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아 돌봄이 보편화된 시대다. 2024년 기준 유아교육 취원율은 94%에 달하며, 어린이집엔 1세반, 2세반에 더해 0세반까지 생겼다. 이는 보육기관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치원 교사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그중에서도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사립유치원 교사의 고충을 살펴봤다.
업계 관행 된 초과근로

©빈채현
사립유치원 교사 A씨의 하루는 아이들이 등원하는 오전 8시에 시작된다. “8시에 출근해서 오전 10시 30분 정도까지 등원 지도를 해요. 그 후에는 교실로 이동해서 오전 간식을 나눠주고 담임교사의 수업을 보조하죠.” 오전 수업이 끝나면 점심 시간이다. 아이들의 식사 지도를 병행해야 하므로, 교사의 점심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식사 이후 특수 활동과 방과후 활동까지 마치면 주요 일정이 끝난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끝은 아니다. 남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통합 보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들의 평균 귀가 시간은 오후 7시 정도예요. 이미 근로계약서상 근로 시간은 지난 시점이죠.”
통합 보육이 끝나도 A씨는 여전히 퇴근할 수 없다. “아이들이 귀가한 후 남아서 다음날 수업 계획서를 작성한 후 필요한 교구를 제작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시간 외 근로가 많이 발생해요.”
행사가 있는 날이면 주말도 반납한다. 특별한 사정에도 예외는 없다. 사립유치원에서 5년간 근무한 B씨는, 맹장 수술로 입원한 주 주말에도 출근했다.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았지만, 담당 교사라 행사에서 빠질 수 없었다.
초과근로는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빈번히 경험하는 노동권 침해 사례다. 이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유치원 업계에서 관례로 여겨지지만, 사립유치원에서 특히 심각하다.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는 국공립 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지원금과 원비로 예산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원아의 수와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산 부족으로 근무 환경 역시 열악해진다. B씨를 비롯한 유치원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교사에게 서류작업을 위한 개인 컴퓨터가 제공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프린터기조차 부족하다. 교구비가 모자라 교사가 사비를 들여 도구를 구매하고 제작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공공연하게 자리잡은 사립유치원의 관습 탓에, 교사들은 초과근로 수당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다. A씨는 수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교구를 제작한 시간에 대해 초과근로 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 국공립 유치원과 대조적인 풍경이다. 국공립 유치원은 초과 근무가 필요할 경우, 보조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연장 근로 수당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C씨는 말한다. “대부분 사립유치원에서는 유치원의 요구에 맞춰 교사가 추가로 근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이 제공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일부 사립유치원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대구과학대 류덕연 조교수(유아교육과)와 계명대 이진희 교수(유아교육과)는 논문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경험하는 조직문화 들여다보기」(2023)에서, 많은 사립유치원 교사가 낮은 임금과 과도한 근로 시간으로 인해 낮은 직무만족도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감시와 위계 사이에 놓인 교사들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박도 노동권 침해의 일종이다. 사립유치원 교사 C씨는 학부모로부터 ‘아동의 일과를 모두 알고 싶으니 매일 유치원 CCTV를 열람하게 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들었다. 국제노동기구의 ‘근로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행동준칙’에 따르면 사업장에서의 감시는 특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근로기준법’ 역시 정보통신기기에 의한 과도한 노동 감시가 불법임을 명시한다. 따라서 C씨는 아동에 대한 문제행동이 의심되는 특정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열람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학부모는 교사를 믿을 수 없다며 끝까지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노동권 침해는 사립유치원에서 더 심각하다. 사립유치원에서 국공립 유치원으로 이직한 A씨는 둘의 차이를 지적했다. “유치원 업계 자체가 박봉이고 힘들지만, 사립과 국공립 유치원 사이의 차이는 극명해요. 학부모가 교사에게 개입하는 정도가 크게 다르죠. 사립의 경우 학부모들이 전화나 문자로 교사에게 수업 외적으로도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공립은 거의 없어요.”
상급자의 ‘갑질’도 문제다. A씨는 과거 근무했던 업장에서 수업 때마다 원장과의 갈등에 시달렸다. 수업 중 갑자기 들어온 원장은 A씨의 수업 방식이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아이들 앞에서 A씨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늘어놨다. 교사의 수업권은 원장의 말 앞에서 힘을 잃었다. 류덕연 조교수와 이진희 교수의 연구에서, 한 교사는 ‘원감 선생님이 나가셔야지 퇴근을 할 수 있었고, 교사의 말이나 말투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짚어주셨다’며 위계적인 조직문화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울어진 일터, 문제는
유치원 교사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보육 자체를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유치원 교사는 업무가 과도한 데 비해, 경력이 쌓여도 월급이 오르는 정도는 작다.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유치원 교사가 단순 돌봄 제공자로 취급받는 현실을 보여준다.
