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 총장 취임 1년을 돌아보다

법인화 이후의 문제 해결 위한 구체적 비전 제시 필요

  작년 7월 20일 취임한 성낙인 총장은 서울대 법인화 이후 처음으로 선출된 총장이라는 점에서 취임 초기부터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성 총장은 취임사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좌표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서울대형’ 발전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저널>에서는 성낙인 총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총장선출과정에서부터 공약 이행 사항까지 지난 1년간의 동정을 재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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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서울대학교 시무식에서 성낙인 총장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홍보팀

 

말 많았던 총장선출과정, 개선의 여지는?

  현행 총장선출방식에서는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추천한 총장후보 3인 중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정된 최종후보 1인이 교육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총장으로 취임한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총추위가 정책평가단의 평가를 합산해 순위를 매겨 3인의 후보를 추천했는데, 이사회가 이를 뒤엎고 공동 2위를 한 후보를 최종후보로 선정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교수들은 즉각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평의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이사회가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교내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했다’며 비판했다. 이사회가 교직원들의 총의라고 볼 수 있는 총추위의 평가 결과를 뒤집은 것은 법인화 이후 기형적으로 변한 학내 거버넌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총장 선거 직후 이러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이사회는 ‘총장선출제도 평가 및 개선 소위원회(소위원회)’를 꾸리고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명확히 파악하고 반영하는 방향으로 선출 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4월 소위원회 주최로 열린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소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놓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하지만 학생들은 지난 총장선출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는 원천적으로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소위원회에조차도 학생들은 참여는커녕 참관도 할 수 없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도 작년 국정감사에서 “총장선출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구성한 소위원회에 학생대표가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근식 평의원회 의장은 “현재 이사회가 내부적으로 총장선출과정에 대해 어떻게 검토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총장 선출에 관한 규정을 미리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 총장선출과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성낙인 총장과 이사회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한 인재 장학금’ 호평… 법인 장기적 모델은 ‘글쎄’

  성낙인 총장은 2015년 신년사를 통해 “‘선한 인재’를 양성해 공동체의 미래를 이끌어갈 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며 서울대의 역할로 ‘선한 인재’의 육성을 강조했다. 성 총장은 이를 위해 올해 1학기부터 ‘선한 인재 장학금’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선한 인재 장학금’은 대부분 모금활동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가계소득 1분위 이하 학생 750여 명에게 매월 생활비 30만 원을 지원한다. 이에 대한 학내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주무열(물리•천문 04) 총학생회장은 “진작 시행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와 같은 장학제도가 단기성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총장은 또한 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기 위해 학생회관식당에서 원가가 2,100원인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하는 ‘천 원의 아침식사’를 추진해 학내외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성낙인 총장은 취임하면서 국립대학법인의 발전모델을 개척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과는 달리 아직까지 법인 서울대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성 총장은 후보 시절 학내 민주적 행정 운영을 위해 현재 교직원 대표기구로 있는 평의원회를 학생과 지역주민 등도 참여하는 대학의회로 확대•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공약은 학생의 대학 거버넌스 참여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취임 후 1년이 지난 현재 대학의회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논의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동현(자유전공 13)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 위원장은 “대학의회가 설립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성낙인 총장은 지난 7월 3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인체제가 가져온 변화로 행정의 효율화를 언급하며 직원 20명 이상을 감축했다고 밝혔다. 법인화 이후 총액예산제가 시행되면서 자금 운용의 자율성이 확보된 만큼 인건비를 줄여 다른 곳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274억 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전용했고, 그 중 시설비로 260억여 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최근 서울대의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굳이 인건비를 줄여야 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대의 비정규직 고용비율은 35.6%로 국립대 중 두 번째로 높다.

성 총장 앞에 쌓인 과제들, 지혜로운 해결 필요

  올해로 법인 전환 4년째를 맞는 서울대는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총장선출과정과 학내의사결정구조 등에서 발견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몇 달째 실시협약이 연기돼있는 시흥캠퍼스와 관련해서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성낙인 총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하던 서울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최근 대두되는 학내 비정규직 문제를 모범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성 총장이 여러 학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고 법인 서울대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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