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체’에 참 많은 빚을 진 것 같습니다. 지난 봄 서울대저널에 들어와 수습교육을 마치고 이번 학기부터 활동을 시작하면서 욕심도 많았고, 부담도 컸습니다. 소재 선정부터 걱정이 많았어요. 눈에 잘 띄면서도 시의성 있고, 쉽게 읽히는 좋은 기사 한 편을 써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습니다. 목표를 세운 것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첫 기획회의가 다가오니 막막했습니다.
무엇을 쓸지 한참을 고민하고 걱정하던 중에 발견한 것이 바로 ‘길벗체’였습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한채윤 이사님의 페이스북에서 처음 봤는데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알록달록하고 눈에 잘 띄는 데다가, 신촌역 광고 훼손 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던 때라 시의성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행히(?) 언론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도 해서 꼭 한 번 서울대저널에서 소개해보고 싶었습니다.
길벗체로 기사를 써봐야겠다는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사실 자신은 없었습니다. 9월호를 준비하는 동안 개인적으로 많이 바쁘기도 했고, 정식 기사는 처음이라 혹시라도 괜히 제가 어설프게 길벗체를 소개했다가 길벗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그리고 서울대저널의 다른 분들에게 누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9월호에 다른 기사를 먼저 써보고, 다음 호에서 길벗체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첫 기획회의에 갔는데 오히려 동료 기자 분들이 길벗체 얘기를 먼저 꺼내주셨습니다. 길벗체의 배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시의성 있게 9월호에서 써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들을 주셨어요. 내심 바라던 일이었는데 잘됐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고맙게도 길벗체의 개발을 맡고 계시는 숲 디자이너님, 제람 디자이너님, 길벗체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한채윤 이사님 그리고 비온뒤무지개재단 모두 흔쾌히 취재에 응해주셔서 첫 기사 한 편을 완성해낼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길벗체 덕분에 그 짧은 기간 동안 참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정식 기사를 완성하고, 길벗체로 표지도 장식하고, 너무나 멋진 분들도 만나 뵙고, 지금 이렇게 기자수첩까지 쓰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초짜 기자는 길벗체에 큰 빚을 진 것 같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제 기사로 조금이라도 그 빚을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기사가 길벗체가 널리 퍼지는 데, 길벗체가 혐오와 차별을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데, 그리고 세상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이는 데 자그마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나름 그 빚을 갚아나가는 셈이 되지 않을까요.
당당해지고 싶어도 당당해질 수 없었던 이들.
목소리를 내도 찢기고 훼손되기 일쑤였던 이들.
웃음 뒤에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어야 했던 이들.
길벗체가, 그리고 이 기사가 이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