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한 원로 교수님으로부터 ‘사실에서 진실찾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표면에 드러나있는 사실로부터 이면의 진실을 읽어내는 일의 중요성에 관한 강연이었죠. 취재 역시 표면의 사실로부터 이면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입니다. 이면의 진실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볼 수 있고, 그 접근 방법에 따라 언론의 논조가 정해집니다.
경쟁은 사회를 강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많은 지방 대학이 소위 수도권 명문대학보다 경쟁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처럼 보입니다. 대학 교육도 경쟁을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견고한 대학 서열 구조 속에서 누가 이길지 정해두고 시작한 시합이 건강한 대학교육을 만드는 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까요? 대한민국이 외연적 성장을 위해 ‘서울 공화국’이라는 지름길을 택했을 때부터 지방 대학의 위기는 시작됐을 것입니다.
사실(fact)은 언론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실조차 우리를 속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에브리타임에서는 대학의 많은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고, 저 역시 취재를 위해 매일 에브리타임을 모니터링하며 학내 동향 을 체크합니다. 그러나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드러나는 이와 감춰지는 이가 뚜렷하게 나뉘기 마련입니다. 드러나 있는 사실에만 몰두한다면 감춰져 있는 진실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저널을 떠나던 선배 편집장에게 ‘선배 없는 저널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선배는 ‘저널이 없는 나도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저널 없는 저를 상상하며 돌이켜보면, 대학 생활의 절반인 2년의 시간 동안 저널은 저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줬습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저널이 좋은 언론이 됐느냐고 묻는다면 자신이 없습니다. 저 없는 저널이 여러분에게 더 좋은 언론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면에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던 시간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