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정부는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베이비박스 앞에 유기된 신생아가 사망하고, 중고물품 거래 앱에 아이 입양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이 되던 시기였다. 정부는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임신·출산·양육 지원 강화와 미혼모 자립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한부모와 미혼모들은 반기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 지원대책을 일부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복지시설의 입소 기간을 늘리고 입소 대상자의 소득 기준을 낮추겠다는 대목이 문제가 됐다. 한부모·미혼모 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시설 입소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현행 ‘시설 중심’ 미혼모지원정책의 연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이 정부의 시설 지원안을 문제삼는 이유는 뭘까. 탈시설이 사회복지의 주요 의제가 된 지금, ‘미혼모 탈시설’의 관점에서 현행 미혼모지원정책이 지닌 한계를 살펴봤다.
미혼모지원사업, 어떻게 이뤄지나
먼저 한부모와 미혼모의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부모는 미혼모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크게 네 가지 경우를 한부모로 본다. ▲배우자와 사별·이별 혹은 배우자에 의한 유기 ▲배우자의 장기간 노동능력 상실 ▲배우자의 교정·치료감호시설 입소 혹은 병역복무 ▲미혼자로서 아동인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다. 이중 미혼모·부는 마지막 유형, 즉 결혼하지 않은 채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18세 이하의 자녀를 둔 한부모가구는 2019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약 38만 4천 가구가 있다. 이 중 미혼모·부 가구는 약 2만 7천 가구로, 미혼모 가구만 2만 가구에 달한다.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지원사업(지원사업)은 크게 ▲복지급여 지급 ▲저소득·청소년 한부모 등 취약가족 지원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지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시설 지원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복지급여는 중위소득 52% 이하에 해당하는 한부모가족·조손가족에게 지급된다. 한부모·미혼모가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자격을 취득하고 소득인정액 기준을 충족할 경우 양육비·학용품비·생활보조금 등을 받을 수 있다. 저소득·청소년 한부모 등 취약가족에 대한 지원 역시 아동양육비·청소년 미혼모의 검정고시학습비·고교생교육비·의료비 지원을 포함한다.
복지급여가 미혼모와 한부모에 대한 직접지원이라면,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지원은 시설을 통한 간접지원이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은 124개의 거주용 생활시설과 8개의 이용시설을 합해 전국에 총 132개소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부모시설 중 미혼모 시설은 세 단계로 구성되는데, 아이의 나이에 따라 입소할 수 있는 시설이 달라진다. 1차 시설에서는 임신했거나 아이가 6개월 미만인 미혼모가 분만과 숙식을 지원받는다. 이후엔 2차 시설로 이동해 다른 미혼모 가족과 공동으로 생활한다. 입소 시점에 아이가 만 3세 이하인 경우다. 3차 시설은 모자가족복지시설로, 만 18세 미만의 아이를 양육하는 무주택 저소득 미혼모가 자녀와 함께 3년간 거주할 수 있다, 미혼모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세 단계의 시설에서 생활 및 직업훈련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족으로부터 임신과 출산을 지지받지 못하거나 당장 의식주가 불안정한 미혼모들은 시설 입소를 고려한다. 미혼모들은 시설에 따라 주거·숙식·분만의료혜택·자립지원교육·아이돌봄서비스 등을 지원받는다.

