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별 특징이 없던 공간은 우리가 그곳을 더 잘 알게 되고 그곳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장소가 된다.” ― 이-푸 투안 『공간과 장소』
이번 호에 마지막 기사를 싣고 〈서울대저널〉을 떠난다. 1년이라는 짤막한 시간을 뒤로한 채 지면에서도, 이 글을 쓰고 있는 편집실에서도 물러난다. 별다른 재주가 없어 그나마 붙잡고 있던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기사를 써왔다. 비수도권 지역 탄핵 집회 이야기부터 도서관, 청년안심주택과 재건축, 그리고 마을버스까지.
그래서 마지막으로 욕심을 냈다. 숙제처럼 남아있었던 〈서울대저널〉 편집실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편집실로 모여들었다가도 다시 각자의 취재 현장으로 달려 나가는 저널러들. 이들이 지면 위에 모아놓은 이야기들과, 흩어지는 이야기들에 관해.
학생회관 618호 〈서울대저널〉 편집실. 처음 편집실을 찾았을 때 본 장면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넓고 깨끗한 동아리방을 기대하고 열었던 문 뒤엔 낡고 지저분한 풍경이 있었다. 곳곳에 책과 기자재가 널브러진 공간. 곳곳에 쌓인 먼지의 시간을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편집실에서의 시간이 시작됐다.
정을 붙이려고 온종일 편집실에 앉아있었던 날들엔 편집실을 오가는 이들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다. 인터뷰 녹취록 속 수많은 목소리를 어떻게 한 기사로 엮어낼지 고민하며 늦은 밤까지 원고와 씨름하던 기자, 무거운 카메라를 둘러메고 바쁘게 촬영에 나서는 PD, 막바지 지면 작업에 몰두하는 디자이너까지. 저마다의 고민거리와 할 일을 들고 편집실에 모여들었다가 흩어지는 이들을 봤다.
1년간 편집실을 드나들며 생각했다. 편집실엔 헤어졌다가 만나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장소성’이 깃들어 있다고. 학교나 일터와는 구분되는 편집실만의 장소성이 있다고. 각자의 취재 현장에서 저마다 이야기를 모아 온 저널러들은, 기획회의를 위해 편집실에 모여들어 서로의 기사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각자 삶에 눈 돌리기 바쁜 것 같다가도 편집실에 모여 마감을 향해 밤을 새우곤 했다. 이 모든 순간이 편집실이 가진 장소성의 이름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서울대저널〉 지면도 편집실과 닮아있단 것을. 저널러들이 아니었다면 영영 흩어져 있었을 이야기와 목소리, 마음들이 지면에 한데 모여있다. 한 마디 질문을 통해 누군가의 침묵을 깰 때만 나올 수 있었던 이야기. 수없이 먼지 내며 현장을 찾았던 저널러들은 사방에 흩어진 목소리들을 지면 위에 부려놓는다.
탁상에 앉아서만 써낸 글보다도, 취재 현장에만 머무르며 쓴 글보다도, 편집실과 현장을 오가며 써낸 글에는 더 큰 힘이 있다. 그 무수한 발걸음으로 다져진 지반 위에 써 내려간 글은 쉬이 영멸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모이고 흩어질 〈서울대저널〉도 그렇다.
마침내 이 글을 담은 194호가 학내 곳곳에 배포된다. 아니, 흩어진다. 우리가 모아놓은 이야기는 독자에게로 흩어져 가고,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늘 그랬듯 다시 편집실로 모여들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은 달라지고 말 내일을 기약한다.
이제 정말로 편집실을 떠난다. 아쉬움만 표하고 싶진 않다. 계속해서 흩어짐의 시간을 겪겠지만, 다시 모여들기를 반복할 테니. 내가 독자에서 기자가 되고, 다시 독자로 돌아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