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0월 29일 수협중앙회(수협)가 고용한 용역들이 고압살수기와 소화기를 싣고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구 시장 상인)들이 농성 중인 육교로 향했다. 육교 위에서 천막을 지키던 상인들은 깜깜한 새벽부터 거센 물줄기와 소화 분말을 맞았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수협 측과 구 시장 상인 측의 갈등이 시작된 지 5년, ‘물대포 직사’라는 생명권 침해 행위를 계기로 시들었던 관심이 노량진 시장에 집중됐다. 하지만 이도 잠시뿐, 이후로도 수협의 폭력 행위는 이어졌다. 근본적인 문제는 수협의 지속적인 폭력 행위를 국가기관이 용인한 것에 있다. 문제를 해결할 책임 주체의 방관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시장에서 밀려난 상인들뿐이다.
상인들은 거부하는 현대화사업?
2012년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의 노후화를 이유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착수했다. 상인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수협은 구 시장을 그대로 복원한다는 ‘수평이동’을 약속했다. 신 시장은 상인들이 장사 중이던 구 시장 인접 부지에 건설됐다. 문제는 신 시장 건물이 완공된 2016년 이후에 발생했다. 실제 건축된 신 시장이 상인들이 확인한 도면상의 건물과 달랐기 때문이다. 처음엔 시장의 복층 구조가 문제였다. 경매와 판매를 모두 1층에서 진행하는 구 시장과 달리 수협은 경매장과 판매장을 1, 2층으로 분리하는 안을 제시했다. 상인들이 물품 이동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자 1층에서 경매와 판매를 모두 하도록 했다. 그러자 공간 부족의 문제가 생겼다. 단층 건물인 구 시장과 다르게 복층 구조인 신 시장 1층의 판매 매장 면적은 구 시장의 실제 사용 면적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상인들은 접근성이 좋은 1층 매장 수의 감소를 지적했다. 수산물 운송용 차량 입구가 줄어들어 운송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이는 시장의 기능에 대한 고려 없이 건물의 현대화에만 치중한 결과다. 수협이 2016년 3월 15일 이후 구 시장에서의 영업을 불법 상행위로 규정하고 신 시장 이전을 촉구하며 구 시장 상인과 수협의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이전과 달라진 유통·판매 구조를 비판하며 신 시장 입주를 거부하는 상인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구 시장 부지를 이용한 공간 부족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수협은 수차례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상인과 수협의 갈등 해결을 위한 시민공청회가 진행됐지만 이 또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신에 수협이 택한 방식은 10차례의 강제집행이었다. 그 과정에서 강도 높은 폭력행위가 있었다. 신 시장 이전에 반대하는 구 시장 상인들이 모여 구 시장 일부 존치를 요구하고 구 시장에서 장사를 이어갔지만 수협은 단전·단수와 폭력 진압을 통해 이를 저지했으며 2019년 구 시장 철거를 완료했다. 빈곤사회연대 이재임 활동가는 구 시장 상인들에게 가해진 폭력 행위에 대해 “상인들이 감내하고 있는 폭력을 당연시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당연하지 않은 폭력에 무뎌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우려를 표했다.
사적 영리기관으로 변질된 중앙도매시장
시장기능에 대한 이해 없이 추진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수산물 유통 활성화란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신 시장에 사용된 대지 면적은 40,450m2로 구 시장 면적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개방형의 단층 건물인 구 시장과 달리 신 시장이 복층 구조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나라살림연구소 김상철 연구위원은 “수협이 시장 기능을 유지하는 것보다 시장 부지를 다른 목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수협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라 말했다. 수협이 현대화사업을 진행한 목적이 시장 자체에 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공터로 남아있는 구 시장 부지를 판매 공간으로 이용하자는 요구를 외면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05년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의 <마스터플랜 배치도>에 의하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3단계로 구성되며 2단계와 3단계는 각각 ‘업무, 상업 및 공공기능’과 ‘업무, 주거 기능’으로 구상됐다. 수협의 계획에 따르면 노량진수산시장의 ‘수산시장 기능’은 1단계에만 해당되며, 신 시장 건축으로 1단계는 완료된 상태다. 상인들은 시장 기능과 무관한 2, 3단계 계획이 아닌 시장의 본래 목적으로 구 시장 부지를 이용하라고 요구한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사업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2, 3단계 계획은 ‘시장 현대화사업과 노량진수산시장 내 직판상인과의 관련성이 모호하다’고 지적된 바 있다.

수협이 이익 창출을 위해 노량진수산시장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의혹은 여러 방면에서 제기된다. 신 시장의 임대료는 구 시장 임대료에 비해 1.5배~2.5배 이상 증가했다. 급격한 임대료 인상으로 상인들은 신 시장으로 이전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노량진수산의 임대료 수입은 현대화사업이 진행된 2015년 이후 62.5억에서 134억으로 113.4% 올랐다. 코로나19로 전반적인 경제 행위에 직격타를 맞은 2020년 상반기에도 노량진수산은 1m2 당 임대료를 9.1% 인상했다. 그러나 수협은 구 시장보다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신 시장 입주에 반대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대화사업이 시장 발전이 아닌 재개발 사업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2015년 수협은 구 시장 부지를 이용한 수산테마파크 설립 계획을 세우고 카지노 시설을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2019년에는 구 시장 부지와 용산역을 잇는 케이블카를 건설하여 ‘노량진관광특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구 시장 부지에 동작구민을 위한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겠다는 업무협약을 동작구청과 체결했다. 일관되지 않은 수협의 운영 행태는 결국 뚜렷한 계획 없이 이익 창출을 위한 주먹구구식 사업이 진행됨을 보여준다.
