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 청년주택, 높은 임대료의 비밀

사진 설명 시작. 관악구 대학동 일대 전경 속에 회색 외벽의 16층 규모 건물인 ‘센터스퀘어 서울대점’이 두드러지게 서 있다. 주변에는 저층 주택과 다세대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으며, 뒤편으로는 녹지가 펼쳐진 산과 고층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사진 설명 끝.
▲대학동에 위치한 센터스퀘어 서울대점 전경 ©송태현

※본 기사에서는 보증금과 월세를 ‘임대료’로 통칭합니다.

지난해 대학동 한복판에 16층짜리 건물이 들어섰다. 이름은 ‘센터스퀘어 서울대점(센터스퀘어)’. 대학동을 오가는 누구라도 눈길을 뺏길 만한 압도적 규모다.

그 정체를 알면 한 번 놀란다. 서울시가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청년안심주택’이라서. 관심이 생겨 들여다보면 또 한 번 놀란다. 청년을 위한 주택이라기엔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이내 안심은 사라지고 의문만 남는다. 공공의 이름을 내걸고 지어진 센터스퀘어는 어쩌다 대학동의 고급주택이 됐나. 그 이유를 파헤쳐 봤다.

청년안심주택이라 쓰고, ‘청년부담주택’이라 읽는다

센터스퀘어는 민관협력으로 지어진 청년안심주택이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청년안심주택(구 역세권 청년주택) 정책을 시행해 왔다. 공공기관이 건설과 운영을 책임지는 건설형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민간사업자가 건물을 짓고 임대하는 형태다. 서울시는 사업자에게 건축 규제 완화 등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임대료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하도록 제한한다. 공공이 직접 임대주택을 짓는 데 한계가 있으니, 민간사업자와 협력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센터스퀘어는 완공 전부터 대학동 청년들의 이목을 끌었다. 서울대생 재윤 씨(22세)도 그중 한 명이었다. “깨끗한 신축이고, 상가나 커뮤니티 시설도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갔어요. 공공 정책으로 지어지니 가격도 저렴할 것 같았고요.”

인포그래픽 설명 시작. 센터스퀘어 서울대점 총 413세대의 공급유형을 나타낸 원형 그래프가 있다. 주변시세 85% 이하의 임대료인 민간임대 일반공급이 62.7%(259세대)로 가장 많고, 주변시세 75% 이하의 민간임대 특별공급은 15.7%(65세대)다. 주변시세 30~50% 이하의 임대료인 공공임대는 21.5%(89세대)라고 적혀있다. 인포그래픽 설명 끝.

하지만 실상은 기대와 달랐다. 재윤 씨가 8평 규모의 센터스퀘어 호실에 들어가려면 보증금 8천만 원에 더해, 월세와 관리비, 대출 이자까지 합쳐 매달 약 70만 원을 부담해야 했다. 대학생이 감당하긴 벅찬 가격이었다. “대학동에선 월세 40~50만 원이면 방을 구할 수 있거든요. 대학동 시세와는 동떨어져 보였어요.”

센터스퀘어 공급 유형은 크게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로 나뉜다. 민간사업자가 공급하는 민간임대는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재윤 씨는 민간임대 중에서도 저소득 청년을 위한 ‘민간임대 특별공급’ 유형으로 입주를 신청했다. 하지만 고정 수입이 없어 대출을 받기도 어렵고, 예상되는 지출도 클 것 같아서 결국 입주를 포기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매입해 직접 공급하는 ‘공공임대’ 유형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태인(가명) 씨(27세)는 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에 당첨됐지만, 역시 높은 임대료 탓에 입주를 단념했다. “달마다 100만 원 넘게 내야 했어요. 관리비와 주차비까지 고려하니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높은 임대료의 비밀

청년들은 저마다 기대를 품고 센터스퀘어의 문을 두드렸지만, 높은 임대료의 벽에 부딪혀 좌절했다. 서울시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며 정책을 홍보했지만, 청년들이 느끼기엔 턱없이 비쌌다. 그 이유는 주변 시세를 조사하는 방식에 있다.

센터스퀘어는 2020년 사업을 승인받아 2021년 착공됐고, 2024년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사업이 승인됐을 시기엔 청년안심주택이 아니라 그 전신인 역세권 청년주택 정책으로 추진됐다. 당시 기준에 따라 임대료는 사업이 승인된 시기의 주변 시세를 반영해 결정됐다.

