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

사진 설명 시작. 서울시청 앞 대로에서 행진하는 사람들의 뒷모습. 주최 측의 트럭이 사람들을 이끈다. 보라색 옷을 입은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트럭 뒤에서 걸어간다. 그 뒤에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색 가방을 멘 사람이

10월 25일,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시민대책회의)가 주도하고, 행정안전부와 서울특별시가 공동 주관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과 정부가 추모대회를 함께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가족이 앞장서고, 시민이 뒤따랐다

사진 설명 시작. 이태원 참사 현장인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오후 1시경,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았다. 이전까지 외국인 유가족은 사비를 들여 개인적으로 추모 행사에 참석했지만, 이번엔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태원 참사로 14개국에서 온 외국인 26명이 희생됐으며, 이번 행사에는 12개국에서 온 유가족 46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헌화를 하고, 각자의 언어로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오후 1시 59분, ‘4대 종교 추모기도회(기도회)’가 열렸다.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순으로 종교인들이 추모 예식을 진행하며, 희생자의 명복과 사회 정의 회복을 기원했다. 故 유연주 씨의 아버지인 유형우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오늘 추모가 눈물과 그리움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며,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생명과 안전이 가장 우선되는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 설명 시작. 이태원역 1번출구 앞 대로에서 사람들이 행진을 출발하려 한다. 선두에는 사람 네 명이

이후 참가자들은 참사 현장인 이태원역 인근에서 용산 대통령실, 서울역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보라색 옷을 입은 유가족이 앞장서고, 깃발을 든 연대 시민들이 뒤따랐다. 이승훈 시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오늘 행진은 희생자 159명이 보낸 질문에 답하는 길”이라며 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행진하며 “10·29 이태원참사, 진상을 규명하라”, “안전을 원한다면 참사를 기억하라”, “재발방지대책 수립하고 안전사회 건설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 중에도 유가족의 발언이 이어졌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故 홍의성 씨 아버지인 홍두표 씨는 “지난 정권 때 대통령실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며, “정부가 국민 앞에 있음을 느끼게 해달라”고 국가 차원의 관심과 기억을 촉구했다. 행진 대열은 주요 거리마다 시민들에게 참여를 독려했고, 일부 시민은 손을 흔들며 응원의 뜻을 전했다.

남은 과제를 되새긴 시민추모대회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가 시작됐다. 주최 측은 오후 6시 34분이 “참사 당시 최초로 신고가 이뤄진 시간으로, 사람들을 살릴 수 있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사진 설명 시작. 이태원 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

가장 먼저 희생자 159명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식’이 진행됐다. 청년 대표로 나선 최보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활동가와 송영경 진보대학생네트워크 성공회대지회장이 한 명씩 이름을 불렀고, 참석자들은 “기억하겠습니다”로 화답했다. 이와 함께 노경근 화가가 그린 희생자들의 초상화가 영상으로 재생됐다.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0월 29일은 평범하지만 소중한,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순간이었다”며, “159개의 꿈과 미래가 멈췄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유가족은 참사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부,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와 싸워야 했다”며, 이러한 현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올해 6월 조사를 개시한 것을 두고선 “다행스럽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며, 아직 수많은 의문이 남아있다”며 “특조위에 조사를 신청하고, 진상규명 과정을 감시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 설명 시작. 사진 왼쪽 앞줄에 흰색 수염이 난 사람이 안경을 쓰고 보라색 목도리를 어께에 걸친 채 피켓을 들고 앉아있다. 그 왼쪽에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메고 앉아있다. 옆엔 송해진 운영위원장이 보라색 옷을 입고 두 손을 피켓 위에 모으고 앉아있다. 뒷줄엔 안경을 쓴 사람 두 명이 눈을 감고 앉았다. 가운데엔 보라색 옷을 입고 챙이 있는 모자를 쓴 사람이 앉았다. 그 뒤에도 많은 사람이 앉았다. 사진 설명 끝.

이태원 참사 추모위원장을 맡은 김민석 국무총리도 추모사를 전했다. 김 총리는 “정부를 대표해 추모를 바친다”며, 이태원 참사를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공적 책임과 공적 안전망 붕괴가 불러온 참담한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부실한 징계엔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유가족의 의견이 반영된 추모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참사 유가족을 욕보이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 유가족도 추모 발언에 나섰다. 노르웨이인 故 스티네 에벤센 씨의 어머니인 수잔나 에벤센 씨는 “딸은 한국을 살기 좋고 안전한 나라라고 믿었다”며, “딸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을 수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누가 내 딸의 죽음에 책임질 것인지 묻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인 故 함영매 씨의 오빠 함일송 씨는 “희생자들은 윤석열 정부, 서울시, 용산구, 경찰 모두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희생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란인 故 아파크 라스트마네시 씨의 어머니인 자흐라 라자에이 씨는 “한국 정부는 우리 아이들과 자국 아이들 모두에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며 “정의가 설 때까지 침묵하지 않고, 이태원의 유가족으로서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설명 시작. 무대 뒤 화면엔 무대 영상과 영어 자막이 송출된다. 화면 아래엔

대구 지하철 화재, 가습기 살균제, 세월호 침몰 등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재난참사피해자연대’도 함께했다. 이태원 참사 2주기 행사에도 참여한 김종기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소중한 가족이 곁에 없는 지난 3년이 얼마나 상실감이 크고 공허한지 세월호 참사 엄마 아빠들은 잘 안다”며,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에게 “주저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고 위로를 건넸다. 이후 시민대책회의 대표 5인이 나서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선언문을 낭독했다.

