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가는 길》 포스터 ⓒ영화사 ‘진진’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개교 과정을 다룬 김정인 감독의 영화 《학교 가는 길》(2021)의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취하됐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인이 영화에서 자신이 출연한 분량을 삭제해달라는 내용의 또 다른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던 것이 알려졌다.
가처분 신청인 A씨는 서진학교 설립을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던 당시 ‘서울 강서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서 활동한 주민이다. 《학교 가는 길》에는 A씨가 2017년 열린 주민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이 모자이크 처리돼 10초가량 등장한다. 이에 A씨는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법에 영화사 ‘진진’을 상대로 영화배급·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자 이달 1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5만 8천여 명의 시민들이 상영금지 반대 탄원서를 냈고, 결국 이틀 만인 3일 A씨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
그러나 A씨가 자신이 등장한 분량에 대한 장면삭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A씨 측은 본인의 모습이 “지역 이기주의처럼 비춰진다”며 “‘님비’가 아니라 학교 부지에 한방병원을 설립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특수학교 대신 한방병원 건립을 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자신이 나온 10초가량의 장면이 삭제되어도 영화 흐름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 주장했다. 장면삭제 가처분 신청 심문은 이달 12일 진행됐다.
제작진 측은 양측의 입장을 균형있게 보여주려 했다고 항변했다. 김정인 감독은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까지 “균형감 있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12일 진행된 심문에서 “영화를 관람한 2만여 명의 관객 대부분 반대측의 입장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됐다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인 감독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씨의 장면을 삭제하면 《학교 가는 길》은 다큐멘터리로서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주민들도 비슷한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영화의 주요 내용이 모두 삭제되기 때문이다. 그는 “상영금지 가처분이나 장면삭제 가처분 신청 모두 본질적으로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존재 이유를 훼손하는 요구”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A씨 측이 주장하는 장면삭제 가처분 신청의 근거는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이다. 《학교 가는 길》에 등장하는 비대위 소속 주민들은 모두 모자이크가 씌워지거나 흐리게 처리됐다. 그러나 A씨 측은 “모자이크를 했어도 아는 분들은 알아본다”며 “지역 활동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의 변호인은 A씨가 “본인 스스로 발언 효과에 대해 인지했던 상태”라고 항변했다. “A씨가 자발적으로 실물과 실명을 공개하고 동일한 취지로 인터뷰를 한 것이 유튜브에 남아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어 “A씨의 발언은 시장경제논리가 특수학교 설립에 개입된 현상을 보여준다”며 해당 장면이 영화의 메시지 전달에 필수적임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달 27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자료를 받은 뒤 다음달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5일 개봉한 《학교 가는 길》에서 다뤄지는 서진학교는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2013년 학교 설립이 발표된 후 6년 만에 개교했다. 2017년 주민설명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한 사연으로 설립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현재 서진학교에서는 발달장애 학생 170명이 초, 중, 고등학교 교육과정 또는 직업교육 전공과정을 이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