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시작. 그림책 9권이 사진 오른쪽에 세워져 있다. 끝.

  지난 3월 이수지 작가가 세계적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식은 그림책 판매량 급증으로 이어지며 많은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높아진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림책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전하다. 그림책은 ‘어린이들이나 읽는 책’으로 치부되지만, 어린이를 포함한 수많은 존재들을 연결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그림책방과 그림책 원화 전시에서 그림책을 통해 연대와 소통을 이뤄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설명시작. 그림책방 콕콕콕의 전경. 그림책들이 나열되어있다. 끝.

사진설명시작. 그림책 너의 정원. 앞표지에는 고양이가 뒤표지에는 한 여인이 그려져있으며 두 그림은 마주보고 있는 듯하다. 끝.

앞표지와 뒤표지가 마주보는 그림을 의도한 그림책

  그림책은 그림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문학이다. 이미지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야기를 전하며 글과는 다른 울림을 준다. 그림책방 ‘콕콕콕’ 조성순 대표는 “그림책은 비교적 적은 페이지 내에서 이야기를 전한다”며 “표지, 내지, 페이지의 경계선 등 책의 물성을 활용해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라고 설명했다. 

사진설명시작. 네 페이지가 아코디언식으로 펼쳐져서 파란색 아이가 헤엄치는 듯한 그림 하나를 완성한다. 끝.
▲이수지 작가의 『물이 되는 꿈』. 아코디언식으로 접혀있는 책을 펼치면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진다.

이수지 작가의 『물이 되는 꿈』. 아코디언식으로 접혀있는 책을 펼치면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진다.

사진설명시작. 페이지 뒷면을 돌리면 앙상한 가지에 빨간색 꽃이 피어나는 그림책. 끝.
▲엠마 줄리아니의 『나, 꽃으로 태어났어』. 페이지 뒷면을 돌리면 빨간색 꽃이 책에서 나타난다.

엠마 줄리아니의 『나, 꽃으로 태어났어』. 페이지 뒷면을 돌리면 빨간색 꽃이 책에서 나타난다.

사진설명시작. 그림책 당신은 빛나고 있어요의 앞표지. 자연광에 비추면 무지개색이 표지에 드러난다. 끝.
▲햇빛에 비추면 무지개색이 나타나는 그림책

햇빛에 비추면 무지개색이 나타나는 그림책

사진설명시작. 이수지 작가의 거울 속으로 중 한 장면. 소녀가 데칼코마니로 그려져있다. 끝.
▲이수지 작가의 『거울 속으로』. 책의 경계선을 이용해 거울에 비친 모습을 표현했다.

이수지 작가의 『거울 속으로』. 책의 경계선을 이용해 거울에 비친 모습을 표현했다.

  흔히 그림책은 ‘어린이책’ 또는 ‘동화책’과 혼용되며 단순히 아동문학의 하위범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동화책은 글을 중심으로 주제를 전한다는 점에서 그림책과는 다른 문학 갈래다.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동일시하는 것은 그림책은 어린이들만 읽는 도서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그림책 속 세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만을 다룬다는 오해도 있다. 조성순 대표는 “SF영화를 아동 영화로 분류하지 않듯이 주제가 현실과 다르다고 아동만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림책은 다양한 주제를 담아 이를 모든 세대로 확장한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사진설명시작. 검정토끼들이 전봇대로 모여들고 있는 그림책의 두 페이지. 끝.
▲오세나 작가의 『검정 토끼』. 쓰레기봉투들이 전봇대에 쌓이는 모습을 검정토끼들로 표현했다.

오세나 작가의 『검정 토끼』. 쓰레기봉투들이 전봇대에 쌓이는 모습을 검정토끼들로 표현했다.

사진설명시작. 나무가 울창한 산 속 커다란 검정토끼 세 마리가 보인다. 끝.

거대해진 쓰레기봉투들이 산림에 쌓여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그림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자신의 이야기, 또는 문제 의식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오세나 작가의 『검정 토끼』는 쓰레기봉투를 상징하는 검정 토끼들이 자연보다 점차 더 커지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책이다. 오 작가는 부드러운 그림체로 지구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환경 문제를 재고하게 한다. 하수정 작가의 『울음소리』는 아파트 단지의 물감 자국으로 표현된 울음소리를 따라가며 전개된다. 그림책 뒷면을 펼치면 물감 자국은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의 멍 자국으로 변모한다. 멍의 색감과 책의 물성을 활용해 독자들에게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전한 작품이다.

사진설명시작. 접힌 걸 펼치는 식으록 구성된 그림책을 펼쳐보이고 있다. 끝.
▲하수정 작가의 『울음소리』

하수정 작가의 『울음소리』

사진설명시작. 펼친 그림의 뒷면은 멍이 든 어린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끝.

  그림책은 연대와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조성순 대표는 “‘연대’가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다가가기 힘든 개념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그림책은 연대의 진입장벽을 낮춰준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그림책을 같이 제작하거나 그림책에서 그림으로 소화된 이야기를 같이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생각해 볼 만한 거리를 얘기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시작. 장애이해 그림책 원화 전시인 내 친구는 외계인 문구. 끝.

