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오전 10시 30분경, 자하연 앞에서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은 영영’이 열렸다. 이번 추모제는 서울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의 주관으로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서울대학교 사회학회 코쏘 ▲서울대학교 인류학회 ARAS ▲자유전공학부 인권위원회 ▲장애인권자치언론 디스에이블 ▲서울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달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추모제에선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부스가 운영됐다. 학생들이 들러 추모 메시지를 남기거나 보라색 리본과 팔찌 등 추모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부스를 방문한 이은재(경제 22) 씨는 “매년 (이태원 참사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사회적 비극 앞에서 스스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자고 제안해 줘 고맙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준서(물리교육 22) 씨는 “떠나간 생명을 기억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계속해서 추모하겠다”고 행사 참여 소감을 밝혔다.
추모제 운영진으로 참여한 주성현(건축 23) 씨는 “부스를 찾은 이들이 ‘벌써 3주기냐’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했다”며, 일상에서 잘 느끼지 못하는 참사의 기억을 대학 내에서 보여주는 행사의 의의를 알렸다. 주 씨는 “캠퍼스 투어를 온 초등학생도 부스를 많이 찾았는데, 이들도 이태원 참사에 추모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후 1시부터는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 후 문화공연과 추모 발언이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최유진 씨의 아버지 최정주 씨가 작곡한 ‘별에게’가 울려 퍼졌다. 이후엔 노래와 몸짓 공연도 펼쳐졌다. 이지유(사회교육 21) 씨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유자차’와 예람의 ‘세상의 끝에서’를 불렀다. 가수 예람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진세은 씨의 사촌언니이며, 해당 노래는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있다》에 엔딩 크레딧으로 쓰이기도 했다. 관악중앙몸짓패 골패는 ‘내일이 당당해질 때까지’와 ‘바위처럼’에 맞춰 몸짓 공연을 했다. 공연에 나선 최수지(자유전공 24) 씨는 “사회는 피해자와 추모하는 사람에게 슬픔을 강요하지만, 애도는 꼭 슬픔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며 “민중가요에 담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어진 발언에선 학생들이 각자 생각하는 이태원 참사 추모와 애도의 방식에 대해 목소리 냈다. 이재현(서양사 18) 씨는 “부당한 죽음으로 인한 상처를 살아내는 일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는 삶을 발견하는 일”이라며 참사의 원인이 된 구조적 책임을 해결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변현준(사회 20) 씨는 “희생자를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다”며 “각자 마음과 서사를 갖고 추모에 함께하자”고 말했다.
발언이 마무리된 후, 행사 참여자들은 ‘추모의 글’을 함께 낭독했다. 학소위는 11월 5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진행한다.
아래는 추모의 글 전문.
서울대학교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제 "기억은 영영"
[추모의 글]
출근길 지하철에 인파가 몰려 몸이 떠밀릴 때, 사람들로 가득 찬 공연장에서 잠시 발 디딜 틈을 잃을 때, 우리들은 이제 이태원 참사를 떠올립니다. 그날 이후 이태원은 우리 사회에 깊이 스며든 아픈 기억이 되었습니다.
그날은 2022년 10월 29일이었습니다, 할로윈 축제가 벌어지던 이태원의 좁은 골목에서 158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기억을 견디지 못한 생존자 한 명이 더 세상을 등졌습니다. 저마다의 우주를 품고 살았을 159명의 시간이, 그리고 그 우주의 일부였던 사람들의 시간이 그날 이후 멈추었습니다. 이런 날벼락 같은 고통을 겪어야 마땅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기억하겠다는 말, 잊지 않겠다는 말은 아픈 말입니다. 그 말 안에는 어쩌면, 언젠가 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고 평생 그리워 할 유가족들의 삶을 생각하면, 유가족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어도 집으로 돌아간 뒤 우리의 저녁이 그들과는 너무나 다를 것을 생각하면,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슬픔 앞에 마음이 몹시 저려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국가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시민들은 동료의 죽음에 함께 눈물을 글썽이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책임자는 처벌받고 진실이 끝내 밝혀지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그리하여 아무도 억울하게 죽지 않는 세상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그것이 남겨진 이들의 책임임을 우리는 압니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참사에 연대하며 함께해온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누구도 억울하게 죽지 않는 사회를 향한 멀고도 험할 이 길 위에서, 서로를 지키며 끝까지 함께 걷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