2023년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청년안심주택으로 개편하며 시세 반영 비율을 낮췄다. 특별공급은 주변 시세의 85%에서 75%, 일반공급은 95%에서 85% 이하로 시세 반영 비율이 낮아졌다.

인포그래픽 설명 시작. 두 개의 막대로 이뤄진 막대그래프가 있다. 하나는 2020년 인허가 시점에서 시세 60만 원의 95%로 57만 원이었던 임대료가 표현돼 있다. 또 하나의 막대엔 2024년 입주 시점에 주변시세 반영 비율이 85%로 조정된 반면, 시세가 100만 원으로 상승해 최초임대료가 85만 원으로 오른 상태가 표현돼 있다. 인포그래픽 설명 끝.

하지만 낮아진 시세 반영 비율과 달리, 실제 임대료는 비싸졌다. 청년 주거권 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서동규 위원장은 임대료 인하가 사실상 눈속임이라고 지적했다. 시세 조사 기준 시점이 사업 승인 시점에서 모집공고 시기로 변했기 때문이다. 계산해 보면 사업 승인 시기 주변 시세의 85~95%보다 모집공고 시기 주변 시세의 75~85%가 더 비싼 경우가 많다는 게 서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는 사업이 승인된 뒤 공사 기간 동안 시세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시세 조사 시점이 늦춰지면서 공사 중 급등한 시세가 반영된 것이다. 2020년대 들어 인건비와 건설 자재비가 크게 오르면서 공사비가 늘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1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월보다 30.3% 상승했다. 여기에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건설 자금을 조달하는 부담이 커졌고, 그 여파로 신축 건물 가격 자체가 뛰었다. 시세 반영 비율은 낮췄지만, 시세가 급등한 탓에 임대료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센터스퀘어처럼 2023년 이전에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사업이 승인된 경우는 개편된 내용을 어떻게 적용할지 모호하다. 기존 사업장에 적용할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이 경우, 모집공고 시기에 임대료를 재산정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관련 논의가 공개되지 않아 어떤 방식으로 재산정이 이뤄지는지 정확히 알긴 어렵다. 그러나 정책 개편으로 재산정 기회가 주어진 탓에, 센터스퀘어 임대료도 공사 기간 동안 오른 주변 시세를 반영해 크게 뛰었을 가능성이 크다.

‘주변 시세’라는 말에도 함정이 있다. 시세 조사 규정의 허점이 센터스퀘어 임대료와 대학동의 실제 임대료 사이에 큰 격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안심주택 시세 조사는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이 의뢰를 받아 수행하는데, 주택 유형이나 면적이 비슷한 인근 주택과 비교해 시세를 산정한다. 하지만 ‘한국감정원과의 업무협약 개정 보고(2020)’에 따르면, 주변에 비슷한 조건의 신축 건물이 없으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 즉, 대학동에 지어진 청년안심주택이라도 서울대입구역이나 신림역, 심지어 더 먼 지역의 오피스텔 시세가 반영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변 시세를 조사한다지만, ‘반경 1km 이내’ 같은 명확한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청년안심주택 임대료가 오른 이유는 이렇다. 정책 변화로 임대료 책정이 시장 논리에 종속됐고, 불투명하고 임의적인 시세 조사는 주변 지역의 실제 시세를 반영하지 못했다. 공공의 이름으로 시작한 청년안심주택은 점차 공공성을 잃고, 민간 개발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변하고 있다.

사진 설명 시작. ‘센터스퀘어 서울대점’ 건물 전경이 담긴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회색과 흰색 외벽이 강조된 16층 규모의 주거·상업 복합건물인 센터스퀘어가 있다. 1~2층은 유리 외벽의 상가와 은행이 있고,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해 회색빛의 건물과 비슷한 색을 보인다. 사진 설명 끝.

높은 임대료, 감시와 통제도 어렵다

청년안심주택의 취지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임대료가 시세에 따라 치솟기 전에 이를 견제할 방법이 마련됐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적절한 통제 장치를 마련했는지 의문이다.