3%에 가려진 97%
시설 지원은 복지급여와 더불어 현행 지원사업의 핵심이지만, 모든 미혼모가 시설에 입소하는 건 아니다. 한국한부모연합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한부모생활시설에 약 1천여 가구, 3,099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체 미혼모·부 가구 수가 약 2만 7천 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중3~4%만이 시설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시설에 입소하는 미혼모들이 이토록 적은 이유는 뭘까.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 하지선 연구위원은 “미혼모들이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데엔 수만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예로 미혼모가 키우던 반려견을 버릴 수 없어 시설에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 미혼모나 자녀에게 장애가 있는 경우 다른 입소자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설에서 입소를 꺼리고, (둘째 아이를 출산했는데) 첫째 아이가 남자아이인 경우 미혼모가 첫째 아이와 함께 입소하는 것을 거부하는 시설도 많다.” 지금의 시설이 도움이 필요한 모든 미혼모를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동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와 시설의 통제적인 분위기도 미혼모와 한부모들이 시설을 꺼리는 주된 요인이다.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최형숙 대표는 “‘노숙하는 한이 있어도 시설은 안 가겠다’는 청소년 미혼모도 만나봤다”며 “시설은 관리감독 차원에서 미혼모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철저히 관리한다. 미혼모에게는 큰 스트레스”라고 설명했다. 많은 미혼모의 시설 부적응과 중도 퇴소 이면에는 시설의 엄격한 규범과 통제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시설에 거주하지 않는 ‘시설 밖 미혼모’가 절대다수지만, 현행 지원사업은 시설에 있는 3%의 미혼모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0년 기준 서울시의 한부모가족지원사업 예산은 648억 원으로, 그중 118억 원이 한부모가족복지시설 26곳에 배정됐다. 문제는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서울시 한부모가구가 239세대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국한부모연합 오진방 사무국장은 “전국의 모든 한부모예산이 시설 위주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돌봄서비스 역시 정부 정책의 시설 중심성을 보여준다. 지원대상을 ‘시설에 거주하는 미혼모·한부모의 자녀’로 한정하기 때문이다. 오 사무국장은 “시설을 이용하는 인원이 얼마 되지 않아 44억에 달하는 아이돌봄서비스 예산의 상당 부분은 현장에서 쓰이지도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예산결산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시설 아이돌봄서비스의 예산현액 대비 실집행률은 44.6%에 그쳤다.
예산은 시설 밖으로까지 가닿지 못했다. 오진방 사무국장은 “서울시에서 118억 원이 생활시설에 쓰이는데, 시설 밖의 한부모를 지원하는 서울시한부모지원센터에는 13억 원만이 책정돼있다”고 비판했다. 시설 밖 미혼모를 위한 인프라의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하지선 연구위원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예로 들었다. 해당 센터에선 미혼모·부 초기지원사업에 더해 다문화가정·조손가정 등에 대한 지원사업도 병행한다. 하 연구위원은 “센터 내 한두 명 정도의 인력이 그 지역의 미혼모·부 전체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는 구조”라며 “시설에 입소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서비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시설에 모든 예산과 인프라가 집중된 나머지, 정작 97%에 달하는 시설 밖 미혼모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
‘시설 중심’도 못 되는 미혼모지원정책
정부의 지원정책을 ‘시설 중심’이라 부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선 연구위원은 “시설 중심이라고 하면 마치 시설이 아주 많고 시설에서 모든 미혼모 지원이 이뤄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지금 시설에서 미혼모 지원을 완벽하게 맡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정책은 단지 시설에 제한된, 혹은 최소한만 메워 주는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미혼모·한부모단체는 시설의 핵심 사업인 자립지원사업의 효과와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형숙 대표는 “현재의 자립지원사업은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얼마나 많은 미혼모가 짧은 시일 내에 자격증을 따고 돈을 모아 자립하는지에만 관심을 둔다는 얘기다. 가시적 성과에 매달린 나머지, 자립지원사업은 개인의 흥미와 역량에 대한 고려 없이 바리스타나 간호조무사 등 몇몇 직업영역에 치우쳐있다. 미혼모의 선택지가 빨리 취업할 수 있는 질 낮은 일자리로 한정돼 오히려 빈곤이 심화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 대표는 “시설에 거주하던 한 미혼모가 대학 진학 얘기를 꺼냈더니 시설에서 ‘애 키우는데 무슨 대학이냐’며 ‘취업이나 하라’고 일축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시설 간 단계별 이동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문제다. 1차·2차·3차 시설이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있지 않아 시설을 옮길 때마다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선 연구위원은 미혼모들이 그간 쌓아온 대인관계와 물적 기반을 쉽게 버리고 지역을 이동하기가 어렵다며 미혼모들이 중도 탈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출생신고나 한부모증명 등 서류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설 간 이동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중도탈락 없이 3차 시설까지의 생활을 무사히 마치면 자립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목원대학교 장온정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논문 「재가 미혼모의 홀로서기 경험 연구: 탈시설 과정을 중심으로」에서 미혼모들은 시설보호에서 벗어나는 시점에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시설의 미비한 자립지원교육과 정보의 부족으로 미혼모들은 시설로부터 ‘내던져지듯’ 사회로 돌아와 빈곤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미혼모는 한 달 수입이 중위소득 60% 이하(약 월 184만 원)임을 입증해야만 한부모 증명서를 발급받고 한부모가족지원법상 지원대상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양육비 등 복지급여를 받으려면 이보다 더 낮은 ‘중위소득 52% 이하(약 160만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오진방 사무국장은 “우리는 한부모증명서를 가난증명서라고 부른다”며 “가난을 증명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현행 정책은 탈수급에 대한 일종의 딜레마를 낳는다. 