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히트 상품이 되다

사진 설명 시작. 서울대 정문에 수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사진 설명 끝.

©박시윤

주위를 둘러보면 학생 무리가 인솔자를 따라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캠퍼스 투어’로 불리는 대학교 견학 현장이다. 서울대 공식 견학엔 연간 2만여 명이 참여한다. 여기에 외부 업체가 운영하는 사설 캠퍼스 투어를 포함하면 실제 견학생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사설 업체는 많게는 한 달에 1만 명 이상이 몰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사설 캠퍼스 투어를 두고 근래 학내에선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2024년에는 ‘재학생 보호를 위한 캠퍼스 투어 규정 마련’이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사업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에브리타임’ 총학생회 청원 게시판에는 사설 캠퍼스 투어를 규제하라는 요구가 연달아 올라왔다. 무분별한 캠퍼스 투어로 구성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학내 구성원의 이목을 끌고 있는 사설 캠퍼스 투어의 요모조모를 톺아봤다.

사설 캠퍼스 투어, 문제라고?

사설 캠퍼스 투어에 대한 문제의식은 2022년을 기점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물에 들어선 2022년 6월, 서울대 본부는 공식 견학을 재개했다. 그와 동시에 사설 캠퍼스 투어 역시 활발해지며 견학생으로 인해 혼잡해진 학내 시설, 소음, 캠퍼스 훼손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재학생들이 학내 시설을 이용하며 경험하는 각종 불편은 흔히 지적되는 문제다. 사설 업체에서 제공하는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에는 학생식당 이용과 기념품점 방문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제한된 학식 운영 시간에 많은 견학생이 한꺼번에 학생식당을 이용해 재학생이 식당 이용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국어국문학과 A씨는 “식사를 하려 해도 줄이 너무 길고 소란스럽다”며 불만을 표했다.

사진 설명 시작. 학생회관1층 계단에 20명 남짓한 학생들이 모여 앉아 있다. 사진 설명 끝.

캠퍼스 투어 도중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도 꾸준히 언급된다. 견학생이 대거 캠퍼스를 도보로 이동하며 강의실과 도서관 등을 지나칠 때 소음이 발생한다. 64동 IBK 커뮤니케이션 센터 관리직 이도윤 씨는 “견학생이 화장실 이용을 위해 건물에 들어와서 달리거나 떠드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중앙도서관 인근 편의점과 카페를 이용하며 생기는 소음 역시 문제다. 시험 준비를 위해 중앙도서관을 자주 방문하는 대학원생 B씨는 “오후 2시쯤 도서관 근처 편의점에서 견학생들이 너무 소란스럽다”며 불만을 표했다.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시설 훼손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캠퍼스 투어 중 사용한 활동지가 길가에 버려지기도 한다. 64동을 관리하는 이도윤 씨는 “건물 앞길이나 내부에 견학생들이 버리고 간 팸플릿과 쓰레기가 제법 있다”며 해당 투어를 진행하는 업체에 뒷정리를 철저히 하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낙서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서울대 정문 ‘샤’ 구조물에 붙어있는 낙서를 금지하는 공고 주변조차 낙서가 가득하다.

사진 설명 시작. 회색의 철골 구조물 위에 검은 색의 매직으로 온갖 낙서가 덮여 있다. 사진 설명 끝.

캠퍼스 투어라는 ‘상품’

서울대 본부도 사설 캠퍼스 투어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학생지원과는 홈페이지에 ‘공식 견학을 제외한 캠퍼스 투어를 자제해 달라’고 반복해서 안내 중이지만 사설 캠퍼스 투어는 끊이지 않는다. 많은 이가 사설 캠퍼스 투어로 서울대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사설 캠퍼스 투어는 여러 사람에 의해 꾸준히 생산·소비되고 있다. 우선, 사설 캠퍼스 투어는 공식 견학이 받아내지 못한 추가 수요를 흡수한다. 학생지원과에서 운영하는 공식 견학은 최대 참여 인원이 30명 남짓이다. 캠퍼스 투어에 참여하는 견학생은 대부분 초·중·고등학교 학생인데, 학급이나 학년별 단체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인원 제한이 없는 사설 캠퍼스 투어를 찾는 것이다. 캠퍼스 투어 업체 대표 C씨는 “견학 수요는 많은데, 공식 견학이 수요를 맞출 수 없어서 사설 캠퍼스 투어가 계속 소비된다”고 분석한다.

인포 설명 시작. 공식 캠퍼스 투어와 사설 캠퍼스 투어를 진행 주체,진행 내용, 진행 시간, 인원수에 따라 대조한 표이다. 인포 설명 끝.

©빈채현

도보로 캠퍼스를 직접 둘러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사설 캠퍼스 투어의 강점이다. 서울대 공식 프로그램에선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정기 견학에서만 캠퍼스 전경을 아우르는 도보 견학을 제공한다. 이 경우 참여 인원이 최대 5인으로 더 줄어든다. 최대 90인까지 수용하는 단체 견학도 있지만, 이는 버스로만 진행된다. 학생지원과는 재학생 학습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평일 도보 견학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도보 견학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사설 업체의 문을 두드린다.

