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간 진행된 서울대학교 봄 축제, 학생회관 앞과 총장 잔디는 음식과 주류를 파는 장터로 가득 메워졌다. 그 옆에는 김치볶음밥, 과일주스, 크레페 등을 파는 트럭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소형 트럭을 개조하여 조리시설을 갖춘 이동식 식당 ‘푸드트럭’이다. 서울대학교 사회적 기업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와 한국 푸드트럭 협동조합이 주최한 ‘푸드트럭 페스티벌 in SNU’의 일환이었다. 기존 축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메뉴를 파는 푸드트럭 앞에 사람들은 끊이지 않고 몰려들었다.
푸드트럭은 유럽·미국 등지에서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에는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주방장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제작될 만큼 해외에서 푸드트럭의 인기는 대단하다. 푸드트럭의 발원지 격인 미국에는 ‘잇 푸드트럭(Eat St.)’과 같은 TV쇼는 물론 푸드트럭 요리 대회도 있을 정도다. 미국의 공원과 광장에서는 각국의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과 주변의 벤치 등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흔히 목격된다.

서울대학교 봄 축제를 맞아 학생회관 앞에 푸드트럭이 찾아왔다. ⓒ최서현 사진기자
푸드트럭의 국내 합법화
먹거리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은 푸드트럭이 작년 8월 국내에서도 합법화됐다. 물론 그전에도 여의도공원·홍대·이태원 일대에 라멘·츄러스 등을 파는 트럭들이 존재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불법 푸드트럭이었다. 푸드트럭 영업 합법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들은 단속을 피해 쫓겨 다니면서 불법 영업을 해 왔다.
그러던 중 작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 개혁 장관회의를 통해 푸드트럭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5개월 뒤인 8월에 푸드트럭 영업이 합법화됐다. 그러나 영업 허가 장소는 유원시설에 그쳤다. 이어서 같은 해 10월 개정안을 통해 푸드트럭 영업장소는 도시공원·하천·체육시설 등으로 늘어났다.
푸드트럭 영업이 합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영업 공간 확보에 있다. 푸드트럭으로 영업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푸드트럭들이 영업장소와 관련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푸드트럭 영업허가를 좀처럼 내주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상권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현재 푸드트럭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장소는 유원지·도시공원·하천·체육시설 등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공간에는 이미 매점 등의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푸드트럭이 이러한 장소에서 영업하기 시작한다면 기존 상권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정을 아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쉽사리 허가를 내 줄 수 없는 것이다.
인액터스의 조성우(사회교육 08)씨는 “특히 유원지의 경우 매점 등의 상권을 직영으로 운영하여 이윤을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푸드트럭의 영업에 반대할 여지가 크다”며 푸드트럭 영업 허가가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지금 푸드트럭은 현실적으로 영업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는 행정절차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푸드트럭 ‘셰이크 데이’를 운영하는 정은숙씨는 “정부에선 푸드트럭 규제를 완화시켜 줬는데 그에 대한 행정절차가 잡히지 않으니 영업 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개정된 법에 발맞추어 변화하지 못하는 행정 처리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그는 “영업허가를 받기 위해 지방 행정기관을 찾아가면 ‘공문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만 이야기한다”며 중앙 행정기관과 지방 행정기관 간 소통 부재, 공무원들의 수동적인 태도를 문제로 꼽았다.

봄 축제를 맞아 찾아온 푸드트럭에서 파는 이색적인 메뉴를 먹기 위해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최서현 사진기자
푸드트럭의 기동성 활용해 영업구역 확보해야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푸드트럭이 고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존 상권과의 마찰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푸드트럭만이 가지는 장점을 잘 살린다면 기존 상권과 충돌하는 일 없이 푸드트럭 영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푸드트럭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곳으로는 관광지, 대학 캠퍼스 등이 있다. 조성우씨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갑작스러운 인기몰이를 하게 된 송도 석산을 예로 들었다. 드라마 촬영지로 방문객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으나 주변에 조성된 상권이 없어 음식의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매점 또는 식당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최소 몇 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의 수요를 해결할 수 없다. 조씨는 “푸드트럭의 기동성을 통해 이와 같은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캠퍼스 내에서도 푸드트럭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인액터스 ‘차림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고 있는 남석현(경영 11)씨는 “시험기간이나 매점이 문을 닫은 야간 시간대를 활용하면 기존 상권과 마찰을 빚지 않으면서 탄력적으로 영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음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 푸드트럭의 최대 장점”이라며 이러한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는 견해를 전했다.
