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결혼, 임신, 출산한다는 것

한국 여성의 생애에 관한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오늘날 한국 사회의 많은 이들이 결혼, 임신, 출산에 대한 선택을 주저하며 살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진단과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막연한 짐작과 섣부른 판단에 따른 엉뚱한 접근만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들이 실제로 어떤 고민을 거쳐 결혼, 임신, 출산에 대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 경청할 때다. 〈서울대저널〉이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여성 7명을 만나,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재생산 논의를 마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었다.

사진 설명 시작. 〈서울대저널〉 인터뷰 참여자 정보가 표로 적혀 있다. 성명(가명), 나이, 비고 순으로 나열돼 있다. 좌측 상단부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지, 21세, 미혼 무자녀, 대학생’, ‘서연, 22세, 미혼 무자녀, 대학생’, ‘수빈, 36세, 기혼 유자녀, 기간제 교사’, ‘예은, 34세, 미혼 무자녀, 자영업자’, ‘유진, 20세, 미혼 무자녀, 대학생’, ‘은서, 48세, 기혼 유자녀, 주부’, ‘지혜, 37세, 미혼 무자녀, 공공근로 종사자’. 사진 설명 끝.
▲인터뷰 참여자 정보

어떤 선택도 만만치 않다

  미혼 여성들은 결혼, 임신, 출산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을까. 그들의 생애과정에서 결혼, 임신, 출산은 어떻게 자리잡고 있을까. 그리고 여성들이 내린 판단과 결정에는 무엇이 영향을 미쳤을까.

  유진(가명) 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가 최근 애인과 교제하며 가족을 구성하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그런데 배우자와 행복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이를 낳고 기르며 직장에서 다양한 문제를 겪었던 가족이나 지인들을 볼 때 유진 씨의 망설임은 커진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본인과 배우자의 시간적 여유, 주거 공간, 교육 환경, 경제적 사정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느낀다.

  민지(가명) 씨는 어릴 적부터 결혼과 출산에 대한 뜻이 전혀 없었다. 특히 민지 씨는 아이를 기르는 여성에게 친화적이지 못한 주변의 인식을 언급했다. 민지 씨가 재학중인 대학 건물에는 ‘모성사랑방’이란 이름의 수유실이 있는데, 이를 두고 또래 대학생들은 아무도 쓰지 않는 불필요한 시설이라며 불평한다고 한다. 집 밖에서 수유하는, 즉 외부 활동을 하는 여성에 대한 상상이 전무한 현실이 민지 씨는 불편하다.

사진 설명 시작. 문 옆에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에는 크게 ‘모성사랑방(수유실)’이 적혀 있고, 위에는 ‘101-2’, ‘인문대학 College of Humanities’가 적혀 있다. 사진 설명 끝.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6동 건물에 있는 모성사랑방

  결혼할 의사가 있으며, 결혼을 통한 안정감을 기대했던 서연(가명) 씨가 목격한 결혼 생활은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다. 서연 씨는 가정에서 마주한 성불평등한 결혼의 면면을 언급했다. 여성들은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한 후에도 편하게 쉬지 못 하는 와중에, 남성들은 큰 상에 차려진 밥을 먹고 TV 앞에 앉아 대화하는 명절의 광경은 서연 씨에게 아직도 분명한 현실이다. 서연 씨는 이런 본인의 경험을 주변에 이야기할 때 “아직도 그런 집이 있냐”는 반응을 접하곤 하는데, 가정에서 불평등을 겪은 여성 개인의 경험, 나아가 여성들의 공통된 증언이 분명 존재하는데도 이것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실망한다.