사설 캠퍼스 투어가 내세우는 도보 견학의 강점은 서울대의 넓은 부지에 특화돼 있다. C씨는 서울대가 다른 대학보다 캠퍼스 부지가 넓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업체가 찾아와도 “동선이 겹쳐 방해받을 가능성이 낮다”며 여러 업체가 서울대를 주요 상품으로 선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많은 방문객이 도보로 캠퍼스를 돌아다녀도 불편이 덜하다는 것이다.

또 서울대 캠퍼스 투어의 높은 수요는 서열화된 대학 구조 속 서울대의 위상에서 기인한다. 캠퍼스 투어는 많은 경우 학생의 학업 동기를 고취하기 위해 이뤄진다. C씨는 “중·고등학교에서 업체에 투어 문의나 요청을 넣으면 대다수가 서울대 캠퍼스 투어”라고 실정을 털어놨다. 높은 수요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공급의 틈새를 사설 업체가 파고들어 내놓은 상품이 서울대 캠퍼스 투어라는 것이다.

정말 문제기만 할까?

사설 캠퍼스 투어는 학내 구성원에게 직간접적인 이득을 제공한다. 우선 사설 캠퍼스 투어는 재학생의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된다. 사설 업체는 투어 인솔자를 주로 일일 아르바이트의 형태로 채용한다. 약 3~4시간 동안 많게는 10만 원까지 벌 수 있다. 일일 멘토로 일한 경험이 있는 미학과 D씨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 용돈을 번다고 생각하고 지원했다”며 “3시간에 8만 원이면 상당히 효율이 좋은 편”이라고 회고했다. 준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아 부담도 덜한 편이다.

사설 캠퍼스 투어로 학교에 찾아오는 견학생은 서울대 기념품점의 주 소비자다. 서울대에서 기념품으로 얻는 수익은 생활협동조합(생협)의 학생식당 운영으로 생기는 적자를 충당하는 주요한 재원이다. 생협 관계자 E씨는 견학생을 포함한 외부인이 기념품 소비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생협의 재정 안정은 학식 운영을 비롯한 학생 복지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사설 캠퍼스 투어를 통한 소비자 유인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진 설명 시작. 서울대 학생회관 2층 기념품점을 외부에서 촬영했다. 안에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 설명 끝.

또 사설 캠퍼스 투어 역시 견학의 일종인 만큼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학생지원과 이종희 견학 담당관은 “학교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방문객이 증가하는 건 대학 홍보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공식 견학에 비해 적게는 두 배, 많게는 네 배의 견학생이 한 번에 방문하는 사설 캠퍼스 투어는 크나큰 홍보 효과를 가진다. 사설 업체 대표 D씨는 “캠퍼스 투어 후기를 보면 서울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진학을 목표로 하게 됐다는 말이 많다”며 사설 캠퍼스 투어의 홍보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람직한 캠퍼스 투어를 위해서

사설 캠퍼스 투어를 완전히 규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서울대 캠퍼스는 공공 공간이기 때문이다. 캠퍼스 이용 허가제도나 외부인 출입 제한 규정 역시 학칙상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대학이 공공성과 개방성을 실현하기 위해 본부의 개입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개방하기 위해서는 지켜져야 할 선이 있다. 이 선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본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업체가 대학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거나, 구성원에 피해를 끼쳐 공공성을 훼손한다면 본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024년에는 학생지원과가 산학협력단 지식재산본부를 통해 사설 업체 두 곳에 서울대 정장(正章)의 불법 사용을 멈추고 홍보문구에서 ‘서울대’를 삭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올해도 같은 사례가 3건 적발돼 동일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5월부터는 학생지원과와 학생회가 협력해 피해 사례를 조사해 몇몇 사설 업체에 공문을 보내고 있다.

사설 업체와 서울대는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까. 사설 업체 대표 C씨는 소통을 통한 상생을 소원한다. C씨는 “업체로 인한 피해의 존재를 IBK 센터 관리자분 덕에 처음 알았다”며, “본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우리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 강조했다. 학생지원과는 “사설 업체 견학 참가자와 재학생 멘토의 자정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 언급했다. 사설 캠퍼스 투어가 본부와 소통하며 운영 방식을 조율해 나간다면, 사설 캠퍼스 투어는 공식 견학의 빈 부분을 보완하며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서울대에서는 오늘도 여러 사설 캠퍼스 투어가 진행된다. 견학생 무리는 강의동 사이사이를 돌아다니고, 학식을 먹고, 기념품을 구매한다. 인기 여행지가 된 서울대는 찾아오는 관광객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구성원, 대학 본부, 사설 업체, 견학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캠퍼스 투어를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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