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란 것을 기사를 준비하는 내내 실감했다. 여행담을 듣겠다는 명목으로 여러 대학생을 만났지만, 종종 인터뷰이와 마주 앉아 질문이 질문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했다. 여행을 왜 좋아하나요. 여행 후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행 앞에서 어떤 복잡한 마음과 마주하나요. 어색하게 물어보는 내게,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종종 돌아왔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쓴 기사인 만큼, 내 답도 조금은 적어보는 것이 좋겠다. 내게 여행은 오랫동안 미래의 일이었다. 버킷리스트를 적을 때면 가보고 싶은 국가와 도시의 지명이 줄을 이었고, 고등학생 시절엔 울적할 때마다 세계 곳곳으로 향하는 항공권 가격을 검색했다. 충족되지 않은 선망이 층층이 쌓여, 어느 순간에는 여행이 생각만큼 좋은 것이 아닐까 봐 두렵기도 했다.
2022년, 벼르던 약속을 지키듯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용돈과 아르바이트 수입을 모아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오는 것만으로 몇 번의 방학이 지나갔다. 새로운 땅에 발을 딛고, 처음 만난 이들과 짧게나마 마음을 나누고, 낯선 언어를 더듬더듬 배웠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이유를 문득문득 깨닫는 순간이 이어졌지만, 그것만이 여행을 떠난 이유는 아니었다. 어떤 때는 여행을 가자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 않아 큰 지출이 신경 쓰이면서도 함께 먼 길을 떠났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방학을 보내야 할 것 같단 생각을 애써 외면하며 도망치듯 여행을 택한 적도 있었다. 여행길 위에서 꿈을 찾겠다는 야심을 변명처럼 늘어놓을 때도 있었지만, 이는 번번이 실패했다. 서울에 있을 때 마음 한구석을 조여오던 막연한 불안이, 여행지라고 해서 사라지는 법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여행의 의미가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대학생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이들이 왜 그리 여행을 떠나고 또 좋아하는지, 여행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것을 마주하는지 알고 싶었다. 인스타그램 게시글 속 근사한 풍경 뒤로 어떤 경험과 고민이 숨겨져 있는지 듣고 싶었다.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뷰이의 말을 곱씹는 동안, 내 경험도 더 선명해져 갔다. 무엇을 그토록 원했는지,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왜 온전히 즐거울 순 없었는지, 떠나고 도착했던 모든 자리가 하나하나 떠올랐다. 내 여행의 알리바이를 찾겠다는 지극히 사사로운 마음에서 시작한 기사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쩌면 이번 기사를 쓰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여행에 대해 더 많은 사람과 대화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인터뷰이들이 기꺼이 내어준 이야기를 턱없이 부족한 솜씨로 엮었다. 이 기사가 다만 긴 대화의 일부이길 바란다. 부러움이나 열등감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화가 이어질 수 있기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가 그랬듯, 커버를 읽는 여러분께도 자신의 여행을 떠올리고 말할 수 있는 작은 물꼬가 하나 더해지기를.
가장 많은 짐을 싸고 풀었던 서울의 방에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