2023년 서울시는 입주 전 단지별 시세 조사 결과를 공표해 임대료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대저널〉은 시세 조사 결과를 얻기 위해 관련 기관들에 문의했으나 한국부동산원, SH, 서울시 중 어디서도 자료를 받지 못했다. 특히 서울시는 “민간사업자 동의 없인 자료 제공이 어렵다”는 답변만 내놨다.

현재 청년안심주택 임대료 책정 과정에서 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운영자문위원회(자문위원회)’가 유일하다. 자문위원회는 민간임대 유형의 임대료 책정 과정에서 자문 권한을 가지며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일부 청년 당사자가 참여한다. 하지만 그 실효성엔 의문이 남는다. 자문위원회 관계자는 “임대료를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공급 실적에 매달리며 민간사업자의 손해를 줄이려 애쓰는 탓에, 임대료를 크게 낮추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문위원회 운영이 불투명한 점도 문제다. 조례상 청년 당사자를 위원으로 포함하도록 했지만, 그 인원이 몇 명인지, 어떤 방식으로 위촉되는지 알 수 없다. 〈서울대저널〉은 자문위원회 회의록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의 “영업상 비밀침해”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적신호 켜진 청년안심주택, 대안은

청년 주거안정을 내세운 민관협력은 어느새 ‘민간의존’으로 변질됐다. 공공정책인 청년주택에 시장 논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안심주택을 둘러싼 의문이 쏟아지지만 서울시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 내에 더 이상 공공이 개발할 수 있는 땅이 없기에 민간사업자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단 이유에서다.

현재 사업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임대료를 낮출 방법은 없을까. 일각에선 공공임대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SH가 더 많은 물량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 민간임대 유형에서도 임대료를 낮출 여지가 생긴다. SH가 지불한 매입금으로 민간사업자가 조기에 대출금을 갚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H가 매입량을 늘리는 게 민간임대 유형의 임대료를 낮추는 직접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매입량에 따라 사업자가 임대료를 낮추도록 할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엔 청년안심주택 사업에 나서는 사업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공사비와 대출금리가 오른 탓이다. 청년안심주택 신규 인허가 건수는 2020년대 들어 급감해 올해 상반기 0건을 기록했다. 한편, 서울시는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을 잇따라 내고 있다. 본래 청년안심주택은 100% 임대로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서울시는 분양 유형 허용까지 검토 중이다. 분양이 허용되면 사업자는 일찍 분양대금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만큼 대출 부담도 줄일 수 있어 사업자에겐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서울시가 정책의 취지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8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당초 정책의 목적은 민간사업자를 지원해 주되, 10년 동안 청년들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었다”며, “분양으로 전환해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건 정책 취지에 전혀 맞지 않다”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시세 조사 시기를 변경하는 등 수차례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늘려온 마당에, 분양까지 허용하는 건 정책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당장의 분양 허용 논란에서 그치지 않는다. 청년안심주택의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될 상황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상 민간사업자는 의무임대기간 10년만 채우면 분양으로 전환하거나, 임대료를 시세 수준으로 올려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서동규 위원장은 “수년 안에 의무임대기간이 만료되는 청년안심주택이 우후죽순으로 나올 것”이라며, “그때 발생할 문제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재 의무임대기간이 만료된 후에 대한 서울시의 대책은 전무하다. 서울시 지원을 받아 지은 건물이 값비싼 민간 오피스텔로 전락해도 막을 길이 없다.

사진 설명 시작. 회색 고층 건물인 센터스퀘어를 배경으로 도로 위에 설치된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이 있다. 신호등은 붉은 불이 켜져 있으며, 옆에는 좌회전 금지 표시가 함께 걸려 있다. 사진 설명 끝.

서울시는 청년 주거안정을 목표로 청년안심주택 정책을 추진해 왔다. 민관협력으로 민간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대신, 청년층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센터스퀘어 사례에서 보듯, 청년들이 바라는 낮은 임대료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건설경기 불황이 겹치며, 정책의 지속가능성도 불분명하다.

민관협력은 동상이몽이었을까. 현 구조로는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청년 모두가 만족하는 청년안심주택은 불가능해 보인다. 민간사업자에게 혜택을 더 주면 공급 실적은 채울 수 있겠지만, 저렴한 임대료는 결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는 더 늦기 전에 민간사업자의 수익이 아닌 청년 주거안정을 위한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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