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아래, 집은 권리다!”
한계 많은 휴전협정, 식민통치 종식을 위한 먼 여정의 출발점 삼자
사랑을 담아 가자에: 연대의 의미를 돌아보며

한계 많은 휴전협정, 식민통치 종식을 위한 먼 여정의 출발점 삼자

news-p.v1.20241227.6de33f15094e48f8adfe1c89c7dca864_P3.png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10월 9일, 가자지구 휴전 협정이 체결됐다. 이로써 2년 가까이 지속된 가자지구 폭격이 잠정 중단됐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칸유니스 거리엔 주민들의 환호와 눈물이 쏟아져 나왔고, 노점 시장에선 다시 사과와 감자를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휴전은 가자지구의 가장 깊은 상처를 드러내는 침묵을 가져오기도 했다. 전쟁통에 묻혀있던 슬픔과 상실, 피로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자지구에서 학살당한 주민만 6만7천여 명에 달한다. 대부분 민간인이고, 그 중 약 2만 명은 어린이다. 유엔 직원 346명이 사망했고, 언론인 252명이 살해당했다. 우리가 어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행한 것은 명백히 인종주의에 기반한 집단학살(genocide)이었다. 기드온 폴리아(Gideon Polya)와 리차드 힐(Richard Hil)은 폐허가 된 건물 잔해에 매장된 사체, 통신·행정 시스템의 붕괴로 기록이 누락된 사망자, 감염병이나 구호 차단·기아로 인한 사망자 등을 고려하면 사망자가 최대 68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2월 8일 의학저널 〈랑셋〉에 제이나 자말루딘(Zeina Jamaluddine) 등 5명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집계된 사망자 수가 실제보다 41% 적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를 감안하면 사망자수는 11만3천 명(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약 5.65%)에 달한다.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2023년 10월 7일에서야 시작된 게 아니다. 그것은 20세기 초, 유대인들 중 시온주의*에 경도된 이들이 ‘정착민 식민주의’** 프로젝트를 위해 팔레스타인 땅에 당도했을 때 이미 시작됐다. 그것은 1948년 시온주의 군사조직이 당시 팔레스타인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주민 75만 명을 온갖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 내쫓거나 학살했을 때 시작됐다. 그것은 1967년 이스라엘이 이집트·요르단·시리아·레바논 등 이웃국가들을 선제 침공하고 팔레스타인인 수십만 명을 난민으로 만들었을 때 시작됐다. 이들 시온주의자가 결코 유대인 전부를 대변하진 않지만, 적어도 선주민을 내쫓고 자신들만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주해 왔다면, 그들은 모두 잔혹한 식민주의자이자 인종주의자다. 시온주의자들은 오래도록 팔레스타인 땅에 살던 이들을 ‘내쫓고’, ‘학살’했으며, 지금도 계속 그리하고 있다.

*시온주의: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민족국가를 건설하고자 한 종교적·정치적 운동

**정착민 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m): 다른 민족의 영토를 점유하고, 그 땅에서 토착민을 제거하거나 지배함으로써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식민주의 체제

이번 협정에 관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이번 휴전의 배경에 이스라엘군의 지속적인 휴전 거부와 기존의 휴전안에 대한 파기가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20개 조항으로 내놓은 계획은 멀고 험난한 여정의 출발선일 뿐, 앞으로 넘어서야 할 쟁점이 수두룩하다. 실제 이번 휴전협정안은 일시적인 총격 중단 및 병력 철수 조치를 포함하지만,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점령 구조과 경제 봉쇄는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이스라엘군이 지정된 선까지 철수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스라엘군은 여전히 그중 일부에서만 철수했다. 이는 시온주의자들의 식민주의 점령과 봉쇄 체제를 은밀하게 유지시킨다.

이런 상황은 시온주의 점령군의 가자지구 봉쇄 조치를 무기화한다. 가령 10월 15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인계한 네 번째 시체가 포로 중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는다’며, 가자지구 구호 물자를 실은 트럭 600대 중 300대의 진입을 불허했다. 휴전협정 타결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가자지구 곳곳에선 여전히 주민들을 향해 총격이 가해지고 있다.

가자지구 통제권을 외부기관이 감독하는 방안 역시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배제한다. 외부세력이 주도하는 구조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자결권을 약화시키고 독립적인 통치 역량을 축소시킬 수 있다. 마치 8.15 해방 이후 미군정이 한반도 남쪽을 통치하면서 남한사회가 자주적인 국가를 건설할 역량을 탄압했듯이 말이다. 가자지구 휴전협정이 인도주의적 구호의 접근을 확대하고 인도물자 반입을 허용하는 등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이 저지른 전쟁 범죄나 대량 학살에 책임을 묻는 조항은 빠져있다. ‘평화로운’ 식민지배가 전면화된 셈이다.

