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외계인 금지 구역입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디스트릭트9》(2009)

  외계인은 상상력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미지의 존재다. 많은 SF 작품들이 외계인을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신비로운 존재로 그려낸다. 하지만 우리 앞에 정말 인간과 흡사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외계인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여전히 그들은 신비한 존재일까? 영화 《디스트릭트9》은 이런 의문에 대한 회의적인 답변으로 시작된다.

외계인 강제 이주 정책

  어느 날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등장한다. 인간들은 우주선으로 강제 진입하고, 그곳에서 영양실조로 굶주린 외계인들을 발견한다. 이후 20년간 외계인들은《디스트릭트9》이라고 명명된 수용지대에서 살아간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용지대를 설치했으나, 실상 그들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었다. 수용지대에는 철조망이 쳐지고 군대가 배치됐으며, 요하네스버그의 모든 식당에는 ‘외계인 출입 금지’, ‘인간만 사용 가능’이라 적힌 포스터가 붙었다.

사진 설명 시작. 외계인 출입 금지 포스터다. 검은색 외계인의 실루엣 위에 붉은 색으로 엑스 표가 그려져 있다. 포스터 하단에는 인간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설명 끝.

외계인 출입 금지 포스터 ⓒ영화 《디스트릭트9》 공식 스틸컷

  외계인을 밀어내는 것은 정부뿐만이 아니다. 인간 사회 전체가 그들을 배척한다. 인간들은 식량이 부족해 쓰레기통을 전전하는 외계인들에게 ‘쓰레기 뒤지는 거지’라는 뜻의 ‘프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업신여긴다. 시민들은 외계인 추방시위를 벌이며 ‘디스트릭트9’의 이전과 인근 지역의 치안 강화를 요구한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정부는 다국적 군수 회사 MNU를 동원해 외계인 이주 작전을 수행한다. 외계인들을 ‘더 안전하고 좋은’ 곳으로 옮겨 시민들의‘행복과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계인들을 이주시키는 과정은 안전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 국제조약에 따르면 이주를 위해서는 24시간의 퇴거 시한이 주어져야 하나, MNU는 이를 앞당기기 위해 외계인들을 찾아가 퇴거 통지서에 직접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 강제 이주임에도 정부와 MNU는 ‘프런은 사고 능력이 떨어지니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며 이주를 강행한다.

  이주 작전의 현장 책임자로 임명받은 비커스는 외계인들에게 이주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하려긴커녕, 잔인하게 탄압한다. 인간에게 조금이라도 공격성을 보이는 외계인은 총기로 즉시 사살하고, 외계인의 알 보관소를 화염 방사 차로 무자비하게 파괴한다. 외계인 아기들이 죽어가는 소리에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그 상황을 명랑한 목소리로 중계한다.

사진 설명 시작. 비커스가 외계인에게 자신의 사원증을 보여주며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비커스 뒤에는 무장한 MNU의 용병이 서 있다. 사진 설명 끝.

외계인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비커스 ⓒ영화 《디스트릭트9》 공식 스틸컷

  《디스트릭트9》의 외계인들은 정말‘사고 능력이 떨어지니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존재들일까? 외계인들은 퇴거 통지서에 서명하라는 MNU의 요구에 의문을 표하며 서명을 거부한다. 외계인 크리스토퍼는 우주선을 움직여 돌아가려는 계획 아래 20년간 꾸준히 연료를 모았고, 인간으로부터 그것을 은폐했다. 외계인들은 사고 능력이 떨어져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 존재들이 아닌,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행위할 수 있는 개체들이다. 

인간과 외계인의 경계에서

  외계인을 잔혹하게 대하던 비커스는 사고로 인해 외계인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우주선의 연료에 노출돼 서서히 외계인의 외양을 갖게 된 것이다. 함께 일하던 MNU 직원들은 변이된 비커스를 불법 생체 실험체로 사용한다. 그들은 비커스의 장기를 적출해 외계인의 불가사의한 무력을 획득하려 한다. 비커스는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MNU는 그가 외계인과의 성관계로 인해 외계인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바이러스의 감염성이 높다는 가짜뉴스를 퍼트려 그를 생포하려 한다.

  비커스는 생존을 위해 인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하나같이 그를 밀어낸다. 함께 일하던 MNU의 직원들은 비커스의 결백함을 알고 있음에도 그를 생체실험실로 밀어 넣는다. 음식점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음식을 사려 해도 거부당한다. 심지어 사랑하는 아내조차 가짜뉴스에 현혹돼 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역설적이게도 비커스와 소통하는 유일한 존재는 비커스가 무자비하게 강제퇴거를 요구했던 외계인들이다. 외계인 크리스토퍼는 MNU에게 추적당하는 비커스를 대가 없이 숨겨준다. 크리스토퍼는 우주선 안에 비커스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주선을 움직일 수 있는 연료는 비커스가 압류해 MNU에 보관돼 있다. 이에 비커스와 크리스토퍼는 힘을 합쳐 MNU에서 연료를 가져오기로 한다.

  비커스와 크리스토퍼가 연료를 되찾기 위해 인간과 대립하는 과정은 외계인을 대하는 인간들의 행보와 대비된다. 비커스와 크리스토퍼는 외계인 살상을 일삼았던 인간들과 달리 ‘살인은 안 된다’는 규칙 아래 MNU로 잠입하며, 총격 없이 직원들에게 건물에서 당장 나가라고 소리친다. 강제 이주를 위해 외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던 인간들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변이된 비커스를 대하는 주변 인물들의 태도와 대비되는 외계인들의 태도는‘인간성’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외계인으로 변이가 시작될 당시 비커스의 주변의 인간들은 아무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하지만 무장한 MNU의 용병이 부상을 당한 비커스를 죽이려 하자, 외계인들은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비커스를 구하고자 한다. 인간은 외계인을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격하지만, 과연 인간과 외계인 중 ‘인간성’을 가진 것은 누구인가? 

사진 설명 시작. 비커스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한 쪽은 인간의 푸른 눈을, 한 쪽은 외계인의 눈을 한 상태다. 사진 설명 끝.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비커스 ⓒ영화 《디스트릭트9》 공식 스틸컷

디스트릭트9, 디스트릭트6

  영화 《디스트릭트9》은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인간의 몰이해와 이기심을 은유한다. 인간들은 외계인과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이들을 차별하고 철저히 무시한다.

  이는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상황이 아니다. 영화 속 외계인 수용지대 ‘디스트릭트9’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내에 실존했던 ‘디스트릭트6’를 연상시킨다. ‘디스트릭트6’는 항구 인근에 위치해 본래 다양한 이주민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195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강화돼 인종 간 거주지 분리 정책이 실행됐다. ‘디스트릭트6’가 백인 지구로 선포되면서 유색인종 이주민들이 수십 년간 살아온 삶의 터전은 무참히 짓밟혔다.

  다르다는 이유로 고향을 빼앗기고 탄압당해야 했던 이주민의 아픈 역사는 영화 속 외계인들의 상황과 닮아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은 백인우월주의에, 외계인에 대한 인간의 탄압은 인간우월주의에 근거한다. 소통 없이 상대를 무력으로 제압하고자 하는 태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다름은 우월함의 근거도, 무력과 탄압의 이유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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