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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원 열 명 중 아홉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이 일을 권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어의 투쟁』을 쓴 이창용이 한국어교원 5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24년 10월 발표한 결과다. ‘K-컬처 열풍’이란 말이 더는 낯설지 않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이 지구촌 곳곳에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어를 가르치는 노동자의 처우는 열악하다.
이창용은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직장갑질119 온라인노동조합에서 한국어교원지부장을 맡고 있다. 2025년 9월 발간된 『한국어의 투쟁』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한국어 교육의 현실과 그 안에서 한국어교원이 처한 노동 조건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한국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자 “한국에선 일하면서 대학에 다닐 수 있다”며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한국어 교육의 내실을 다지기보단 비용 절감에 급급했다.
교육기관은 오랫동안 한국어교원을 프리랜서로 분류해 고용 관계를 부정하고 사용자가 져야 할 법적 책임을 피했다. 이후 한국어교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례가 쌓이자, 사측의 대응은 더 정교해졌다. 주 15시간 미만으로 계약을 쪼개 ‘초단시간 노동자’를 양산한 것이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같은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후 법원에서 수업 준비나 행정 업무까지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자, 몇몇 사업장에선 교육과정 구성과 시험 출제 등 강의에 수반되는 업무를 다른 직군에 맡기거나 외주화했다. 그 결과 한국어교원은 교육자로서 자신의 수업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보람을 잃고, 정해진 내용을 기계처럼 전달하는 자리로 밀려났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려고 2년 미만으로 계약하거나, 4학기제인 어학당에서 10주 단위로 계약하는 일도 빈번하다.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마련된 제도를 우회하는 사측의 ‘꼼수’로 인해 한국어교원은 오히려 더 취약한 자리로 내몰렸다.
한국어교원이 겪는 어려움은 대개 이들의 애매한 지위에서 비롯된다. 수업 준비부터 강의, 학사 행정까지 책임지는 명백한 교육 노동자지만 현장에선 지위가 불안정하다. 한국어교원 자격도 교육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한다. 한국어 교육이 처음 제도화될 당시 교육보단 문화의 차원에서 다뤄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렇기에 한국어교원이 기존 교육제도에 편입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한다. 이 점에서 한국어교원이 처한 상황은 대학의 일반 비전임교원과도 다르다.
그나마 처우가 나은 서울대에서도 한국어교원은 교수나 강사 같은 교원이 아니라 일반 직원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연구비를 지원받지도, 학교가 교원에게 제공하는 구글 서비스에 접근하지도 못한다. 책에선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학교 이메일 계정으로 구글 클래스룸을 열어 수업하던 때였다.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자체직원이 뭐예요?”
계정 옆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자체직원/한국어교육센터.”
선생님은 대답하지 못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대와 연세대에선 한국어교원이 노조를 세워 처우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처럼 노조를 만들 수 있는 사업장은 많지 않다. 현재 전국의 한국어교원은 약 7천 명인데, 그중 대학 어학당에서 일하는 이는 30% 남짓이다. 한국어교원은 대학뿐 아니라 가족센터, 초·중등학교, 사회통합프로그램,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등 다양한 기관을 전전한다. 사측이 ‘쪼개기 계약’으로 노동시간을 최소화하니, 일자리 하나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어 여러 곳을 오가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선 사업장 단위의 노조 조직이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직종별 노조’를 만들었다. 사업장, 고용 형태, 지역과 무관하게 한국어교원이라면 누구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국어교원을 연결하고자 한다. 서울대에서 노조 활동으로 이뤄낸 성과가 서울대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도전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의 대사가 하나 떠오른다. 우리 모두 혼자서는 쓸모없어. 그렇지만 다행히도 넌 혼자가 아니야. 지난한 과정이지만, 무엇을 누구와 함께 건드려야 할지 분명히 알고 움직이는 이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