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얼마 전 고등학교 후배들이 연락을 했습니다. PD와 아나운서 등을 꿈꾸는 방송 동아리 부원들인데, 그 일을 경험하고 있는 선배를 인터뷰해보고 싶다고요. 아직 대학생일 뿐이기에 조금의 민망함을 느끼면서 오랜만에 제가 졸업한 학교를 찾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처음 〈서울대저널〉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상 물정 모르던 저는 대학교에 들어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빠르게만 흘러가는 세상에서, 그 쏜살같은 시간을 멍하니 흘려보내면 안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일들이 그대로 묻혀버릴 것 같았습니다. 이전에 지식인이라 불리던 대학생이 됐는데, 저도 무언가 해야 한다고요. 그 작은 무언가를 시작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생각건대 꼭 선하고 바람직한 모습이어야 했습니다. 그 선함과 바람직함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면서, 흔적을 남기기 위해, 〈서울대저널〉에서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179호 TV부 다큐멘터리 ‘친구는 어떻게 만들어요?’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아동·청소년의 발달 문제를 다뤘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관계 맺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인격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전염병 탓에 방해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관계 맺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가까이서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고, 온라인으로 소통할 때는 단절로부터 슬기롭게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성장한 아이들은 사회에서 수많은 관계 맺음을 경험할 것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이 다큐멘터리가 최대한 섬세하면서도 커다란 흔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세심히 최선을 다해 제작했습니다.

  관계 맺기는 비단 아동·청소년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연결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일입니다. 다큐멘터리, 혹은 ‘세상에 눈뜨기’나 ‘사진으로 보다’의 아이템을 구상하다 보면 자연히 그릇된 관계도 자주 보게 됩니다.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인터넷상에서 타인을 비난하고 모욕합니다. 내 편인 사람은 아끼지만, 자신과 이념, 가치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완전히 배척합니다. 조금 더 따뜻하게 관계를 맺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갈등을 슬기로이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것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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