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옆집에서 왔는데요

대학에서 교육을 말하는 ‘교육저널’을 찾다


  학생회관 6층, 서울대저널 편집실(618호) 바로 옆엔 교육저널 동아리방(동방)이 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집 사이. ‘끼익’하고 문 열리는 소리와 문밖으로 내놓은 배달음식 그릇을 보며 서로의 존재를 가늠하곤 했다. 이웃이라는 것 말고도 ‘학생자치언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학생자치를 지속하기 어려운 시기, 고민과 푸념을 나누고 싶어 교육저널을 찾았다.

  교육저널은 지난 학기 말에 36호 교지를 펴냈다. 한 학기에 한 호씩 펴내고 있으니 18년이 된 셈이다. 교육저널을 소개해달란 말에 “중등교육이든 고등교육이든 교육에 대해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시각을 갖고 기사를 쓰는 동아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비판과 진보, 그 무거운 말 앞에서 교육저널의 구성원들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며 교지를 내고 있었다. 서울대입구역 주변 카페에서 교육저널 편집위원 현아, 진하, 초하 씨를 만났다.

#1. 똑똑똑 

안녕하세요! 각자 소개와 함께 어떻게 교육저널에 들어오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아  저는 아무래도 사범대라서 주위에 교육저널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 추천받아서 오게 됐어요.

 진하  어느 날 뭔가 생산적인 활동이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러다 교육저널을 발견했어요. 마침 같은 과 언니가 편집장으로 있었고, 교육에 관해 공부하면서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들어오게 됐습니다.

초하  저는 1학년 1학기에 들어와서 4학기째 활동 중인데요, 그때 편집장이던 선배 소개로 시작하게 됐어요. 지난 학기엔 편집장도 했었고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교육 당사자로서 불만이 많았어요. 그걸 고등학교 땐 표출할 수 없어서 마음속에 한이 남아 있었어요.(웃음) 하다 보니 너무 잘 맞는 거 같았어요. 그냥 처음엔 ‘내가 짜증 났던 것들 말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래 활동하게 됐어요. 

각자 교육저널에서 맡으신 역할이 있을까요? 이번 학기부터 편집장 없는 체제를 만들어가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현아  원래 편집장이 한 명 있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모두 편집위원인 방식이었는데, 이번 학기부터 모든 편집위원이 돌아가면서 편집장을 맡는 방식으로 운영하게 됐어요. 


흥미로워요. 그런 운영방식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요.

초하  일단 교육저널이 소규모라서 가능해요. 편집장이 있었을 때도 업무 부담이 (특정인에게) 덜 가게 하려고 노력했었어요. 관료적인 조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분위기도 유지돼왔어요. 이번 학기부터 편집장이 없는 것은 사실 지원자가 없어서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무리 없이 굴러가고 있어요. 책임이 한 명에게 집중되지 않아서 각자가 책임지게 되는 거죠.

현아  네 맞아요. 다들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아요.

초하  이번 학기부터니까 오래되진 않았어요. 오늘 동방 출입문 도어 록이 고장 났는데 시간 되는 편집위원이 와서 고쳤어요. 보통 도어 록 같은 문제는 원래 편집장이 책임지거든요. 구성원의 참여가 중요한 거 같아요. 편집장이 공석이 되면서 내규도 만들었어요. ‘어려운 점, 불편한 점 있으면 얘기하기, 구성원 개인들의 고민을 공동체 차원에서 항상 함께 고민하기’, 이런 게 내규에 있어요.

뭐랄까, 내규가 귀여워요! 보통 교육저널의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초하  신입회원이 들어오면 교육저널을 소개하면서 지난 기사들을 같이 읽어요. 본격적인 활동은 세미나부터라고 할 수 있어요. 각자 돌아가면서 총 3~4주 동안 매주 맡은 주제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하는 거예요. 그걸 바탕으로 회의를 해서 이걸 이번 호에 어떤 기사로 만들지 정해요. 지난 호는 ‘청소년의 정치참여’와 ‘코로나 19와 교육’, ‘N번방 사건과 교육’ 총 3개 뽑았어요. 그다음엔 개인별로 기사를 나눠요. 그리곤 마감을 잘 ‘안’ 지켜가면서(웃음) 글을 쓰죠. 학기 말에 기사를 내고 방학쯤에 편집캠프를 해요. 이틀 동안 동방에 모여서 모조리 편집해요. 교열도 그때 다 해요.

