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0학점 강의’지만, 마르크스경제학을 향한 열기는 뜨거웠다. 6월 24일 서울대 16동에서 열린 ‘정치경제학입문’ 첫 강의에 400명이 넘는 학생과 시민이 함께했다.
‘정치경제학입문’은 故 김수행 교수(경제학과)가 1989년 서울대에서 시작한 마르크스경제학 입문 강의다. 이후 정규학기와 계절학기마다 개설돼 왔지만, 2024년 경제학부는 ‘수요와 공급 부족’을 이유로 폐강을 결정했다.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서울대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을 결성해 강사 채용을 요구했으나, 경제학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마학이 직접 강의를 개설한 것은 경제학부의 ‘수요·공급 부족’ 논리에 대한 반박이자, 제도 밖에서 대학을 성찰하려는 실천이다. 최호열 서마학 대표(자유전공 24)는 이날 강의 시작에 앞서 “우리는 스스로 대학이기를 포기한 자들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우리가 대학”이라고 힘줘 말했다.

강의는 2008년 이후 마르크스경제학을 강의해온 강성윤 강사(경제학부)가 맡았다. 강 강사는 “마르크스가 19세기 자본주의를 분석했지만, 자본주의 본질에 대한 통찰은 지금도 유효하고, 위기로 갈수록 더 정확해진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반복되는 경제 위기와 불평등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 있어 마르크스경제학은 여전히 유효한 이론적 틀이라는 말이다.
이날 수업엔 학생뿐 아니라 배움을 갈망하는 시민들도 함께했다. 67년생 박정준 씨는 “마르크스경제학을 혼자 공부해 보려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며 “이런 시도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강생 A씨(인문 25)는 “지금까지는 자본주의가 당연한 것이라 배웠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첫 수업을 마친 소감을 남겼다. 또 ‘수요가 없다’는 경제학부의 말과 달리 많은 인원이 모인 점을 짚으며 “수업을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학교 측에서 서마학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의는 6월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매주 화·목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다. 서울대 구성원이 아니어도 수강할 수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와 녹화 영상도 제공된다. 6월 24일 기준 수강 신청자는 3천 명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