기준선 이상을 벌면 급여를 아예 받지 못하기 때문에, 미혼모의 상당수는 정기적인 수입을 얻어 수급자 지위를 벗어나기보다 저소득 상태를 유지해 복지급여 수급자로 살아가기를 택한다. 최형숙 대표는 “상식적으로 사회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가 중위소득 52%를 좀 넘게 번다고 해서 월세와 교육비, 생활비를 대며 돈을 모을 수 있겠냐”며 지원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고한 시설의 담장, 그 너머를 상상하기
미혼모 정책이 시설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자와 미혼모 단체는 모두 ‘비정상 가족’으로서의 미혼모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부감을 지목했다. 『미혼모의 탄생』 저자인 권희정 박사(인류학)는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낙인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권 박사는 “1950~60년대 미국으로부터 사회복지학이 도입될 당시 서구 사회는 미혼모의 모성을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했다”며 “미혼모를 어리고 성적으로 문란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한국 사회에 그대로 이식됐다”고 설명했다. 최형숙 대표는 “엄마도 등급이 있다”는 말을 꺼냈다. 최 대표는 “결혼한 엄마는 1등급, 사별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니 2등급, 이혼은 정상 범주 안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니 3등급,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가진 미혼모는 맨 아래의 4등급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미혼모가 시설에서 맡아 가르쳐야 하는 ‘문제 여성’으로 여겨져 왔다는 지적이다.
시설은 수용자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하는 집단’으로 만든다. 시설 자체가 하나의 낙인이 되기도 하고, 시설 밖의 사회를 복지의 사각지대로 만든다. 미혼모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역사회 양육을 정책의 중심에 놓는 ‘탈시설화’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유다. 권희정 박사는 “당장 모든 시설의 문을 닫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정책의 최종 목표가 탈시설이라는 건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박사는 시설에 미혼모들을 모아놓고 교정하려 했던 미국에서조차 지금은 피난처와 같은 일시보호소만 있을 뿐 시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며 한국 사회 역시 시설 중심의 정책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시설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거 지원정책의 변화가 절실하다. 오진방 사무국장은 긴급순환형 주택을 대안으로 꼽았다. 오 사무국장은 “지금은 위기에 빠진 미혼모나 한부모에게 시설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며 “긴급순환형 주택을 통해 시설을 거치지 않고서도 주거를 일시적으로나마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선 연구위원은 미혼모지원정책의 목표가 ‘장기거주 기반 원스톱지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1차·2차·3차 시설로 나눠 미혼모를 일괄적으로 관리해왔다면, 앞으로는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내에서 안정적인 장기주거를 보장하면서 개별 미혼모의 임신·출산·양육까지를 ‘원스톱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러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탈시설로의 전환이 종착지가 아닌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설을 없애는 것을 시작으로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구분해온 오랜 통념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선 연구위원은 노동시장과 양육환경 등 전반적인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과 여성이 일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에서 미혼모가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건 당연하고, 돌봄에 무책임한 노동시장에서 미혼모의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것 역시 뻔하다. 결국 미혼모가 충분히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혼자 아이를 키우더라도 일·가정양립이 가능하도록 경쟁적 노동시장과 양육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미혼모·한부모 단체는 최근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단지 법률 명칭만을 수정하라는 요구는 아니다. 이들은 혼인·혈연·입양으로만 가족을 규정하는 제3조를 고쳐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제9조 ‘가족원 모두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항목도 개정하라고 요구한다. 정상가족과 건강가족이란 없으며 단지 가족만이 있을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시설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회다. 이제, 시설 너머를 바라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