또 유치원 업계는 경력직 교사보다 호봉이 낮은 초임 교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경력직 교사들은 더 큰 고용 불안정에 노출된다. 이는 보육 노동의 전문성이 홀대받는 분위기를 강화한다.
전문성에 대한 저조한 인식은 교사들이 떠맡는 과도한 ‘잡무’로 이어진다. 교사가 수행해야 하는 보육의 범주가 불분명하고 명확한 지침이 없는 탓에, 교사들은 돌봄 시간 외에도 서류 작성·수업 준비·청소·학부모 상담·회의, 행사 준비 등 수많은 업무를 떠안는다. 그 과정에서 무급 노동과 추가 업무는 ‘가족 같은 돌봄’이라는 모호한 가치로 정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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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식에 더불어, 유치원 설립 형태가 국공립인지 사립인지에 따라 문제가 심화된다. 유치원 교사들에 대한 노동권 침해는 국가의 보호를 받는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보다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 더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유치원 설립 형태에 따라 다른 법안이 적용되는 데서 기인한다.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은 교육공무원법*을 가장 상위 법으로 적용받는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법안은 사립학교법**이다.
*교육공무원법: 교육공무원에 적용할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
**사립학교법: 학교법인, 공공단체 외의 법인 또는 그 밖의 사인(私人)이 설치하는 학교에 적용되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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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법안을 적용받는지에 따라 교사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달라진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임금 체계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하는 호봉표에 맞춰서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교사는 지역별로 유치원 원장끼리 합의한 민간 호봉표의 적용을 받는다. 사립학교법에는 명시된 급여기준이 없는 까닭이다. 민간 호봉은 대체로 국가 호봉표의 85~90% 선에서 형성되나, 그마저도 원장에 따라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 이상만 지급하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의적이고 불투명한 임금 체계는 계약직 위주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맞물려,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노동권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교육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는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과 달리,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인사는 개별 유치원 원장에게 달려있다.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구직을 위해 활용하는 웹페이지 ‘고가네 유아포럼’의 구인란에도 정확한 근무시간과 월급이 명시된 경우는 드물다. A씨 역시 출근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과 월급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를 위한 유치원은 요원한가
사립유치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움직임은 없었을까. 2019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에 대응해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으로 구성된 ‘유치원 3법’이 발의됐다. 이 법으로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가 공적으로 추진됐지만, 교사들의 근로 환경 문제는 논의에서 제외됐다.
사립유치원 교사의 노동권 침해를 대변하고 공론화할 기관이 없는 것도 문제다. 교사노동조합연맹에 등록된 8개의 교사 노조 중, 사립유치원 교사를 위한 노조는 없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의 의견을 대변하는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것과 대비된다.
사립유치원 교사 노동조합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2019년 11월 29일, ‘전국사립유치원 교직원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이들은 원장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맞서 사립유치원 교사의 처우 개선과 노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노조는 조직력을 갖춘 기관으로 성장하진 못했다. 이직과 근무지 변경이 잦은 사립유치원 교사의 특성상 노동조합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노조원을 찾기 어려웠고, 원장들의 감시가 노조 활동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의욕을 잃고 업계를 이탈하는 교사도 많다. A씨가 유아교육과에 진학했던 이유는 아이들을 사랑해서였다. 그러나 구직 과정에서 마주한 열악한 노동 환경은 A씨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어린이가 좋아서 유치원 교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제 동기 중에는 노동 환경 때문에 직종을 전환한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돕는 것에 보람을 느꼈던 B씨 역시 부당한 노동 환경 때문에 이직을 결심했다. “우리도 교사이기 전에 근로자인데,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끝없는 봉사를 강요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올해 기준 대한민국의 공립 유치원 취원율은 30%에 그친다. 아동 보육의 상당 부분이 사립유치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적 돌봄의 수요가 증가하는 동안, 사립유치원 교사의 지위와 처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사립유치원 교사는 유치원의 ‘NPC’가 아니다. 교사들이 받아야 할 것은 감시와 갑질이 아닌, 그들이 제공하는 보육노동의 전문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다.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정부의 제도 마련이 함께 갈 때, 모든 사립유치원 교사가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