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공론장’

에브리타임 여론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의 여론을 대변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그러나 에브리타임 내에서 소수의 의견이 과대대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브리타임의 운영 시스템이 모든 이의 참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지, 에브리타임에서 생성된 여론이 학생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들여다봤다.

일그러진 공론장

  에브리타임은 학교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창구다. 특히 파편화된 정보들이 한 데 모여 있다는 건 큰 이점이다. 강예주(재료공학 19) 씨는 “각종 고시나 공모전, 학회 등에 대한 정보를 한 곳에서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여타 커뮤니티와 달리 학내 구성원들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정보 제공처 이상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연세대 김현미 교수(문화인류학과)는 “에브리타임은 ‘내가 소속된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감정적 친근함을 준다”며 “이용자 모두가 비슷한 동시대적 경험을 하는 ‘우리 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일종의 신뢰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용한 에브리타임의 이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은 혐오표현이다.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가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25개 대학의 에브리타임을 모니터링한 결과 수집된 혐오성 게시글은 총 610개에 달했다.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혐오표현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일부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에브리타임을 이용한다. 안치현(항공우주공학 15) 씨는 “최근에도 에브리타임에서 여성이나 퀴어, 장애인 등 소수자들을 비하하는 말을 봤다”며 “(혐오표현을 피하고자) 필요한 정보만 검색하고 재빠르게 나온다”고 말했다. 아예 에브리타임을 떠난 이들도 있다. 이현준(경제 19) 씨는 “게시판의 내용이 지나치게 원색적이고 비하 표현도 자주 목격했다”며 “그런 분위기가 불편해서 에브리타임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만연한 혐오표현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공론장에 참여하고자 하는 소수자들이다. 지난 10월 폐지된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특별자치기구 성평등위원회(성평위) 송지현 위원장은 “혐오표현 일색인 자유게시판을 떠나 새로운 게시판을 만들었지만 성평위 폐지 이후 여성 비하 발언이 넘쳐나는 등 게시판 테러를 당했다”고 말했다. 

  결국 소수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비가시화된다. 에브리타임 게시글은 10개 이상의 ‘공감’을 받으면 ‘핫게시판’에 등재되지만, ‘새로운 퀴어 게시판’의 게시글은 공감을 10개 이상 받아도 핫게시판에 등재되지 않는다. 노출도가 큰 핫게시판에서 혐오표현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게시판 규칙을 새롭게 설정한 것이다. 김수아 교수(협동과정 여성학)는 “민주적 공론장은 발언권의 제한 없이, 특히 소수자가 자유롭게 참여해 합리적인 의견의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모든 이의 참여가 보장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에서 (에브리타임이) 공론장 기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시스템도 한 몫

  에브리타임의 게시판 운영 방식도 건강한 공론장 조성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완전한 익명성은 커뮤니티 내의 실제 여론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김수아 교수는 “익명이라는 점에서 모두의 자유로운 참여가 보장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소수에 의한 의견의 전횡을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익명 환경에서 지배적으로 보이는 의견이 사실상 극단적인 일부의 의견이기 쉽다는 설명이다. 사회과학대학 대학원생 A씨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아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게시물들은 논조가 일관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특정한 전공이나 정치적 입장, 경제적 상황의 사람들이 동의할 만한 내용들이 노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저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에브리타임 커뮤니티 탭 이용자의 79.2%가 댓글을 하나도 쓰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소수의 이용자가 공론장을 지배하는 현상은 인터넷 익명 댓글 문화에서 흔히 관찰된다. 서강대 나은영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포털사이트의 댓글 이용 양상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중도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글을 올리지 않고 관망하는 반면 양극단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댓글을 많이 쓴다’며 ‘실제 다수 의견이 공론장을 지배한다기보다는, 다수처럼 보이는 의견이 여론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과학대학 학부생 B씨는 “(에브리타임 게시글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려 해도 절대 다수에 의해 반발당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 삭제 시스템으로 인해 혐오표현은 그대로 방치되는 반면 소수자의 목소리는 지워지기 쉽다는 우려도 있다. 에브리타임의 자동 삭제 시스템은 특정 게시물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고가 누적되면 게시물 삭제 및 작성자의 서비스 이용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지는 형태다. 문제는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일정 신고 수에 이르기만 해도 게시글이 자동 삭제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실질적인 규제가 게시글의 속성 그 자체보다는 이용자들의 성향에 의해 좌우되기에 소수 의견이 묵살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아 교수는 기계적인 자율 규제가 적용된 에브리타임은 “페미니즘이나 난민 주제 등 사회적 소수자의 발언과 의견 표명이 쉽게 묵살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혐오표현 및 욕설 등을 방지하기 위해 에브리타임은 AI 커뮤니티 운영 시스템(AI 시스템)을 도입했다. AI 시스템은 이용자들의 게시물 신고 내역과 과거의 신고 처리 결과에 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규칙을 위반한 행위를 자동으로 감지해 게시물 삭제 및 서비스 이용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AI 시스템이 규제할 수 있는 발언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단순 욕설이나 비하 표현은 특정 키워드를 학습해 식별할 수 있지만, 맥락과 의도에 따른 해석이 중요한 혐오 표현은 AI가 학습해서 걸러내기엔 어려움이 많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데이비드 케이는 2019년 10월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혐오 표현의 세부 맥락에 대한 판단은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기술에 의존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사진 설명 시작. 에브리타임 HOT 게시판에 글들이 게시돼 있다. 굵은 글씨체로 HOT 게시판이라고 써 있고 바로 밑에 공감 10개를 받으면 HOT 게시물로 자동 선정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게시글들은 각각 비밀게시판, 군인게시판, 자유게시판에 게시된 글들이다. 사진 설명 끝.
▲에브리타임에서 공감을 10개 이상 받은 게시글은 노출도가 큰 핫게시판에 등재된다.

