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허를 넘어서” 이화퀴어영화제 개최 선포 기자회견 열려

6월 24일 오후 2시, 제1회 이화퀴어영화제 ‘불허를 넘어서’ 개최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46개 단위가 공동주최로 참여한 이번 기자회견은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불허를 넘어서 우리는 존재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4월 30일 이화여대 내 독립예술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모모)가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퀴어영화제 개최가 ‘이화여대 창립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반한다’는 성소수자 혐오 단체의 반복적인 민원을 수용한 탓이다. 이에 이화권리단위연대체 ‘이음’의 퀴어영화제 대응 실무 TF는 시민 연서명과 피켓 시위 등으로 항의를 지속했다. 그러나 모모는 끝까지 대관 취소를 철회하지 않았다.

사진 설명 시작. 이화여자대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이다.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정면을 바라보며 단체로 서 있고, 대부분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첫 번째로 퀴어영화제 대응 실무 TF 정현 운영위원이 발언에 나섰다. 정현 운영위원은 “퀴어인 이화인은 이화의 정체성을 가지는 이화인이 아니냐”고 물었다. 정현 운영위원은 이화퀴어영화제가 “힘없고 밀려난 이들이 학교가, 세상이 보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인 동시에, “퀴어에게 수치심을 주고 설 자리를 빼앗으려는 학교에 맞서 존엄과 자긍심을 회복하고 존재를 외치려는 투쟁”이라며 시민들에게 연대를 요청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양선우(홀릭) 조직위원장 또한 한국퀴어영화제 대관 거부가 “성소수자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라 규탄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모모는 《퀴어》 상영을 결정했다. 《퀴어》는 1950년대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두 남자의 사랑을 그린 퀴어 영화다. 양선우 조직위원장이 《퀴어》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전한 연대의 말을 대독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퀴어는 영화라는 예술이 최초로 탄생하던 순간부터 영화 창작과 관계 맺었다”며, 영화 애호가라면 누구나 퀴어 예술가들의 작업을 즐긴 경험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어 “이화여대가 대학의 ‘가치’에 반한다는 이유로 한국퀴어영화제를 거부한 반면 해외 퀴어 영화인 《퀴어》를 홍보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이화여대 본부를 규탄했다.

사진 설명 시작. 이화여자대 박물관 건물 전면을 배경으로 단체 참가자들이 ‘2025 제1회 이화퀴어영화제’ 개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체 모습이 더 넓게 담긴 이 사진은 깃발들과 인파가 더 많이 보인다. 중앙에는 “불허를 넘어서”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져 있으며, 무지개 색 그라데이션 장식이 왼쪽 끝을 장식하고 있다. 참가자 대부분은 피켓을 들고 있으며, 피켓에는 “퀴어영화제 무사히 열자”, “이화에서 퀴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성소수자 학생의 존재를 지워서는 안 된다” 등 다양한 메시지가 적혀 있다. 위로는 여러 개의 깃발이 높이 펄럭이며, 무지개 깃발과 단체명 또는 슬로건이 적힌 깃발들이 보인다. 배경에는 박물관 건물 외벽의 문구와 조형물, 나무들이 함께 보이며, 평화로운 캠퍼스 분위기 속에서 당당한 외침이 펼쳐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 설명 끝.

이화여대 재학생을 비롯한 시민들의 연대 발언이 뒤따랐다. 이화여대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유미 씨는 “기독교에서 하느님은 세상 모든 존재를 귀하게 지으신다”며, 성소수자의 존재가 기독교 정신에 반하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 씨는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를 일삼는 이화여대 본부가 오히려 기독교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신앙은 “종교나 사회의 관습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닌 “억누를 수 없는 사랑과 희망으로 행동하는 일”이기에, 김 씨는 혐오로부터 구성원을 지킬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학교에 맞서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마지막 발언자는 ‘A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 지혜복 교사였다. “A학교 사안을 계기로 성소수자를 향한 성폭력, 차별과 혐오, 배제가 만연한 학교와 사회를 바꾸고자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문을 연 지 교사는, 재직했던 학교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상담을 청한 기억을 나눴다. 성소수자에게 학교는 여전히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지 교사는 “인권이 폭력으로 침해되고 개개인의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가 아니라며, 이화퀴어영화제에 연대의 뜻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이화여대는 성소수자 혐오행정 사과하라”, “성소수자의 존재에 허가는 필요없다” 등의 구호로 화답했다.

끝으로 기자회견문 낭독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한국퀴어영화제 개최는 ‘찬반’의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와 평등의 문제”라며, 대관 취소 결정이 “차별과 혐오의 손을 들어주는 일”이라고 이화여대를 규탄했다. 또 이화여대 본부에 ▲한국퀴어영화제 대관 취소에 대한 사과 ▲퀴어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는 ‘대학 본연의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의 존재에 허가는 필요 없다”며, “불허를 넘어서 우리는 존재”한다고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화여대 본부의 결정은 학내 성소수자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대관 취소 사실이 알려진 후, 퀴어퍼레이드가 문란한 축제라는 거짓 정보가 담긴 선전물이 학내 곳곳에 부착됐으며, 성소수자 혐오 세력이 공개적으로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을 내뱉은 일이 있었다. 이에 이화퀴어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퀴어가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권력의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구도를 뒤집겠다”며 이화퀴어영화제 개최를 선포했다. 이화퀴어영화제는 7월 4일부터 7월 5일까지 이화여대 교내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이번 여름, 우리는 ‘불허를 넘어서’ 이화퀴어영화제를 엽니다”

우리는 이화여자대학교의 한국퀴어영화제 대관 취소 결정을 규탄하며 퀴어의 존재가 ‘불허를 넘어서’ 존재한다는 것, 나아가 개인의 존재를 허가하거나 불허할 수 있는 권력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로 이화퀴어영화제를 열고자 선포한다.