진하  세미나는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교육문제를 얘기하는 시간이에요. 기사 소재를 뽑고 같이 얘기하면서 각자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서 기사 쓰기에 도움이 많이 돼요. 혼자 쓰는 게 아닌 느낌이에요. 저는 세미나에서 소년법을 준비했었고 교사의 정치참여 같은 여러 세미나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제가 최종적으로 쓴 기사는 ‘정치하는 청소년을 위하여’라는 기사였어요.

▲지난 편집캠프에서의 편집위원들 ⓒ교육저널

  무엇이든 함께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편집도 편집위원분들이 함께 하시나요? 서울대저널은 편집과 디자인은 편집장과 부장의 몫이거든요.

현아  네. 모든 편집위원이 인디자인을 배워서 자기 글, 사진은 각자 편집해요. 글쓰기도, 편집도 n분의 1인거죠. n분의 1이 저희 정체성 같네요.(웃음)

초하  저희는 기사 양식도 거의 통일돼서 더 쉬운 거 같아요. 탬플릿에 맞춰서 넣기만 하면 돼요. 

#2. 대학에서 교육을 말한다는 것

  ‘교육’과 ‘저널’의 조합이 신선해요. 교육과 관련해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현아  우리 사회의 인권이나 노동과 교육이 연결되는 지점이 많아요. 커다란 문제들을 교육이란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거죠.  저는 교육저널 들어와서 교육이라는 게 맥락에 따라 다르게 쓰일 수도 있다는 걸 느꼈어요. 중등교육과 고등교육도 다르게 다가오고요. 교육을 통해 시의성 있는 주제를 통합한다는 점에서 교육저널이란 이름이 나온 거 같고 (주제와 이름이) 잘 맞는 거 같아요.

진하  고등학교 때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할 때마다 주변 선생님이나 어른들은 ‘대학공부는 다를 거다’라고 말씀하셨어요. 학생들을 교육 대상자로 여기고 울타리 안에 가두면서 ‘이것만 하면 인생이 피고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거죠. 하지만 대학에 가서 원하는 공부를 하더라도 제가 올바로 살고 있는지, 여기 교육에도 계속 의문이 남는 거죠. 모순적인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게 교육인 것 같고 그 모순을 파헤치는 곳이 교육저널이라고 생각해요.

초하  교육문제가 다른 사회문제와 모두 연결된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요즘 노동문제와 공정성 담론에 관심이 있어요. 노동시장에서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차별과 배제를 덜 받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마치 고등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은 특별반에 속하고 그만큼 노력했으면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보는 것과 같은 것 같아요.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거죠. 이런 이데올로기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교육저널은 교육문제를 좁히지 않고 넓게 바라보려고 해요.

깊은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저희 서울대저널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희는 ‘사실에 기반해서’, ‘실증할 수 있는 것들’을 쓰는 걸 늘 강조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교육저널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초하  저희의 글은 사실에 기반해서 쓰기보다 생각을 많이 해서 그 생각을 담아내는 식이에요. 한 사회현상을 분석해서 문제가 뭐고, 대안이 뭔지 토론하면서 기사를 써서 보통의 기사보단 칼럼의 느낌이 강해요.

현아  맞아요. 사실에 대한 문제점 지적에서 시작해서 자기 생각을 쓰는 느낌이에요.

교육저널이 다른 자치언론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닐 것 같아요. 교육만을 다룬다는 점도 한 몫 할 것 같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진하  저 몰래 노력한 거 있어요.(일동 놀람) 얼마 전에 교육저널 6개 정도를 가져가서 고등학생인 사촌 동생한테 뿌렸어요.(웃음) 초하  갑자기 반성하게 되네요. 저는 타파하려는 노력은 안 해서.

현아  저도요. 사실 낮은 인지도가 나름의 장점도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인지도가 낮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볼 것이란 부담이 적어요. 상대적으로 대중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 생각을 잘 풀어쓸 수 있어요.

초하  맞아요. 저희가 소규모고 구조도 위계적이지 않은 이유가 인지도가 낮아서도 있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들만 알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다 생각이 맞는 사람들이 들어오고. 그래서 조금 웃기지만 저희가 운영되는 데에는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저희 그런 말 많이 하거든요, ‘교육저널답다’라는 말.

#3. 같은 저널끼리 속닥속닥 좀 해봅시다

  요즘 같은 시기 취재가 어렵진 않으신가요. 회의도 어려울 것 같아요. (서울대저널은 그렇거든요….)

현아  맞아요. 지난 학기 내내 비대면 줌 회의로 진행했어요.

