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이어 서울대까지, 민주화의 공간 넘보는 태극기 집회

내란 세력 규탄하는 학생·동문·시민과 대치
▲서울대 공동행동 측 규탄 집회 ⓒ천세민 사진기자

  지난 15일과 오늘(17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집회가 같은 자리에서 열려 충돌이 빚어졌다.

  ‘탄핵반대서울대인연대’와 ‘서울대 트루스포럼’ 등은 지난 15일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연 데 이어 오늘(17일) 오전 11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불법 구속 즉각 취소”, “Stop The Steal”, “윤석열을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향해서는 “빨갱이 아웃(out)”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학내에 게재된 비상계엄 규탄 대자보를 훼손하기도 했다.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동문들은 ‘윤석열 퇴진! 쿠데타 옹호 세력 규탄! 서울대 공동행동(서울대 공동행동)’ 집회를 열어 맞불을 놓았다. 이시헌(자유전공 15) 씨는 “총의를 왜곡하는 극우세력의 난동에 가만있을 수 없어 서울대 재학생을 주축으로 동문과 시민이 함께 모여 긴급 집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공동행동 측 규탄 집회 ⓒ천세민 사진기자

  15일 오후 4시 서울대 공동행동 집회에서 전찬범(재료공학 21) 씨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세력의 목소리를 비판 없이 받아 적고 양비론을 펼치는 것은 암묵적 동조와 같다”며, 반민주주의 세력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민주동문회 소속 전상훈(정치 85) 씨는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과 정당을 위헌적이고 위법한 폭력으로 공격하려 한 윤석열 패거리에 가담해선 안 된다”고 소리 높였다.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과 대치 중인 규탄 집회 참가자들 ⓒ천세민 사진기자

  5시가 가까워지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학생, 시민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두 집회 간 충돌이 본격화됐다. 탄핵 반대 집회 측이 아크로폴리스 계단에 진입하는 가운데 규탄 집회 측은 물러서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혼란스러운 대치 끝에 5시 40분경 경찰이 투입돼 두 집회 참여자들을 분리했고, 규탄 집회는 맞은편으로 위치를 옮겼다. 이후 양측은 오후 8시경까지 서로를 마주 본 채 집회를 이어 나갔다.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계단으로 진입하며 벌어진 충돌 ⓒ천세민 사진기자

  대치 소식이 알려진 후 규탄 집회로 학외 단체와 시민들의 연대가 이어졌다. 광화문에서 진행된 윤석열 퇴진 촉구 집회에 참가한 이들의 발길이 아크로폴리스 광장으로 향한 것이다. 오후 8시경 탄핵 반대 집회가 마무리되자, 규탄 집회에선 이날 집회의 승리를 자축하고 그 의미를 되짚는 자유발언이 진행됐다. 한국외대 참가단 조세연 단장은 “연대의 힘으로 (탄핵 반대 세력을) 이겨낸 게 의미 있다”며 “대학이 극우와 백래시의 공간이 되어가는 걸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김민지 집행위원장은 “서울대 출신 내란 수괴와 공범이 판치고 있는 지금, 한 줌에 불과한 자들이 서울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일부 선배들의 내란에 동조하겠다 선언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발언하는 김찬영 씨

  이틀 뒤인 오늘(1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대 트루스포럼’ 소속 김찬영(사회복지 21) 씨 등이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5일 열린 전체학생총회가 “계엄의 면면을 살피지 않은 채 충분한 숙고와 논의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체학생총회에서는 2,516명의 학생이 윤석열 퇴진을 요구했다. 반대표는 4표였다.

  서울대 탄핵 반대 시국선언 참여자들은 “대통령이라고 계엄이 좋아서 했겠냐”며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했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불법적으로 침탈한 비상계엄이 부정 선거를 밝히기 위한 ‘계몽령’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중국과 북한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말하며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은 물론 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부, 헌법재판소가 모두 부정 선거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참여자들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성인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며 자신을 3.15부정선거에 분노해 4.19혁명을 일으킨 대학생들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오전 10시 30분, 탄핵 반대 세력을 규탄하는 서울대 공동행동 측의 2차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탄핵 반대 세력을 향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 시대로 돌아가려 한 극우 파시스트 윤석열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탄핵에 반대를 외치며 헌법을 유린하는 세력이 학내에서 집회를 하는 동안 서울대 행정 당국과 교수들은 무얼 하고 있냐”며 학교 측에 사태 해결의 책임을 물었다.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아크로폴리스 광장은 지난해 12월 전체학생총회에서 학생 2,500여 명이 윤석열 퇴진을 요구한 장소이자, 민주화를 염원하는 수많은 학생 집회가 열린 곳이다. 광주에 이어 서울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연 것은 ‘민주화의 성지’를 점유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자신을 음악대학 79학번이라 밝힌 이영국 씨는 1981년 5월 김태훈 열사가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아크로폴리스로 투신할 당시 그곳에 있었다며 “내란 옹호 세력이 이곳에서 뻔뻔하게 탄핵 반대를 외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자유 발언을 진행 중인 규탄 집회
▲규탄 집회 참가자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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