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떠난 자리엔 공사장 가림막으로 둘러진 공터만이 남아있었다. 4월 26일부로 점유가 종료된 경의선공유지의 이야기다. 현 주소 기준, 마포구 백범로28길 17에 해당하는 공간은 한동안 빈 땅으로 남아있었다. 지상에 놓인 경의선 철길의 일부 구간이 지하로 개발되며 생긴 이 공터를 활용하기 위해 서울시와 ‘이랜드’가 손을 잡았다. 사업추진협약 이후 사업 에는 진척이 없었다. 결국 공터는 우범지대가 됐다. 이 공터를 활용하기 위해 시민들이 시민 장터 ‘늘장’을 운영한 것이 경의선공유지의 시작이다. 경의선공유지는 토지 소유권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토지 공개념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경의선공유지의 점유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시민행동)에 소송을 걸며 종료됐다. 한국철도시설 공단은 36억 원 상당의 소송가액을 내세웠다. 시민행동의 표현을 빌리면 ‘그냥 내보낸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배상도 요구 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시민행동은 점유를 종료하며 낸 입장문을 통해 ‘활동가 외에 이미 철거되어 쫓겨난 아현포차 이모들, 성동구에서 강제철거로 쫓겨온 청년’ 등이 소송 대상으로 지목됐다며 비판했다. 이미 비슷한 행정집행의 대상이 된 이들을 또다시 소송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행동은 소송에 맞설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점유를 종료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의도하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에 따라 새로운 ‘노예상태’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시민행동의 설명이다. 이들은 자진퇴거를 진행하며 공간을 정비하고 나가기도 했다. ‘펜스가 쳐진 채 방치되기보다는 시민들의 열린 광장으로서 남겨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점유 종료 후 시민행동은 정부의 소송에 직면했다. 소송이 진행될 경우 판결로 부과된 배상액이 얼마든 현실적으로 납부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시민행동은 소송취하를 목표로 대응 중이다. 5월 25일, 시민행동은 ▲경의선공유지 사람들의 이주 비용 ▲소송을 위한 변호사 비용 ▲경의선공유지 정비 비용으로 1,500만원의 대출을 진행했다고 밝히며 후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시민행동이 낸 점유종료 입장문의 마지막 문구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우리는 늘장이라 불리던 시기부터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떤 도움도 없이 전기와 수도, 화장실과 광장을 유지해왔다. 이것이 하나의 가능성이었다면, 그 가능성이 공공기관의 소송이라는 것을 통해서 붕괴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경의 선공유지에서 나감으로써 어디에나 있게 되었고,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함께 해준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26번째자치구 운동 주민들에게 요청한다. “우리, 다시 세상을 커머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