푸드트럭을 둘러싼 규제와 정책의 개선도 필요하다. 조성우씨는 “현재의 법안은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푸드트럭 관련 규제 개혁이 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 탁상행정이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조씨는 이어서 “푸드트럭 영업이 지금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괄적인 규제 개혁보다는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에 더 많은 융통성이 부여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철저한 행정적 관리도 뒤따라야 한다. 푸드트럭 영업이 합법화된 것은 지난 8월이었지만 이를 전담하는 부서가 행정자치부로 지정된 것은 한 달도 되지 않은 일이다. 그전까지는 담당 부서가 없었기 때문에 푸드트럭 관련 행정 처리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규제책에 걸맞은 확실한 행정 절차 확립 및 부서 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정부의 규제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푸드트럭의 국내 정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 2009년부터 약 4년간 푸드트럭 ‘하바네로’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전기남씨는 기존 상권과의 마찰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미국 등지와는 환경이 다르다. 영토도 좁은데다가 기존 상권과의 마찰 문제가 심해 푸드트럭이 정착하면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며 폭넓은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푸드트럭이 결국 대기업의 잇속을 채워주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성우씨도 이와 같은 부분에 공감했다. 그는 “처음에 푸드트럭이 합법화될 때는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가 많았다. 그러나 푸드트럭 영업 실적이 저조하자 이러한 규제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우려는 올바른 방향으로 책정된 규제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 조씨는 “이미 상가가 많이 형성되어 있는 곳에서 푸드트럭이 영업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기존 상권과 마찰이 발생하지 않는 장소를 찾아 영업한다면 필요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역 상권과 푸드트럭의 장기적인 공생을 꾀하기 위해서는 푸드트럭의 개수를 제한하는 조치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푸드트럭이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모든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공멸할 수 있다”며 미국과 같이 푸드트럭 개수 총량제를 통한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씨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책이 잘 마련된다면 푸드트럭은 골목상권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며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푸드트럭 ‘셰이크 데이’를 운영하는 정은숙씨가 주스를 만들고 있다. ⓒ최서현 사진기자
푸드트럭에 대한 기대, 해결되어야 할 과제
푸드트럭이 적절한 과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사례로 푸드트럭 페스티벌이 있다. 해외에는 다양한 형태의 푸드트럭 페스티벌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축제에서는 음식·음악·공연 등이 한데 모여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관광 사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또한 푸드트럭은 기존 식당에 비해 이국적인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푸드트럭을 통해 다양한 이국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면 다채로운 음식 문화가 실현될 수 있다.
벼룩시장과 푸드트럭이 만나 새로운 문화의 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조성우씨는 세종문화회관 근처 공터에서 격주로 열리는 ‘소소 마켓’을 예로 들었다. 여러 문화적 요소가 존재하는 벼룩시장에 길거리 공연, 푸드트럭이 더해져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봄 축제를 통해 엿본 푸드트럭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긍정적이었다. 허수연(전기정보공학 14)씨는 “학내에도 이와 같은 푸드트럭이 생겼으면 좋겠다. 학식을 대신해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을 많이 팔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학생들은 푸드트럭이 가지는 장점으로 색다르고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많이 꼽았다.
조씨는 “현재는 푸드트럭이 겪는 과도기적 단계”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현재 푸드트럭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과 정책적 과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활발한 상호 소통과 각 부문에서의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푸드트럭이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