10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의회 연단에 서서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어투로 연설했다. 연설 중 한 아랍계 의원과 좌파정당 의원이 대량학살을 비판하며 침묵 시위에 나섰지만, 이내 경비원의 손에 끌려 나갔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승리했다’면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훌륭한 업적’을 축하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는 세계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 이스라엘에 많은 것을 줬고, 당신들은 그것을 잘 활용했다’며 자랑했다. 올해 7월 네타냐후는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우리는 두 학살자의 자화자찬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이 휴전이 평화를 가져다주리라 안도하기란 어렵다. 폭격과 학살이 중단된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의 참혹과 고통은 은밀한 형태로 바뀌었을 뿐이다. 더구나 2년간 지속된 폭격은 지울 수 없는 공포와 비참을 낳았다.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과 상흔, 폐허가 된 풍경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았다. 새로운 식민자가 올 가능성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올해 2월 5일, 트럼프는 가자지구를 미국이 ‘지배(take over)’하고 ‘소유(own)’하겠다면서, 재개발과 재건 사업을 미국이 책임지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휴전협정은 말 그대로 ‘일시 중단’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은 이전에도 휴전을 약속해 놓고 폭격을 재개해 집단학살을 이어갔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열망하는 모든 이는 국제법상 완전하게 ‘불법’으로 명명된 이스라엘 점령군이 완전히 철수하고 식민 지배가 종식될 때까지,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권이 지켜질 때까지,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 계속해서 연대하고 팔레스타인의 평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협정안이 남겨둔 빈틈과 위선을 폭로하고, 국제사회와 시온주의자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행동을 이어가야 한다.

이번 휴전 조치가 국제적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최고조로 확대됐을 때 이뤄졌다는 점을 떠올려 보자. 시온주의자들은 학살을 지속하길 원했지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힘에 밀린 각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발표하자 뒷걸음질쳤다. 그러니 우리가 이 기만의 시대를 이겨낼 유일할 방법은 계속해서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이스라엘에 대한 BDS운동*의 동력을 이어가는 것뿐이다. 이스라엘에 전면적인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하고, 이스라엘과의 경제 협력 및 학술 교류를 중단하고,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지속하는 이스라엘을 유엔에서 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들이 세운 억압과 학살의 체제를 막아내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팔레스타인 민중이 실효성 없는 약속의 반복으로 희망을 잃지 않도록, 연대의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 휴전 조치만으로는 집단학살을 멈추는 데 충분하지 않다.

*BDS 운동: 불매(Boycott), 투자 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s).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과 국제법 위반에 항의하는 비폭력 운동으로,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에서 시작됐다.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특정 인종·민족 집단을 지배·억압하기 위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분리·차별 행위

가자지구로 항해한 국제 수무드 선단*의 일원이었던 언론인 키어런 안드리우(Kieran Andrieu)는 연이은 구호 선단들의 항해에 함께한 활동가 600여 명이 가자지구에 다다르지 못했음에도, 분명한 정치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최선두에 섰던 이 행동은 나토(NATO) 해군까지 움직이게 해 이스라엘군의 계산을 무너뜨렸고, 가자지구와 멀지 않은 스페인·이탈리아·튀르키예 정부를 깊숙이 개입시켰다. 구호 선단이 이스라엘군의 시선을 붙잡아 둔 덕에 가자지구 주민 일부는 오랜만에 어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며칠간 교도소에 불법적으로 구류됐을 때 안드리우는 이스라엘 간수들이 공포와 불안에 떠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미 ‘프로파간다 전쟁’에서 패배했으며, 그들이 백년 가까이 지속해 온 폭력은 이제 내부를 향해 되돌아가고 있다.

*국제 수무드 선단(Global Sumud Flotilla): 전 세계 시민·활동가들이 배편으로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보내려는 연대 프로젝트. ‘수무드(صمود)’는 아랍어로 ‘굳건한 인내’ 혹은 ‘끈질긴 저항’을 뜻한다.

바로 이런 행동이 오늘의 휴전을 낳았고, 오직 우리의 연대만이 집단학살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시온주의자들이 세운 식민통치는 결코 공고하지 않다. 우리가 팔레스타인과 함께한다면, 그들은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 기사

“보름달 아래, 집은 권리다!”

다음 기사

사랑을 담아 가자에: 연대의 의미를 돌아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