수협과 서울시의 기묘한 협동관계
노량진수산시장을 비롯한 중앙도매시장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에만 개설할 수 있어 전국에 11개뿐이다. 중앙도매시장 설립 제한은 국가가 시민에게 농수산물의 가격과 품질을 보장하고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만드는 조치다. 즉, 중앙도매시장은 이윤 창출이 목적인 타 시장과 설립 목적 자체가 다르다. 중앙도매시장의 소유권은 개설자에게 있으며 이는 위임할 수 없다.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자인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관리와 운영의 최종 책임을 가진다. 하지만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수협에 어떤 제재나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소유권을 외면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서울시의 방관으로 수협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
김상철 연구위원은 “부동산 개발 사업은 일종의 결과이며, (문제의 본질은) 수협이 중앙도매시장을 사유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소유권자가 아닌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소유권자인 서울시는 소유권을 외면하는 기형적인 관계는 IMF 이후의 민영화 과정에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던 한국냉장을 민영화했지만 중앙도매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은 민영화할 수 없어 시장의 토지·건물 소유권만을 별도로 분리해 수협에 매각했다. 이때 개설자의 지위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노량진수산시장 자체에 대한 소유권은 여전히 서울시에 있었다.
농안법에 따르면 중앙도매시장은 개설자가 직접 관리하거나 ‘지방공사’ 혹은 ‘도매시장 관리사무소’를 만들어 관리를 위임해야 한다. 하지만 2002년 이전에는 ‘도매시장법인’ 노량진수산이, 2002년 수협의 노량진수산시장 토지·건물 소유권 매입 이후에는 수협이 불법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의 관리 권한을 맡았다. 이재임 활동가는 “(농안법에 따르면) 관리 권한이 불법적으로 넘어갔다”며 “노량진수산시장 관리 권한부터 현대화사업 보조금까지 서울시가 수협에게 보이는 특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수협의 불법적인 소유권 위임이 가능했던 까닭은 농안법에 규정된 관리 권한에 대한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수협이 서울시에 현대화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지원을 요청하자 서울시는 ‘직접적 개설자’가 아니기 때문에 비용을 지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만 중앙도매시장의 개설자 지위를 가질 수 있으므로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자는 서울시 이외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동작역사문화연구소 김학규 대표는 “이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며 “서울시의 태도는 책임 회피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자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서울시는 2017년 ‘노량진수산시장 연혁’을 새롭게 정리했으나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했다’는 잘못된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다.
서울시는 수협과 시장 상인들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이란 입장을 고수한다. 개설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면 서울시는 수협과 구 시장 상인들의 갈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 시장 상인들과 연대하는 옥바라지선교센터 이은해 간사는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당사자들끼리 합의하라고 말하는데 책임자인 서울시가 빠지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관련기관의 잇속 차리기와 피해자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을 통한 이윤 창출을 원했고 서울시는 책임 회피를 위한 구실이 필요했다. 수협과 서울시의 결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장사할 공간을 잃은 상인들뿐이다. 서울시의 묵인 하에서 수협의 폭력 행위는 점차 거세졌고 수협과 상인들의 갈등에 관심이 집중되며 서울시는 당사자의 위치에서 사라졌다. 이재임 활동가는 “수협이 나쁜 학습의 기억이 있다”고 말한다. 무기를 동원해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아 수협이 폭력 행위를 행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구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11월 서울시 담당자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였지만 경찰의 무력 진압이 있었을 뿐, 대화 요청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관할구청인 동작구청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에 일조했다. 수협에서 고용한 용역이 구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물대포와 소화기를 직사할 당시 현장에 있던 동작경찰서 경찰관들은 상인들의 구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살수를 지시한 수협 책임자와 이를 방관한 경찰에 대한 고소를 진행 중이다. 수협의 재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동작구청은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였다. 수협의 카지노와 복합리조트 사업 추진 당시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구청장으로 찬성하고 지지한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리적 교통섬이라 지역 경제에 기여를 하지 못하니 수협의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학규 대표는 “관내에 큰 사업장이 들어서는 것이 좋은 기회라는 단순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수협의 물대포 직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사무총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았지만 면담은 기약 없이 미뤄졌으며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김상철 연구위원은 “해법이나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책임과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의지가 없어서 노량진수산시장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갈등이 시작될 당시에는) 1,2년 사이에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노량진수산시장을) 의도적으로 방임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책임 주체들의 이익 계산 속에서 구 시장 상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은해 간사는 “수협의 반복되는 폭력과 변하지 않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협과 서울시, 동작구청은 시장을 이용해 이익을 취했다. 그 과정에서 “다시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상인들의 당연한 권리는 지워졌다. 상인들은 오늘도 시장이 아닌 육교에서 하루를 보낸다. 육교 위에서 맞는 겨울은 여전히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