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둠을 비추다, 범죄학회

  ‘학문의 전당’은 대학교를 표현하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만큼 대학교의 정체성을 정확히 설명하는 어구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학부생 수준에서 스스로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정리해 논문 수준까지 발전시키는 경험은 흔치 않다. 강의 내용을 따라가고 주어진 과제를 하며 현실적인 취업 준비까지 하는 과정에서 자율적인 연구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 학기 동안 스스로 선택한 주제를 연구해 논문을 써낸다’ 라든가 ‘논문을 모아 학회지를 제작한다’라는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대학교 범죄학회’의 이야기다.

  범죄학이라는 개념부터 생소하다. 범죄학회 유제상(경제 16) 학회장은 범죄학의 연구 분야에 대해 “초기의 범죄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원인 규명과 적절한 처벌 등을 연구했다”며 “최근에는 범죄 이후의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나 AI의 범죄에 대한 처리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고 밝혔다. 연구분야가 다양한만큼 법의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이 사용된다. 범죄학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범죄학회의 한 기수는 한 학기의 일정을 소화한 뒤 수료하는 것으로 종료되며 현재는 16기가 활동 중이다. 유제상 학회장은 “밀도있는 연구에 대한 갈증으로 19년도부터 한 학기 동안 팀별로 연구 논문을 1편씩 완성하는 것으로 커리큘럼을 변경했다”며 구체적인 일정을 소개했다. 연구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범죄학회는 총 10회의 세미나를 진행한다. 매주 진행되는 세미나는 4회의 스터디 세미나, 2회의 프로포절 세미나, 4번의 논문발제 세미나로 구성됐다. 각각 배경지식 공부, 연구주제 설정 및검토, 논문 발표 및 검토 등을 거쳐 하나의 논문이 완성된다.

  친목도 빠질 수 없다. 다른 동아리나 학회와 마찬가지로 엠티와 뒤풀이를 가는 것은 물론이고 팀별 대항전도 존재한다. 유제상 학회장은 “팀별 대항전은 팀모임을 갖는 등 팀별 활동을 진행할 때마다 점수를 매겨 엠티에서 시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학회장은 “범죄학회는 범죄학의 특성상 사회대 전공부터 생명과학부, 의학과까지 다양한 전공의 학생으로 구성됐다”며 “학술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친목을 쌓을 수 있다”고 범죄학회의 장점을 설명했다.

  범죄학회가 발행하는 학회지는 사회대 라운지와 중앙도서관 잡지고 등에 비치된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활동 내역을 공개하기도 한다. 유제상 학회장은 “범죄학에 사전 지식이 없어도 (활동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음 기수 모집에 주저없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범죄학회는 매 학기 개강 무렵 새 기수를 모집한다. 범죄학에 관심이 있거나 재미와 함께 학술적 경험도 쌓고 싶다면 다음 모집에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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