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왜 왔니

사진 설명 시작. 두 명의 개가 있다. 한 명은 포획틀에 잡혀있다. 다른 한 명은 포획틀에 잡힌 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설명 끝.
▲포획틀에 잡힌 들개 ©캠퍼스안전반

서울대생 민영(가명) 씨는 늦은 밤 시험 공부를 마치고 혼자 귀가하던 중 들개 떼를 마주쳤다. 들개 서너 명(命)의 등장만으로 가슴이 서늘해졌다. 당장이라도 들개가 달려들 수 있겠다는 두려움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들개들은 민영 씨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캠퍼스 구석에서 놀고 있을 뿐이었다. 민영 씨는 다행히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만약 민영 씨가 들개를 목격하고 곧바로 신고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같은 땅을 딛고 살아가지만 늘 불청객 취급받는 들개의 삶을 살펴봤다.

서울대 들개, 어디서 왔니?

캠퍼스에서 들개와 마주치는 건 흔한 일이다. 관악산에 먹잇감이 부족해지는 겨울철엔 더욱 그렇다. 들개는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기숙사나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자주 출몰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들개와 캠퍼스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들개는 언제 어디서 나타나 캠퍼스에 자리 잡게 됐을까? 들개의 등장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려온다. 과거 삼성동 인근에서 성행하던 보신탕집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버려진 도축용 개가 관악산 들개가 됐다는 추측이 있다. 한편 2018년 〈SBS〉 《궁금한이야기 Y》 보도에 따르면, 2000년대 초 북한 국적 남매가 관악산에서 목줄 없이 키우던 개들이 탈출해 야생화됐다고도 한다.

이는 모두 추측일 뿐, 들개의 출몰 배경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20년간 캠퍼스 인근이 들개의 집이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집에서 내쫓긴 들개의 결말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들개는 인간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서울대 캠퍼스안전반은 2000년대부터 들개 포획 사업을 진행해 왔다. 캠퍼스안전반은 들개 포획틀 6개와 포획장 2개로 2024년에만 들개 16명을 포획했고, 9월 기준으로 올해는 벌써 18명을 잡았다. 이 중엔 오랫동안 포획틀을 피해 다니며 캠퍼스에 머물던 성견들도 있다. 포획틀보다 크고 들개의 경계심을 완화할 수 있는 포획장을 작년부터 도입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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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를 목격했다는 민원 신고에 따라 캠퍼스안전반이 바로 출동하더라도 들개를 잡거나 내쫓기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들개가 신고 장소에 없는 경우가 많아 포획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들개를 위협했다간 오히려 경계심이 높아져 행인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캠퍼스안전반은 민원 신고를 바탕으로 들개가 주로 출몰하는 지역을 파악해 포획틀을 그때그때 옮기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이렇게 잡힌 들개는 주인을 기다리게 된다. 야생동물이 구조되면 보통 치료를 거쳐 자연으로 돌려보내지만, 들개는 동물보호법상 야생동물이 아닌 ‘유기동물’로 분류된다. 동물보호 단체인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가 들개를 인계받아 숙려기간 10일 동안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 사진과 특징을 올린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들개는 주인에게 버림받았거나 야생에서 태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인이 나타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협회가 관리하던 관악구 개가 주인을 되찾은 경우는 단 두 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잠시 잃어버린 반려견이 운 좋게 발견된 경우였다.

숙려기간 10일이 지나면 들개는 지자체로 넘겨져 입양을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사람에게 길들지 않은 들개를 입양하려는 이는 드물다. 특히 성견은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 더욱 외면받는다. 결국 관악구 유기동물 보호소가 수용할 수 있는 개체 수를 초과하면 안락사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관악구 유기견 180명 중 64명이 안락사 또는 자연사로 생을 마감했다.

야생화된 들개를 반려견으로 길들일 수는 없을까? ‘동물권행동카라(카라)’는 2020년 구조한 들개 ‘로다’를 훈련해 사회화에 성공했다. 30개월간 먹이와 안정적 환경을 제공하고 산책 훈련, 극복 훈련, 치료 등을 병행한 결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은 총 1,800만 원에 달한다. 이미 야생에 익숙해진 성견의 경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카라에 따르면 생후 4개월이 지난 들개를 사회화하는 훈련엔 8개월 이상의 시간과 44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카라는 ‘야생화된 반려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나 기사에선 들개로 통칭한다.