사진설명시작. 그림책들이 전시되어있다. 한 줄에 4권씩 두 줄 나열되어있다. 끝.
▲전시된 8권의 책 왼쪽 위부터 

전시된 8권의 책 왼쪽 위부터 『혼자가 아니야』, 『재희의 사물들』, 『세상 최고의 강아지 써니』, 『내 친구는 초능력쟁이』, 『나의 가족』, 『어떻게 가지?』, 『오빠는 외계인』, 『누가 깨물었어?』

사진설명시작. TV에 영상으로 원화가 상연되고있다. 은하수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 나오고있다. 끝.
▲전시 한쪽에는 원화가 영상으로 상연되고 있다.

전시 한쪽에는 원화가 영상으로 상연되고 있다.

  현실을 그림책 속 이야기로 옮겨와 소통과 연대를 이뤄낸 사례가 여기 또 있다. 청계천박물관과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은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그림책 원화 전시회 『내 친구는 외계인』을 공동 개최했다. 전시회의 그림책은 총 8권으로, 모두 장애아동 부모와 사회복지사들이 손수 쓰고 그린 것이다. 권영애 사회복지사는 “부모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그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해당 사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시작. 그림책 혼자가 아니야의 표지 원화. 생쥐와 검은 형상이 나무에 같이 앉아있다. 끝.
▲『혼자가 아니야』의 표지 원화. '선입견'과 '너와 나의 다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혼자가 아니야』의 표지 원화. ‘선입견’과 ‘너와 나의 다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설명시작. 그림책 어떻게 가지의 원화. 엘리베이터와 지하철 안내 표시를 그렸다. 끝.
▲『어떻게 가지?』의 원화. 토끼들을 따라가며 편의시설과 안내자료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어떻게 가지?』의 원화. 토끼들을 따라가며 편의시설과 안내자료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사진설명시작. 토끼들이 다양한 안내자료를 통해 메뉴를 고르고 있다. 끝.

사진설명시작. 그림책 재희의 사물들의 원화. 재희가 의자를 타고 놀고 있다. 끝.
▲『재희의 사물들』의 원화. 재희가 다양한 사물들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재희의 사물들』의 원화. 재희가 다양한 사물들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사진설명시작. 그림책 나의 가족의 원화. 수어를 사용하는 가족이 그려진 엽서이다. 끝.

『나의 가족』의 원화. 수어를 사용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장애아동 부모들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는 환상적인 그림과 결합돼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자녀의 이름, 복지 카드 정보 등을 그림으로 제시하며 장애로 인해 겪었던 일들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그림책 속 그림들은 장애가 생소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는 이미 겪고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임을 전한다. 권영애 사회복지사는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읽으며 장애아동을 돕는 것에서 나아가 불편함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며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그림책들이 더 많이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그림책의 교육적 가치를 짚었다.

사진설명시작. 미니북 연습을 한 여러 그림들이 그러져있다. 끝.
▲그림책 만들기의 과정. 김중석 작가의 교육을 거쳐 장애아동 부모들과 사회복지사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림책 만들기의 과정. 김중석 작가의 교육을 거쳐 장애아동 부모들과 사회복지사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설명시작. 그림책 만들기를 위해 여러 원화들이 책상에 널브러져있다. 끝.

사진설명시작. 그림책 오빠는 외계인의 원화 4개가 전시되어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표현한 그림 등이 그러져있다. 끝.
▲『오빠는 외계인』의 원화들. 발달장애를 가진 첫째의 이야기를 통해 비장애 형제의 발달장애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책이다.

『오빠는 외계인』의 원화들. 발달장애를 가진 첫째의 이야기를 통해 비장애 형제의 발달장애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책이다.

  교육자료 제작을 위해 기획됐던 그림책 만들기는 어머니들에게 ‘작가’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어머니들은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본인 이름 석 자를 내건 작가로서 자신의 그림책을 소개했다. 박민아 학예사는 “어머니들이 처음엔 부끄러워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신의 그림책을 소개하고 기획 의도를 말하면서 본인이 주인공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권영애 사회복지사 역시 “어머니들과 그림책을 만들며 동료애를 느꼈고 마지막 날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 만큼 유대 관계가 깊어졌다”며 그림책이 져온 연대를 이야기했다. 박 학예사는 “그림책을 매개로 한자리에 모여 격려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시작. 개구리들을 그려 모두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구성한 메모이다. 끝.
▲미니북 연습, 그림책 이야기 구성, 썸네일 및 캐릭터 그리기 연습, 그림책 만들기의 과정을 거쳐 그림책이 완성됐다.

미니북 연습, 그림책 이야기 구성, 썸네일 및 캐릭터 그리기 연습, 그림책 만들기의 과정을 거쳐 그림책이 완성됐다.

사진설명시작. 색종이로 잘라서 붙여 글을 구성하라는 메모이다. 끝.

사진설명시작. 남매가 그림책을 읽고있다. 그림책은 오빠는 외계인이다. 끝.
▲『오빠는 외계인』의 주인공 남매가 전시회에 방문한 모습 ⓒ박민아 학예사

『오빠는 외계인』의 주인공 남매가 전시회에 방문한 모습 ⓒ박민아 학예사

  그림책은 어린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소통의 발판이 되고 있다. 나아가 작가와 작가 사이, 작가와 독자 사이를 연결하며 폭넓은 경험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저 먼 환상 속 세상의 이야기를 담던 그림책은 이제 우리 곁에서 서로를 연결해주는 일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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