시민추모대회에는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가수 정밀아 씨는 노래 ‘서시’와 ‘꽃’을 부르고 “앞으로도 노래로 연대하겠다”고 애도에 동참했다. 가수 하림 씨는 노래 ‘별에게’를 부르기에 앞서 “우리가 별들을 만들자”고 행사 참석자들에게 제안했고, 참석한 시민들은 휴대폰으로 불빛을 켜 화답했다.

이태원 참사 추모에 참여하는 대학생의 목소리

대학생들은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에 함께했다. 동국대 원우형 씨는 외국인 유가족 통역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원 씨는 해외 유가족은 국내 소식이나 언론보도를 접하기 어려웠다며, “그들을 환대한 적 없는 한국에서 이제라도 위로와 사과를 전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도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학소위 조성윤 집행위원장(사회복지 21)은 “참사에 대한 기억이 단지 서울광장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대학과 일상 곳곳에서 기억을 모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학소위는 교내 추모제와 유가족 간담회를 연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대학생들은 “이태원 참사는 남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미래정치연구회 고려대지부에서 활동하는 박정훈 씨는 “나와 비슷한 또래에게 벌어진 충격적인 장면을 보며 스스로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같은 단체 서울대지부 나승엽(정치외교 25) 씨는 “이태원은 자주 다니기도 해 의미 있는 공간인데, 참사 당시 지인이 현장에 있지 않을지 걱정했다”고 돌아봤다.

대학생들은 대학과 사회적 참사에 대한 기억을 연결하고자 했다. 참석자 한 명은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인동’ 회원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매달 학습모임을 갖는데, 10월 주제는 ‘사회적 참사의 원인과 구조’였고, 이에 맞는 실천으로 시민추모대회에 나오게 됐다”고 참여 동기를 설명했다. 곁에 있던 다른 회원은 “대학이란 환경에선 문제의식이 같다면 변화를 위해 여러 여건에 덜 얽매인 채 목소리 내고, 실천할 수 있다”고 짚었다.

‘대학생기후행동’ 소속 서강대 노경배 씨는 “주변인들에게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를 지적하고, 언제나 사회적 참사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학내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함께한 서현 씨는 “일전에 참여한 유가족과의 만남에서, 생존자와 유가족은 ‘기억이 사소하지만 제일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며 기억의 가치를 떠올렸다. 대학생들은 앞으로 자신이 진출할 사회가 안전한 곳이 되길 바라며, 이를 직접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하는 마음으로 추모에 나섰다.

사진 설명 시작. 시민추모대회 좌석 전경이다. 보라색 옷을 입은 유가족들이 앞에 앉았다. 그 뒤엔 시민들이 앉았다. 깃발을 든 시민들은 가장 뒤쪽에 모여있다. 사람들의 좌석 주변을 추모 부스가 둘러싸고 있다. 뒤편으로 플라자호텔이 우뚝 서있다. 사진 설명 끝.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열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은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짚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마음에 담았다. ‘별이 된 159명의 참사 희생자’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함께 되새겼다.

사진 설명 시작. 추모기도회에 참석한 유가족들 옆모습. 사진 왼쪽 앞엔 주황색 형광조끼를 입고 안경 쓴 통역하는 사람이 앉았다. 옆으로 외국인 유가족들이 앉았다. 사진 중앙엔 검은색 후드를 입은 외국인 유가족이 고개를 숙인 채 턱을 괴고 있다. 사진 중앙 오른쪽엔 금발인 외국인 유가족이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중앙 뒤편으로 흑인 유가족 한 명과 백인 유가족 한 명이 통역 봉사자의 설명을 듣는다. 사진 설명 끝.
사진 설명 시작. 유가족들이 녹사평대로에서 행진하는 모습이 육교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행진하는 사람들 반대편 도로에는 많은 차량들이 지나간다. 행진하는 사람 왼쪽에는 녹색 형광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차도와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 통역 봉사자들이 주황색 형광조끼를 입고 유가족들 사이엔 섞여 있다. 오른쪽엔 인도가 있다. 사진 설명 끝.
사진 설명 시작. 유가족과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서울역 앞 대로에서 행진한다. 사진엔 걸어가는 사람들의 앞모습이 보인다. 사람들 왼쪽엔 자전거 도로가 있다. 뒤쪽엔 시민들이 든 깃발들이 보인다. 행렬 오른쪽 앞엔 파란색 버스가 지나간다. 그 뒤로 빨간색 버스가 뒤따른다. 사람들 뒤로 멀리 과거 서울역 건물이 보인다. 사진 설명 끝.
사진 설명 시작.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 추모 메시지를 적은 노란색, 주황색, 초록색, 하늘색 붙임쪽지 여러 장이 보드판에 붙어 있다. 왼쪽 상단 쪽지엔 보라색 별이 그려져 있다. 한 쪽지엔
사진 설명 시작. 시민추모대회에서 보라색 옷을 입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발언한다. 왼쪽부터 검은색 옷을 입은 통역사가 서 있다. 그 옆에 히잡을 쓰고 안경을 쓴 이란 유가족이 섰다. 옆에 검은색 야구모자를 쓴 중국 유가족이 섰다. 옆에 러시아 유가족이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한 손에 종이를 들고 발언한다. 옆에 카자흐스탄 유가족이 희생자 사진과 마이크를 들고 섰다. 그 뒤에 통역사가 마이크를 들고 있다. 사진 설명 끝.
사진 설명 시작. 추모대회 무대에서 추모 영상이 재생된다. 화면 왼쪽엔 세로로 긴 2개의 모니터에 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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