캠퍼스안전반이 새끼 들개가 포획되길 기다리는 이유다. 들개가 미끼에 넘어가지 않도록 일부러 포획틀 근처에 먹이를 두는 사람들도 있는데, 캠퍼스안전반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캠퍼스안전반은 “새끼 들개가 조기에 포획돼야 입양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선의로 한 행동이 안락사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캠퍼스안전반은 포획틀 근처에 들개에게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사진 설명 시작.
▲들개 먹이제공 금지 안내문

그러나 새끼 들개만 골라 포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견이 잡혔다고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포획된 서울대 들개 대부분은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그럼에도 캠퍼스안전반은 학내 구성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들개는 20년 넘게 미움받는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버리고, 인간이 두려워하는 들개

주인 있는 개는 인간의 가족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주인 없는 개가 오히려 보편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개 약 10억 명 중 75% 이상이 주인 없이 도시나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견보다 들개가 보편적인 개의 모습에 가깝다는 것이다. 애초에 개는 생물학적으로 야생의 늑대와 같은 종이고, 인간이 야생에 사는 개를 길들여 인간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인 모습이 지금의 반려견이다. 그럼에도 들개는 주인이 없고 길거리에 산다는 이유로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들개의 등장은 인간의 책임이기도 하다. 들개는 버려진 개들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는 들개를 1세대와 2세대로 구분하는데, 1세대는 유기견 출신, 2세대는 1세대 들개가 낳은 새끼들이다. 서울대 들개들도 다르지 않다. 이진상 캠퍼스안전반장은 “목줄이나 ‘하네스’를 착용한 들개도 종종 보인다”고 말한다. 이들이 본래 반려견이었다는 증거다.

*하네스(harness): 개의 몸통에 두르는 끈으로, 목줄과 달리 가슴과 어깨 부분에 고정해 산책 시 목에 부담을 줄인다.

식용으로 사육되던 개도 들개가 된다. 2024년 ‘개식용종식법’이 제정됨에 따라 개를 사육하거나 판매하는 사업장은 2027년 2월까지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꿔야 한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기준 개 농장의 70%가 폐업했지만, 사육 중이던 개 46만 명 중 입양되거나 경비견으로 전환된 잔여견은 455명뿐이다. 대부분은 도축장에 판매됐으나, 일부는 유기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4년 11월 《뉴스토리》는 개 농장주들이 처치 곤란한 잔여견들을 야산에 풀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도했다.

*잔여견: 개 농장이 폐업하면서 농장주가 사육을 포기한 개

죽이지 않고 함께 살기

사진 설명 시작. 캠퍼스에서 어미개가 새끼개 두 명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설명 끝.
▲캠퍼스를 거니는 어미견과 새끼 들개들 ©박시윤

인간이 버린 개를 인간이 무서워하고, 그리하여 다시 포획하고 죽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악순환의최대 피해자는 버려지고, 죽임 당하는 개들이다.

인간과 들개가 공존할 수는 없을까. 자연생태학자 우재욱은 『들개를 위한 변론』에서 인간의 태도가 들개와의 관계를 결정한다며,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선 들개가 마을에 어울려 살고 사람을 공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거주민들이 들개를 굳이 쫓아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르다. 도시는 들개가 살아가기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먹잇감을 구하기도 어렵고, 인간을 피해 쉴 곳도 마땅치 않다. 이에 더해 보신탕 문화로 인해 한국의 들개는 산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무분별한 산지 개발과 생태계 파괴는 들개가 인간 거주지로 내려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 환경을 고민하는 수의사 권소희 씨(도시계획학과 박사과정)는 지금의 들개 포획이 지닌 폭력성을 지적한다. “‘버드 스트라이크’*로 죽는 새가 한 해 800만 명이지만 비행기를 없애진 않는다. 인간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개는 공포감을 준다는 이유로 포획하고 안락사한다.” 권 씨는 “어떤 존재를 죽여도 된다고 여기는 순간, 그 존재만 제거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단편적인 해결책을 취하게 된다”며 들개 포획이 결국 인간의 편의만 고려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사고

무분별한 들개 포획이 최선의 방식일까. 우재욱은 들개와 생태적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구태여 먼저 들개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가까이 접근하거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행동은 들개를 자극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 들개가 인간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출현지역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축사를 견고하게 짓거나 경비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3) 마지막으로, 들개의 서식을 인정한다. 들개를 존엄한 생명체로서 인식하고, 인간과 큰 충돌이 없음에도 공포감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포획해선 안 된다.

실제로, 야생개 ‘딩고’가 서식하는 호주 프레이저섬에서는 딩고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 경비견을 배치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과 충돌하는 개체가 있다면 이를 특정해 포획한다. 이로써 무자비한 포획 없이도 들개와 공존하고 있다.

서울대 캠퍼스는 관악산에 둘러싸여 있다. 자연 한가운데 있으니 야생동물 출몰이 자연스럽지만 우리는 들개를 불청객 취급하고 내쫓는다. 캠퍼스가 인간의 영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명과 공간을 바라보는 인간중심적인 시선이 들개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무작정 들개를 통제하는 대신 그들의 존재를 인정할 때, 비로소 상호 존중에 기반한 공존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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