  예은(가명) 씨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인 남성이 있고 아이를 낳을 의사도 있지만,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변 사람들에게서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는 상황이 부담스럽고 오히려 반감이 든다. 예은 씨는 결혼과 출산이 개인의 결심만으로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혼해 아이를 기르는 중인 예은 씨 또래의 여성들은 “베이비시터 월급이 곧 내 월급”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가사노동과 육아에 더 많은 부담을 지는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도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동력이 필요하기에, 버는 돈의 대다수를 아이의 돌봄 비용으로 고스란히 지불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공적인 돌봄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아이 양육에 필요한 자원을 부담하는 일은 순전히 여성 개인의 몫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힌 지혜(가명) 씨는 결혼, 임신, 출산에서 정신질환자 여성이 겪는 이중의 어려움을 짚었다. 정신질환자 여성 커뮤니티에서 관련 대화를 자주 나눈다고 전한 지혜 씨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여성이 아이를 원할 땐 그가 적합한 양육자가 될 수 없으리라는 편견에 따른 반대에 시달리고, 아이를 원치 않을 땐 질환에 대한 고려나 이해 없이 여성에게 보편적으로 가해지는 임신·출산에 대한 압박을 경험한다. 정신질환자 여성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해 복용 중이었던 약을 임신부터 수유 기간까지 중단하는 것과 같이 의료적인 측면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지혜 씨는 자신이 “결혼을 포기당한 것”에 가깝다고도 느낀다. 장애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반응에 대해 지혜 씨는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아이를 포기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를 원할 수도 있으며, 이는 권리의 문제”라고 말했다. 재생산의 권리가 배경이나 조건에 따라 고려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결혼, 임신, 출산을 둘러싼 선택과 결정을 보다 취약한 상황에서 고민해야 하는 여성들의 존재가 인지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저출생, 아이 안 낳는 여성 탓?

  합계출산율 0.78명 시대, 여성들은 저출생 문제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둘째 낳으면 애국자’라고 칭하는 현실은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는 일이 곧 국가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는 자연스레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은 애국이 아닌 것, 즉 개인의 이기심에 따른 결정이라고 여기는 인식과도 연결된다.

  지혜 씨는 경북 영덕의 본가에서 초고령 노인층만이 남은 풍경을 볼 때마다 저출생을 체감한다. 지혜 씨는 병원과 같이 기본적인 삶의 질 보장에 필요한 여러 기반 시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공동체가 위기를 겪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그 위기가 여성이 아이만 낳으면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민지 씨와 지혜 씨는 “기후위기 문제가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일회용품을 너무 많이 쓴 탓이라고 한다면 납득하겠지만, 저출생 문제가 아이를 안 낳기로 결심한 여성 개개인의 탓이라고 말하는 건 이상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저출생에 대한 문제의식이 종종 “여성의 몸이 사회가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 위에 놓여있는 것 같다는 우려다.

  지난 11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채널A〉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가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해 저출생을 심화시킨다며 ‘미디어에서 스며들듯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저출생의 원인을 분석한 나름의 진단이다. 정부나 정치권의 메시지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사진 설명 시작. 민트색 배경의 프로그램 소개 이미지다. 좌측에 테이블을 두고 한 사람이 팔꿈치를 대고 앉아 있고, 두 사람이 양옆에 미소를 지으며 서있다. 우측에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가 적혀 있다. 사진 설명 끝.

채널A〉의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티빙〉

  유진 씨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를 키우는 것이 큰 책임을 요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육아의 고충에 일종의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정부가 나서서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유진 씨는 우리 사회가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하도록 만든다”며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말들이 실제 임신·출산·양육 과정에서 겪게 되는 문제를 의도적으로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태도는 아무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은 씨는 오래도록 임신 및 출산의 어려움을 터부시해 온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을 그린 웹툰을 통해서야 비로소 예은 씨는 임신·출산 후 여성의 몸에 생기는 변화를 알게 됐다. 그런데 해당 웹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는데, “왜 ‘그런 걸’ 공개적으로 얘기하느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예은 씨는 결혼, 임신,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쉽게 지워지는 현실이 의아하다. 유진 씨도 “재생산이 가능한 몸이란 무엇인지, 내 몸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잘 모르는 상황”에서 임신·출산을 결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는 각종 저출생 대책은 어떨까. 인터뷰 참여자들은 모두 경제적인 지원만으로는 저출생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유진 씨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오로지 돈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아이를 낳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예은 씨도 “양육 과정 전반에 대한 지원이 아닌 단순 금전적 방책을 내놓는 것은 실재하는 어려움을 외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엔인구기금에서도 국가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현금 중심의 경제적 지원만을 고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한다. 유엔인권기금의 「2023 세계인구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지원은 출산의 시기를 당기는 것 외에는 큰 효과가 없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노동과 비용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연속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생애 전반을 살피지 않고 오로지 임신 직후, 출산 직후 잠깐의 경제적 지원에만 집중돼 있는 정책 방향성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기혼·유자녀 여성들은 어디에

