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한 달 전 무렵이면 학내 포털 마이스누에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공지사항 하나가 올라온다. 바로 교내 근로장학생 모집공고다. 교내 근로장학금은 학부생 및 대학원생이 교내 기관에서 근무하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교내 기관에서 근로하면서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렇지만 선발 과정의 불투명성과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특정 기관이 이미 내정자가 있는데도 근로장학생 신청을 받는 척 한다는 글과 교직원이 논문 번역 과제를 근로장학생인 자신에게 시켰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각각 높은 추천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대저널>은 교내 근로장학금의 불편한 진실을 알아봤다.

인맥이 있어야 교내 근로장학생으로 선발된다는 지적
근로장학금은 크게 국가근로장학금과 교내 근로장학금으로 나뉜다. 국가근로장학금은 한국장학재단에서 운영하며 시급이 8,000원이지만 소득분위가 낮은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교내 근로장학금은 서울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시급은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7,000원이다. 본부에서 학기별로 근로장학인원을 산정해서 각 기관에 배정하면 각 기관은 자체 규정에 의해 장학생을 선발한다.
교내 근로장학생의 구체적인 선발과정과 기준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교수, 조교, 교직원 등과의 인맥이 선발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교내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했던 A 씨는 “사실 교내 근로장학생은 인맥을 통해서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했다. A 씨 역시 처음에는 절차대로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결과에 대해 아무런 통보가 없어서 같은 곳에서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했던 동아리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A 씨는 “알고 보니 선배가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했더라. 선배가 담당자를 한 번 찾아가 인사를 드리라고 해서 찾아갔더니 선발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A 씨는 “원래 선발인원은 10명이었는데 나를 뽑으면서 11명이 됐다. 선발인원이 뚜렷하게 정해져있는 것 같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 씨도 지인을 통해서 교내 근로장학생에 선발된 적이 있다. B 씨는 “동아리 지인이 어느 날 “근로장학생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봐서 “하겠다”고 답하자 근로장학생으로 선발됐다“고 말했다. B 씨는 “그만 둘 때도 담당자가 주변에 근로장학생을 할 만한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그런 것들을 볼 때 명확한 선발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고 기관 편의대로 선발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명확한 선발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기관마다 독자적으로 장학생을 선발하는 한 선발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근로장학생 선발기준이 요구된다.
선발 이후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기도 해
선발 이후에도 문제점은 있다. 교직원으로부터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하면서 교직원의 개인적인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다. A 씨는 “교직원이 어떤 업무인지 알려주지 않고 논문 번역을 시키더라”면서 “처음에는 몰랐는데 번역을 하고 보니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A 씨는 “한 번은 교수가 외부 발표 자료를 교직원한테 부탁했는데 교직원이 이를 다시 근로장학생들에게 맡긴 적이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바쁜 상황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해당 직원은 자신의 업무를 떠넘기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곤 했다”고 말했다.
학과 사무실에서 근로장학생을 했던 C 씨도 “근무했을 당시 교직원이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나 반납할 책이 있으면 나에게 대리 대출반납을 시켰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원칙적으로 교수님을 제외한 학내 구성원은 대리 대출이 불가능해서 중앙도서관 교직원이 이를 제한하자 직접 전화를 걸어 대리 대출을 허용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C 씨는 “해당 교직원은 근로장학생에게 사적인 업무를 시켜놓고 근무시간에 관악산을 다녀오거나 다른 교직원과 차를 마시러 다녔다”고 덧붙였다.
을의 위치에 있는 근로장학생은 교직원과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부당한 업무지시가 주어지더라도 거부하기 어렵다. A 씨는 “해야 하는 업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로장학생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선발 이후에는 부당한 업무지시로 곤경에 처하는 경우는 없는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본부 측, “정보 공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
본부 장학복지과 한재흔 선임주무관은 교내 근로장학생의 선발기준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신청 시 작성하는 희망부서를 기준으로 각 기관에서 선발한다”고 밝혔다. 한 주무관은 “하지만 공지사항에 명시하는 대로 기관에 따라서 특정 전공이나 특정 지식을 가진 학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법학 도서관의 경우 근로장학생을 선발할 때 법학 전공자를 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부 차원에서도 총학생회와의 면담을 통해 교내 근로장학생 제도의 문제점을 일정 부분 파악하고 개선 중이다. 특정 학생이 특정 기관에서 계속 근무를 하는 사례와 같이 교내 근로장학생 선발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2015학년도 2학기 교내 근로장학생 모집 공고에는 학생들이 어떤 기관에서 몇 명을 선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인원을 공개했다. 또한 본부는 실시간 지원 현황 등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 주무관은 “기관에서 선호하는 학생 위주로 선발하는 것까지 본부에서 통제하기는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장학복지과 양은식 행정관은 “근로장학생의 부당한 업무지시 사례는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현재 각 기관의 직원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해당 사례가 접수된다면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근로장학생 제도를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더욱 투명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는 2015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 3% 인하라는 학생 측 주장보다 훨씬 낮은 0.3% 인하에 최종 합의했다. 대신 교내 근로장학생의 정원을 늘리고 근로장학금 시급을 인상하는 데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등록금 인하의 대안으로 근로장학금 확충이 제시된 것이다. 근로장학금의 혜택이 보다 많은 학생에게, 보다 공정하게 제공돼야 하는 이유다.
서울대학교 장학지원 홈페이지는 교내 근로장학을 통해 “전공지식을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학문의 실용성을 경험하고, 단순노력을 통해 근로의 신성함을 체득하며, 수업으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매 학기당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전에 체험하는 ‘신성한 배움’의 현장이 누군가에겐 사회의 부조리를 배우는 자리였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