조 3포’ 간접고용 직원

 

 간접고용 직원의 차별 사례는 ‘일반노조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 (기전노조)’ 김재일 위원장이 발표했다. 기계・전기 시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하절기 온도가 35도 일 때, 근무지 실내 온도가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열악하다. 간접고용 직원에 대한 대우도 근로조건처럼 열악했다. 김 위원장은 “학교 보건 진료소는 (근무 중에 다친 직원이 방문했을 때) 서울대 구성원이 아니라며 진료를 거부했다”며 용역 직원에 대한 차별을 비판했다. 이런 차별 외에도 정규직에게 만원인 주차료를 용역 직원에게는 5만원으로 받는 등 차별이 존재한다.

 

 이후 용역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위생시설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기전 노조 사무실의 거의 모든 집기는 학교 측이 30년 이상 사용한 것들 중 버려지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며 위생 및 사무 시설에 대한 학교의 지원이 전무함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학교는 정부 지침을 무시하는 무시무시한 권력기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르면 발주기관은 용역 직원이 이용할 수 있는 위생시설(휴게실, 세면・목욕 시설, 세탁시설, 탈의시설 등)을 설치 또는 제공해야 한다.

 

 간접고용 직원이 받는 열악한 처우를 성토하는 발표도 있었다. 기전노조의 이성호 씨는 “간접고용 직원은 예전부터 3포세대”라며 낮은 임금을 받는 그들이 가정을 꾸리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지적했다. 이 씨는 기계・전기 용역 직원 중에서 40% 이상이 결혼 적령기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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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서관 기

・전실 내부의 모습. 버려진 집기들을 사용 중이다.  ⓒ김대현 사진기자

 

폭언과 착취에 시달리는 기간제 근로자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 실태를 고발한 이는 미술관 직원 박수정 씨와 국제대학원에서 일했던 정서영 씨였다. 2013년 10월부터 계약직 비서로 일한 박수정 씨는 비서 업무 외에 다른 법인 직원이 미루는 업무도 맡아야 했다. 정규직인 법인 직원들은 본인이 소화하지 못한 업무를 박 씨에게 떠넘겼고, 박 씨가 이의를 제기하면 ‘그냥 수정 씨가 이 일 계속해. 그럼 누가해? 내가 하리?’라고 말했다고 한다. 법인 직원들은 본인이 처리하지 못한 일이 생기면 계약직인 박 씨에게 같이 야근할 것을 종용했다. 법인 직원들은 박 씨에게 일을 시킬 때 ‘이 일 어렵지 않지? 쉬우니까 앞으로 계속 해줬으면 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박 씨는 “정말 쉬운 일이라면 본인이 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에도 불구하고, 시간외근무수당은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 10개월 만에 시간외근무수당을 받은 적도 있다. 근무하지 않을 때에도 자주 문자나 전화로 업무지시를 받기도 했다. 이런 박 씨가 연봉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연봉 인상을 주장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권고사직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참다 못한 박 씨는 서울대 미술관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 노동위원회에 계약직 직원에 대한 차별 시정을 요구했다. 박 씨는 결국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시정 결정을 받아냈지만, 서울대 미술관은 간략한 공문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거부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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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가 박 씨에게 보낸 공문.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2013년 9월부터 국제대학원에서 일했던 정서영 씨는 연구비 관리자로 채용됐다. 정 씨는 “기관의 모든 요구를 따르면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묵묵히 업무를 수행한 정 씨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나날이 증가했다. 연구비 관리를 담당하던 정 씨는 부속시설인 연구소 행정총괄업무, 교무행정, 기타 연수 사업 운영 업무 등을 맡게 됐다. 정 씨는 “하루에 공문 20~30 개를 접수하고 기안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점차 정 씨에게 집중되는 업무는 ‘5분만 자리를 비워도 전화가 부재중 전화가 두 세 통이 와있고, 1년의 반 이상을 밤 9시까지 야근하는’ 수준이었다.

 

 정 씨 역시 일한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했다. 정 씨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로부터 국제대학원이 위탁 받은 개도국공무원연수사업의 행정 업무를 담당했다. 한국국제협력단은 사업에 대한 연수전담자를 채용하라는 의미에서 ‘연수전담자인건비’ 세목을 책정하고 있는데, 국제대학원은 연수전담자를 채용하지 않고 연구행정직원에게 업무를 추가로 부여해왔다. 책정된 인건비는 지급되지 않았으나, 지급된 것처럼 회계가 조작됐다. 정 씨가 국제대학원장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묻자 인건비 전용이 ‘관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 씨는 “국제대학원장은 나에게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며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한 그녀가 받은 비합리적인 대우를 성토했다. 정 씨는 지난 6월 ‘추가적인 재계약 계획은 없다’는 세 줄짜리 이메일을 받았다.

 정부지침 준수하라”

 

 정 씨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차별 실태에 대한 발표가 끝났다. 사회자는 “오늘의 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무기계약직, 간접고용, 기간제 근로자, 자체직원 혹은 기금직원 등 부르는 이름은 다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비정규직”이라고 이야기했다. 공대위는 이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지침을 따르지 않는 서울대학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공대위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 앞으로 기자회견, 국정감사 참여, 인권위원회 진정 등의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이 ‘장그래 모여라,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구호를 외치고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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