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비자로 오셨어요?”

이주 정책을 통한 권리의 차등화와 차별의 문제

  “잊어버리고 있다가도 한국 정부가 알려줘요, 이주민들은 다른 존재라고.” 26년째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주한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 소모뚜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한국의 이주 제도가 계속해서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에 선을 긋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이주 제도는 이주민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 시민의 자격은 누구에게 어떻게 부여되는 것일까. 이주 제도를 중심으로 권리의 차등화 문제와 이주민들이 겪는 차별을 살펴봤다. 

체류자격과 시민권의 차등화

  한국의 이주법제는 크게 외국인의 출입국 및 체류를 관리하는 ‘출입국관리법’, 국적 취득 요건 및 절차를 규정하는 ‘국적법’, 외국인의 인권 보장이나 사회적응을 위한 지원을 명시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으로 이뤄진다. 그밖에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다문화가정지원법’, ‘난민법’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5년마다 이주제도의 정책목표와 중점 과제를 담은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발표한다. 별도의 전담부처 없이 법무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의 다양한 관계부처가 관련 이주 정책을 시행한다. 

  이주 정책 중 비자(사증) 정책은 이주민의 법적, 제도적 권리를 설정하고 통제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한국에는 36개에 이르는 세분화된 비자 유형이 있다. 비자 유형에 따라 체류기간을 포함해 권리 및 자격요건이 달라진다, 이주민 내 시민적 계층화 현상을 연구한 정현주 교수(환경대학원)는 “많은 국가에서 비자 정책을 통해 누구를 시민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기본 틀을 마련한다”며 “이주 정책에 의해 이주민 권리의 차등화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기준으로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있을까. 한국의 이주정책은 민족주의적 성격이 짙다. 이주 정책이 대상으로 하는 집단은 크게 일반 외국인과 재외동포로 분류된다. 재외동포 비자(F-4)는 체류자격 구분에 따른 활동 제한이 없고 기간이 만료돼도 계속 갱신이 가능하다. 정현주 교수는 “재외동포에게 부여되는 특혜성 체류자격의 구성엔 같은 민족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담론이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외동포라도 이주민들의 계층에 따라 권리가 다르게 부여된다. 재외동포 비자(F-4) 발급요건에는 ‘만 60세 이상의 동포, OECD 국가의 영주권자, 국내외 전문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 전문직’ 등이 있다. 정현주 교수는 재외동포 비자가 “한민족이되 어느 정도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지닌 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다수의 조선족은 재외동포 비자를 받기 어렵다. 조선족 5세이자 이주민 인권 활동가인 박동찬 씨는 “서구 쪽 동포들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재외동포 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조선족 동포는 세부조건을 따져야 한다”며 “비자에서부터 차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허가되지 않는 기본권

  체류자격에 따라 권리가 제한되면서 이주민들은 다양한 차별을 겪게 된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제한으로 인한 노동권 침해가 대표적이다. 이주노동자는 한국 입국 전 본국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사업장을 직접 보지 못한 채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칙상 근로계약에서 지정된 최초 사업장에서만 근무가 가능하다. 사업장 이동은 사업장의 휴폐업이나 고용자의 명백한 불법적 행위로 인해 법적 조치가 내려지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허가된다. 사업장 변경 횟수 및 이동 가능 업종도 제한돼있다. 소모뚜 위원장은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하게 되면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누구나 원하는 곳에 가서 내 몸에 맞는 일을 선택해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 시작. 건물 외벽에 달린 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 간판. 미얀마어와 영어, 한국어가 순서대로 병기돼있다. 사진 설명 끝.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주한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마련한 복지센터다.

  사업장 이동제한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기도 한다. 농업 이주노동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우춘희 씨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 가능 횟수가 제한돼 혹시 다른 사업장에서 문제가 생길 때 이동 신청을 못할까봐 걱정한다”며 “지금 당장 폭력이나 인격적인 모독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그냥 체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주인권단체는 사업장 변경에 대한 규제가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현주 교수는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되는 고유한 권리”로 “비자정책이나 관련법보다 훨씬 상위에 있는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이주 제도 하에선 체류자격이 전반적인 삶의 전망과 기회를 제약한다. 정현주 교수는 “단적으로 이주노동자 중에는 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많지만 고용허가제에서는 제한된 업종에서의 고용 기회만을 열어놓고 있다”며 “다양한 재능이나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삶의 가능성이 일방적으로 규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지 못할 경우 기본적인 권리 보장조차 어렵다. 난민신청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김영아 대표는 “난민신청자들은 (심사 기간인) 6개월 동안 취업을 할 수 없어 생계유지의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고 아이들의 학교 입학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없어 기본적인 교육권도 보장받기 어렵다. 「난민법」은 국가가 난민신청자의 생계비 지원이나 의료 지원, 초·중등교육 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강제성은 없다. 실제로 2019년 생계비 지원 결정을 받은 난민신청자는 전체생계비 지원대상자 중 2.5%에 불과했다. 김영아 대표는 “사회적인 보호와 지원이 부재한 상태에서 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잃고 점점 더 취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필요’만이 강조될 때 생기는 문제들