퀴어 혐오의 손을 들어준 이화여자대학교를 규탄한다.

지난 4월, 한국퀴어영화제가 이화여자대학교 내 독립예술극장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예정된 대관을 돌연 취소당했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이러한 결정이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 상영은 학교 내에서 허용할 수 없다"라는 학교 측의 입장에 따른 것이라 밝혔다. 그 배경에는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영화제가 이화여대 교육 공간에 들어올 수 없다", 교육공간이 "동성애 홍보장이 되어선 안 된다” 라며 혐오의 논리로 조직적인 서명운동과 민원을 접수한 혐오 세력이 있었다.

이에 우리는 저항했다. 한국퀴어영화제 집행위원회와 이화권리단위연대체 ‘이음’의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취소 대응 TF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대관 취소 철회와 퀴어혐오에 대한 사과 및 반성을 촉구해왔으나, 학교 측은 항의와 민원에 단 한 차례의 공식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이화여대는 “대학 본부는 대학 본연의 책무인 학문과 교육, 그리고 구성원 모두의 존엄과 안전을 지켜내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기에, 캠퍼스가 “분쟁과 갈등의 현장”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말 외에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았다.

한국퀴어영화제 대관 취소에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있었던 극우 세력의 난동을 핑계로 들며, ‘찬반 양측의 충돌’이 우려된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하고 비겁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도, 한국퀴어영화제의 개최도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평등의 문제이다. 소수자는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도 여기에 존재하는 이들이며,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이를 찬반과 대립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차별과 혐오의 손을 들어주는 일이다. 학교는 구성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이번 일은 구성원의 ‘존엄과 안전’에 큰 위협이었다. 퀴어 인권이 ‘의미있는 주제’라고 생각하고 학내외의 퀴어와 함께한다면, 진정 학교가 이화의 구성원들을 생각한다면, 퀴어 혐오에 단호히 대응하고 한국퀴어영화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했어야 한다.

우리는 ‘허가’를 기다리지 않겠다, ‘불허를 넘어서’ 가겠다.

여전히 이화여대는 혐오행정에 대해 아무런 사과도, 반성도 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혐오가 학교에 의해 공공연하게 자행되자 학내 퀴어 혐오 세력은 얼마 전 총학생회 간담회에서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일삼고, 학내 곳곳에 선전물을 부착해 퀴어퍼레이드가 문란한 축제라는 혐오적이고 악의적인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 이제는 퀴어가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해내고 권력의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구도를 뒤집어, 퀴어의 싸움이 ‘방어전’에 그치는 것을 넘어서고자 한다. 이에 ‘이화퀴어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화여대 안에서 ‘제1회 이화퀴어영화제: 불허를 넘어서’를 개최한다.

이화여자대학교는 퀴어영화제 대관 취소 외에도 총학생회가 요구한 총장 협약식에 불응하고, 열악한 수업 시설과 노동자 휴게공간 문제를 계속해서 방치하는 등 구성원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단 이화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대학이 ‘분쟁과 갈등’을 피한다는 명목 하에 어떻게 소수자를 표백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는지 목도했다.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고려대학교 소수자인권위원회와 여학생위원회, 한국외대 생활자치도서관, 성균관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 등 대학 내 많은 소수자 단위들이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그 예시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노동의 현장에서, 지하철과 시설에서, 고공과 거리에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탄압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이화퀴어영화제에는 대학 단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노동, 종교단체 등 폭넓은 이들이 함께 연대하여 이화여자대학교의 퀴어 혐오에 맞서고 있다. 우리는 ‘불허를 넘어서’ 존재하는 이들의 존재를 선언함으로써 대학 공간을 무지개빛으로 물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우리 사회가 혐오와 차별, 억압의 공간이 아니라 평등과 공존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다.

하나, 이화여대는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취소에 대해 사과하라.

하나, 이화여대는 퀴어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고, 진정한 ‘대학 본연의 책무’을 다하라.

하나, 성소수자의 존재에 허가는 필요 없다. ‘불허를 넘어서’ 우리는 존재한다!

2025.06.24

이화퀴어영화제 조직위원회

공동주최 | 가천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GQ, 가천 인권행동모임,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노동·정치·사람,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대학생기후행동 이화여대지부, 덕성여대 페미니즘 네트워크 FM419, 동덕여자대학교 중앙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 코튼캔디, 무지개감신, 무지개신학교,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교과목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 (서마학), 서울여자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슈퍼큐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소수자교사모임(QTQ), 성소수자부모모임, 숙명여대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 숭실대 성소수자모임 이방인, 여성감독네트워크,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성평등위원회, 영화패 누에,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이화민주동우회, 이화생활도서관, 이화여대 장애인권 자치단위 틀린그림찾기,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동아리 행동하는 이화인,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에 나서는 동아리 이화나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이화여자대학교분회, 중앙대학교 인권네트워크, 진짜 살아있는 시간을 만들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청년노동당, 청년녹색당, 청년성소수자문화연대 큐사인, 청소년녹색당,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프로젝트38, 하이퀴어 에리카, 학생사회주의자연대(준), 한국외국어대학교 생활자치도서관, 한양대학교 성소수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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