  재생산권 논의에서 이미 아이를 낳은 이들의 삶에 주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실제로 임신·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삶이 어떤 궤적을 그렸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조명함으로써 현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에서 내놓는 대안들은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하지 않은 이들의 마음을 회유하려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해 아이를 키운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저출생과 관련해 어떤 문제들을 말하고 있을까.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21세인 딸이 있는 은서(가명) 씨는 임신했을 때 “축하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며 “당연히 여성이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임신한 순간 경력 단절을 각오했다”고 토로했다. 은서 씨는 당시 “육아휴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별로 없었다”며 출산한 후에도 문제없이 돌아가 일할 수 있는 직장에 다녔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다만 복직이 보장된 직장을 다녔더라도 ‘다른 여성들이 그랬던 대로’, ‘엄마로서’ 양육에 대한 책임을 느꼈을 것이라 언급했다.

  아이를 갖고, 낳고, 키우는 것까지 여성의 책임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은 현재도 여전하다.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4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수빈(가명) 씨의 경우 근무하는 학교와 1년 단위의 단기계약을 맺다 보니 육아휴직은 사용할 수 없었고, 90일의 출산휴가를 사용하기도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수빈 씨는 오히려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기를 바라는 무언의 압박도 겪었다. 결국 수빈 씨는 출산 시점에 일하던 학교를 그만두고 나중에 직장을 다시 구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는데, 어린 자녀가 있는 수빈 씨가 육아로 인해 학교 일에 전념하지 못하리라는 편견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모성보호시간 제도나 육아시간 제도를 통해 하루 2시간 이내의 유급 휴식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으나, 업무량이 많아 실질적으로 사용이 어려웠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해도, 일의 종류나 고용 형태, 일터의 환경에 따라 보장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수빈 씨는 육아 자체가 무척 고된 경험임을 터놓고 말하기도 했다. 수빈 씨의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 남편은 다음날 출근을 위해 아이와 다른 방에서 자곤 했다. 밤새 아이를 돌보는 건 당시 휴직으로 직장에 나가지 않았던 수빈 씨 몫이었다. 하지만 수빈 씨는 온종일 집에서 머물며 육아에 전념하는 일이 직장을 다니는 일에 못 미치는 노동이 아니었다며 “나도 다음 날이 밝으면 나의 가정으로 출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빈 씨 역시 낮에 남편처럼 쉬지 않았고, 오히려 밤낮없이 일했다.

  기자들이 만난 기혼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결혼과 임신을 선택하지 않는 다른 여성들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수빈 씨는 교사로 일하며 만나게 되는 똑똑하고 꿈 많은 여학생들이 다 자랐을 땐 본인이 겪었던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은서 씨 역시 자신의 20대 딸에게 “결혼하지 않아도 좋고, 한다면 되도록 늦게 하라”거나, “아이도 안 낳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은서 씨에게 딸은 언제나 축복이고 사랑이었지만, 그만큼 포기한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은서 씨는 “결혼하고 아이를 빨리 낳았을 때 안 좋은 점들을 겪어본” 부모 세대의 인식이 현재 결혼이나 출산을 꺼리는 자녀 세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모든 인터뷰 참여자들이 아동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라기 어려운 사회 환경을 비판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집이나 학교 외에도 다양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아이의 배움과 성장에 사회가 너무 각박하게 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은서 씨는 양육 과정을 돌아보며 “행복하게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이가 자라는 내내 아이의 배움과 성장 하나하나에 순위가 매겨지고, 평가받는 일이 잦아 늘 경쟁 속에서 아이를 키워야 했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민지 씨는 아이가 있는 가정은 층간소음에 대한 우려에 기인한 편견으로 전월세 집을 구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점을 짚으며 ‘맘충’이라는 단어를 꼬집기도 했다. 지혜 씨는 조카를 키우는 언니가 종종 자신이 ‘맘충’으로 보이진 않을지를 우려하며 과도하게 자기검열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고 언급했다. 서연 씨도 “사람들은 모성을 신성시하면서도 관념적으로 정해진 모성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손쉽게 ‘맘충’이라고 부른다”며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 예은 씨는 아동 손님의 존재가 영업에 방해됐던 순간보다도 아동이 큰 실수를 할까 안절부절못하며 위축된 부모의 모습을 훨씬 많이 본다고 말했다. 예은 씨는 “아이와 반려동물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붙이는 카페들을 봤을 때 환대와 존중의 문구가 참 따뜻하다고 느끼지만, 마치 카페라는 공간이 원래 아이가 갈 수 없는 공간인 것처럼 아이를 환영한다고 특별히 소개해야 하는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아이와 엄마가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여성이 아이를 낳고 같이 살아갈 각오를 하는 것은 힘에 겨운 일이다.