  한국의 이주 제도는 국가의 필요에 따라 이주민을 선별해 받아들이는 ‘도구주의적 관점’에 입각해 있다고 평가된다. 강릉원주대 김규찬 교수(다문화학과)는 “한국의 이주 제도는 이주민을 철저하게 선별해서 유입과 정착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주노동자의 장기체류가 어렵도록 체류기간을 제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이 국적을 취득하는 방법 중 하나인 일반귀화를 신청하기 위해선 5년 연속 체류라는 요건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가 주로 취득하는 비전문취업 비자(E-9)는 최대 체류기간을 4년 10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귀화에 필요한 요건을 만족할 수 없도록 제도가 설계된 것이다. 코로나19로 바뀐 상황에서 달라진 제한 조건은 도구주의적 관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소모뚜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이주노동자가 들어올 수 없게 되자 기존 이주노동자들에게 1년씩 체류기간을 연장해줬다”며 “그야말로 ‘우리가 필요하면 있고, 필요 없으면 나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구주의적 접근은 이주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 숙명여대 김옥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이주노동자 정책은 여전히 이들을 인력 관리의 측면에서만 고려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권리영역에 대한 보장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가 본국에서 가족을 데려올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UN이주노동자권리협약 제44조는 ‘이주노동자의 가족 결합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가족동반 입국이나 초청이 가능한 체류자격은 귀화자 및 영주권자와 전문직 노동자 등으로 매우 제한돼있다.

  국제결혼이 저출생 문제의 대책으로 제시되는 가운데, 결혼이주여성에 관한 정책 역시 인구 재생산의 도구적 관점으로만 다뤄지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한국 국민인 배우자와의 결혼 관계를 유지한 상태로 2년 이상 거주하거나 국민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 「국적법」에 따라 국적을 취득하거나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영주 자격(F-5)을 신청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요구에 따라 엄마 혹은 아내라는 역할을 수행할 것을 조건으로 시민권을 보장받는 것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레티마이투 사무국장은 <일다>의 기고문에서 ‘결혼이주여성은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변의 의심이나 충고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현주 교수는 “절대다수의 여성들이 결혼 후 1년 이내로 자녀를 출산한다”며 “물론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한국에서 아이를 낳게끔 제한적인 선택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정현주 교수는 “다문화정책이 인구가족정책의 일환으로 집행되면서 다문화주의는 증발하고 결혼이민여성의 정착 및 출산 지원으로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급 지자체가 실시하는 결혼이주여성 지원 프로그램은 김치 만들기, 한복 입기 등 결혼이주여성의 한국문화 적응을 중심으로 기획된다. 정작 결혼이주여성의 특수성을 고려한 인권보호 및 역량 증진은 정책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비판도 있다. 김옥녀 교수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침해 예방과 인권보호를 위한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공존을 위한 제도적 대안들

  이주민들이 겪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선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규찬 교수는 “지금과 같이 체류자격에 시민적 권리가 결합된 구조에서는 체류자격이 바뀌거나 체류자격을 잃을 경우 이주민은 곧바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다”며 “일정 기간 이상 체류한 사람이라는 기준만 충족하면 기본권 보장을 비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옥녀 교수는 “한시적으로 한국에 머물더라도 가족결합권, 아동양육권 등을 비롯해 기본권이 보장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요구된다. 김규찬 교수는 “(이주민을) 철저하게 구분해 관리하는 정책은 이주민들에게 지속적인 차별의 감정을 경험하게 해 장기적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년간 조선족 동포 관련 활동을 해온 <동포세계신문> 김용필 편집장은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재외동포들이 배제되면서 조선족 동포들은 ‘우리는 결국 외국인이구나’ 하고 체감한다”고 말했다. 소모뚜 활동가는 “이주민도 직접세금, 간접세금 모두 내고 있다”며 “전국적인 대책을 세울 때 이주민을 차별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위원은 “다양한 배경이 반영되지 않는 차별적 구조를 바로 보고 다양성을 법과 제도로 녹여낼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 시작. 건물 외벽에 달린 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 간판. 미얀마어와 영어, 한국어가 순서대로 병기돼있다. 사진 설명 끝

재난지원금 이주민 차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박동찬 활동가 ©박동찬 활동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도 하나의 해법이다. 차금법은 성별이나 장애, 연령, 인종, 혼인여부, 종교, 성적 지향, 고용형태 등을 이유로 한 고용과 재화·용역, 행정서비스에서의 차별 금지를 기본으로 하는 모두를 위한 평등법이다. 장혜영 의원은 현재 이주 제도에는 “출신국가나 국적 등의 차이로 인해 차별받는 이들을 보호하고 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체계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차금법 제정을 통해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차별을 당한 당사자들을 보호할 책임을 국가에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금법제정이주연대에서 활동하기도 한 박동찬 활동가는 “조선족 동포는 3D업종에 종사해서, 저학력자여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출신이어서 받는 차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단일 사유로 설명할 수 없는 차별을 다루기 위해선 복합차별을 규정하고 있는 차금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의원은 정치권에서 “최근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문제에서도 드러나듯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인권의 문제를 찬반의 사안으로 축소시킨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에 대해선 정치권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영아 대표는 “정치권에선 국민 여론이나 사회적 합의의 부재를 이유로 난민 사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사회 전체의 청사진을 제안해야 하는 책임을 지닌 게 누구인가”라며 정치권의 책임을 강조했다.

  소모뚜 위원장은 한국에서 “선주민과 이주민이 이미 한국 사회에서 뒤섞여 살아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이주노동자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갈 텐데 지금처럼 계속 통제하고 상처주며 살아갈 거냐”고 반문했다. 한국의 이주 제도가 이들의 삶을 충분히 보호하고 있는지, 제도에서 드러나는 ‘우리’와 ‘그들’의 구분이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적합한 것인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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