진하  비대면 회의에선 생각을 정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하기가 더 망설여지고, 회의가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초하  저희가 취재를 그리 많이 하진 않아요. 취재가 필요 없는 글도 많고요. 저도 첫 학기에만 취재하고 그 뒤론 취재하지 않고 썼어요. 서울대저널과 달리 저희는 기사 방향이 정해지면 거기에 보충할 것만 취재해서 써요. 지난 학기엔 다 서면으로 취재했던 것 같아요.

현아  저는 지난 호에 코로나19 상황에 놓인 교생 이야기를 썼어요. 제가 교생을 하고 있어서 타인의 삶이 아닌 제 경험을 르포로 쓴 거였어요. 저 자신이 취잿거리가 돼서 취재가 어렵지 않았고 당사자성을 살려서 썼던 것 같아요.

  서울대저널과 취재 방식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좀 다른 이야기인데, 사람도 없는 학교에서 기사 써서 뭐하나 하는 회의가 들진 않으시나요?

초하  코로나19 전엔 그래도 교지를 가져가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이젠 비치된 것들도 잘 줄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교지를 냈는데 이전 교지들이 그대로 쌓여 있으니까 조금 속상한….

현아  맞아요. 그래서 요즘엔 확실히 온라인을 통해 많이 접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4. 그럼에도 매번 글을 쓰는 이유

  활동하시면서 뿌듯함을 느끼셨던 때가 많을 것 같아요.

진하  사실 중간에 그만둘 뻔했어요.(웃음) 세미나 준비하고 기사 쓰는 게 힘들기도 했고 저만 아직 기사를 못 쓰고 있는 건가 싶어서 고민하다 그만둘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번 학기도 다시 할 수 있던 건 글이 완성되고 책으로 받을 때의 희열 때문이었어요. 그때의 느낌은 잊을 수가 없어요. 힘들게 고민했던 기억들도 아름다워져요. 교사의 정치권이나 청소년의 정치참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의견을 듣고 글로 표현하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세미나에서 배운 건 이상하게도 머리에 오래 남아요. 수업에서 배운 건 사실 수업이 끝나면 쉽게 잊히잖아요.

현아  저도 지난 학기가 교육저널이 처음이었고 이런 경험도 처음이어서 쉽지 않았어요. 초안이라도 빨리 써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고. 그런데 부족한 것이라도 교육저널에 들고 가면 따뜻한 분위기에서 부둥부둥해주고 잘했다고 해주는 분위기라서 좋았어요. 어떤 실수나 부족한 점이 용납되는 공동체가 많지 않은데 교육저널은 부족한 점까지 너그럽게 봐주고 더 나아갈 곳으로 양질의 피드백을 해주는 곳이에요. 이 사람들을 오래 보고 싶단 생각을 해요.

초하  저는 원래 한 학기만 하고 나가려고 했어요. ‘나만 똥멍충이고, 도움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첫 편집캠프가 끝나고 교지가 나왔을 때,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이 읽어주는 것도 좋은데 제가 성장하는 게 느껴져서 더 좋았어요. 4학기째 활동하는 제 모습과 이전의 모습은 크게 달라요.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성장했다기보다 동아리랑 같이 성장한 것 같아요.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토론하고 그걸 공유할 공동체가 있다는 게 뿌듯하고 좋아요. 같이 애정을 쏟는 사람들도 너무 좋고요.

▲지난 편집캠프에서의 편집위원들 ⓒ교육저널

  저까지 따뜻해지네요. 교육저널이 계속 학교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가 듣고 싶어요.

초하  이런 글을 쓰는 언론은 없기 때문에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교육을 사회문제 전반으로 연결 짓는 글이요. 저희 생각에 공감하고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현아  교육이라는 게 사회의 모든 부분과 연결돼 있고 교육이 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잖아요. 교육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교육의 입장에서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는 게 교육저널만의 차별점이고, 그래서 대체 불가능한 거 같아요. 

진하  개인적으론 이런 공동체는 처음이었어요. 이렇게까지 제 생각을 자유롭게 터놓을 수 있고, 교육의 시선으로 사회를 보고, 심도 있는 자치기구기도 한 공동체요. 제가 너무 좋아하고, 그래서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더 남기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초하  뭔가 홍보를 하고 끝내고 싶어요. 사회문제나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픈 분들도 환영이고, 사실 이런 공동체는 많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공동체를 떠나기 너무 힘들 거 같아요. 서로를 북돋아주는 곳에서 함께 성장하고 싶으신 분들 대환영이에요.

현아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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