사진 설명 시작. ‘CARE KIDS ZONE’이 타원형 안에 적혀 있다. 아래에는 공간 안내가 적혀 있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공간은 ‘케어키즈존’입니다. / 자녀를 동반하신 고객님들께서는 반드시 / 적극적인 케어 부탁드립니다. / 아기 의자, 컵 등 유아용품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며, / 부주의로 인해 매장 기물 파손 및 안전사고 발생 시 / 보호자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 직원의 제재 시 직원에게 고함이나 욕설을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배려 부탁드립니다.’ 사진 설명 끝.
▲케어키즈존을 운영 중인 한 카페의 안내 문구. 케어키즈존은 노키즈존의 우회적 표현이다. ⓒ사진 제공

케어키즈존을 운영 중인 한 카페의 안내 문구. 케어키즈존은 노키즈존의 우회적 표현이다. ⓒ사진 제공

어떤 삶의 형태더라도

  기혼 여성인 은서 씨와 수빈 씨 모두 비혼출산지원법 등 기존의 정상가족 관념을 해체하고 가족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최근의 움직임을 대체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원하는 바에 따라 삶을 꾸려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수빈 씨는 “남편과 분담이 잘 안돼 혼자서 과중한 육아 노동을 감당할 때마다 아이 한 명을 길러내는 일을 여성 한 명이 모두 하는 것은 체력적인 면에서도 무척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며 비혼 출산에 대해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비혼 출산을 하더라도 큰 부담을 홀로 모두 감당하진 않도록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수빈 씨의 생각이다.

  인터뷰 참여자 모두 자신이 꿈꾸는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수빈 씨는 남편과 평등한 육아를 해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며,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민지 씨는 으레 상상되는 ‘평범한’ 4인 가정이 아닌 새로운 모습의 가족 공동체를 꾸릴 수 있길 희망한다.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과 서로 가족이 돼 사는 것이다. 지혜 씨 역시 지금의 애인과 꼭 결혼하진 않더라도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내고자 한다. 예은 씨와 예은 씨의 애인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때로 어렵고 두려운 일로 느껴진다고도 말한다.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일임을 알기에 고민이 거듭된다는 것이다. 예은 씨는 “큰 책임을 다할 수 있을 때, 나 자신이 좀 더 좋은 사람일 때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전했다.

  저출생 문제의 당사자라고 여겨지는 세대인 2030 여성은 한 생명이 나고 자라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임을 누구보다 체감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재생산을 고민하는 세대다.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본인과 가족에게 행복과 안전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확신이다. 결혼, 임신, 출산, 양육의 과정에서 여성들이 떠안은 어려움을 함께 헤아리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할 때다.

  〈서울대저널〉이 만난 7명의 여성들은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안고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었다. 저마다의 선택에 따라 삶의 모양은 각기 달랐지만, 제각각의 모양들이 모두 고유하게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 사회는 이런 바람을 듣고 있는가, 응답하고 있는가.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 기사

부산에서 온 편지

다음 기사

인문대의 자랑스러운 전통, 외국어 연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