학생 사회에 스며드는 에브리타임 여론

  소수자들이 비가시화되는 상황은 에브리타임 내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수가 과대대표된 에브리타임 내 여론이 학생 사회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페미니즘 조직이 초등학생에게 세뇌 교육을 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에브리타임에서는 이 논란과 관련해 올라온 카드뉴스 게시물이 수백 개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사범대 대표자 연석회의(연석회의)는 조직적 아동 세뇌 및 학대 의혹과 관련된 사실 규명을 수사 기관에 촉구하기 위한 TF 구성을 의결했다. 연석회의 측은 의결 배경으로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견 없는 공분과 비판이 이어졌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연석회의는 며칠 후 페이스북에 TF 구성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하고 TF 설치 결정을 유보했다. 사범대 학생들로부터의 실질적 여론 수렴이 미흡한 채 에브리타임 여론만을 근거로 성급하게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었다. 안치현 씨는 “(학생회가) 에브리타임 내에서 공유되는 문제의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건 분명히 그릇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회가 에브리타임 내 담론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 그 이야기를 과대대표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의결 끝에 결국 TF 설치는 부결됐다.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성평위) 폐지의 발단도 에브리타임에서 시작된 연서명이었다. “성평위는 특정 성별만 생각하는 편향된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발의된 연서명은 에브리타임에서 수백 명의 동의를 얻었고, 이후 중앙대학교 확대운영위원회에서 폐지 안건이 가결됐다. 송지현 위원장은 “성평위 사업은 권리 가이드라인 제작 및 배포,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를 표방한 ‘중앙 퍼레이드’ 진행 등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을 아우르고 있다”며 연서명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송 위원장은 “에브리타임에서는 사업의 내용이나 진행 결과와 관계 없이 성평위에 대한 비난과 혐오, 폭력적인 언설이 난무했다”며 페미니즘을 향한 공격이 연서명이라는 형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운영위원회 회의 전반에 걸쳐 학생 대표자들의 적극적인 숙의 과정도 부족했다. 찬반토론 중 성평위의 폐지를 찬성한 59명의 학생 대표자 중 그 누구도 토론에 나서지 않았고, 연서명 발의자는 신변 보호를 이유로 신분을 공개하지 않아 질의응답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송지현 위원장은 발언권을 인정받지 못해 회의 내내 토론에 참여할 수 없었다. 반면 익명의 발의자가 작성한 안건 상정 입장문은 총학생회장에 의해 대독됐다. 대독된 내용에는 성폭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자보 작성을 ‘인민재판’에 비유하고, 성평위를 ‘뿌리부터 썩어버렸다’고 칭하는 등의 비난이 여과 없이 포함됐다.

  김현미 교수는 “다수의 의견을 그대로 정치 활동에 반영하는 건 학생회가 스스로 의제를 구성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다수가 지지하는 의견을 곧 모든 사람이 지향하는 바로 환원시키면 소수 의견은 설 자리를 잃는다”며 “바람직한 공론장은 이질적인 소수자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학생 대표자가 다수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게 아니라 비가시화된 학생의 의견까지 포괄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양균(자유전공 20) 씨는 “학생들이 표출하는 의견이 학생 자치와 연결되는 창구가 있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절차에 대해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치현 씨도 “성평위 폐지에 반대하는 수많은 연서명들이 전해진 사실을 볼 때, 과연 학생회는 학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다수주의에 기반해서)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단체에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시작. 페미니즘 지하조직 초등학생 세뇌교육 의혹이라는 제목 하에 작성된 에브리타임 게시글이다. 카드 뉴스도 게시돼 있다. 사진 설명 끝.
사진 설명 시작. 페미니즘 지하조직 초등학생 세뇌교육 의혹이라는 제목 하에 작성된 에브리타임 게시글이다. 카드 뉴스도 게시돼 있다. 사진 설명 끝.
▲지난 5월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페미니즘 조직 초등학생 세뇌 의혹’ 카드 뉴스 게시물

사진 설명 시작.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제8대 성평등위원회
▲지난 10월 폐지된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제8대 성평등위원회 '뿌리'

넘실대는 ‘찻잔 속의 태풍’과 마주하기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말이 있다. 큰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외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문희준(자유전공 20) 씨는 “이전에는 에브리타임의 여론을 ‘찻잔 속의 태풍’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씨는 “그러나 굉장히 많은 학생이 에브리타임에서 이뤄지는 논의에 쉽게 휘둘리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모두에게 동등한 참여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채 논의가 이뤄지는 것도 문제지만, 현실로 흘러나온 그 논의 결과에 대해 숙의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찻잔 밖으로 나온 태풍이 학생 사회에 해악이 되지 않도록 학생 자치 기구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 기사

편리함과 혐오표현, 에브리타임의 불편한 양면성

다음 기사

사실에서 진실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