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 십자가를 지고 있나

‘명성교회 수습안’을 수습해야 할 때
▲명성교회 본관

  9월 26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예장통합) 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이 가결됐다. 명성교회는 2015년 김삼환 목사가 은퇴 이후 그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자리를 물려주려 시도하며 세습 논란에 휘말렸다. 한때 등록 교인이 자체추산 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예장통합 내에서도 비중 있는 교회기 때문에 명성교회 문제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논란이 시작된 지 2년 여가 지난 지금,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어느 정도 명성교회 측의 승리로 종결된 것처럼 보인다. 세습 논란이 진행된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살펴봤다. 

명성교회 세습의 전개 과정 

  예장통합 교단이 속한 장로교의 정치조직인 치리회는 그 규모에 따라 당회, 노회, 총회로 구분한다. 당회는 해당 교회의 목사, 부목사, 장로 2인 이상으로 구성되고 목사가 당회장을 맡는다. 서울동남, 강원 등 지역별로 여러 개의 당회를 모아 하나의 노회를 만들고, 각 노회에서 최상위 조직이자 전국단위 조직인 총회에 총회대표(총대)를 파견한다. 교회재판은 공동의회, 노회, 총회의 재판국이 3심제로 진행한다. 차기 목사 선정 등 개별 교회의 사안 역시 상위 기관인 노회와 총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명성교회 본관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가시화된 것은 2017년 말이지만 세습의 기미는 그 이전부터 감지됐다. 교회가 목사를 새로 임명하는 것을 청빙이라 한다. 2015년 12월로 예정된 김삼환 목사의 은퇴 이후를 위해 2015년 9월 교회 내부에서 청빙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청빙위원회는 2017년까지 후임 목사를 정하지 않았다. 2017년 3월 19일 명성교회는 교회 내부의 교인 투표인 공동의회를 열어 차기 목사를 김하나 목사로 세울 것을 결정했다. 당시 공동의회에선 교인 8,104명 중 찬성 6,003명, 반대 1,964명, 기권 137명으로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을 결의했다. 

  이후 명성교회는 상급 단위 승인을 위해 서울동남노회 헌의위원회에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제출했다. 헌의위원회는 노회에 접수된 서류를 심의·처리한 후 분류해 본회인 노회에 상정할지 결정한다. 하지만 해당 안건은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교단 헌법 28조 6항(세습금지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당시 헌의위원장이었던 김수원 목사는 이를 근거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반려했다. 그러자 명성교회 교인이 서울 동남노회 73회 정기노회 하루 전 김수원 목사를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노회재판국에 고소했다. 하지만 업무상의 행위는 책벌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예장헌법 제54조 3) 해당 고소는 성립되지 않으며, 만일 그 필요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에 고소가 성사될 수 없었다.

  정기노회 전날 이뤄진 갑작스러운 고소는 김수원 목사를 겨냥한 것이었다. 원칙에 따라 김수원 목사는 당시 헌의위원장과 부노회장을 겸하고 있었다. 노회 규칙에 따라 부노회장은 1년의 임기 후에 노회장으로 자동 승계된다. 하지만 73회 정기노회에서 명성교회를 비롯한 세습옹호 노회원들은 김수원 목사가 고소당한 상태이므로 노회장 승계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며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여부를 투표에 부쳤다. 이후 그들은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를 부결시키고 같은 자리에서 최관섭 목사를 새로운 노회장으로 세워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맞서 김수원 목사는 총회재판국에 최관섭 목사 노회장선거 무효소송과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총회재판국은 73회 서울동남노회에서 진행된 최관섭 목사 노회장선거가 부노회장의 노회장 자동 승계원칙을 어기고 임의로 진행된 것으로 판단해 무효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같은 날, 총회재판국은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에 대해서는 교회와 교인의 기본권 행사를 이유로 들어 15표 중 찬성 8표로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예장통합 총회에선 이전 총회 이후 시점으로부터 1년간 총회재판국이 판결한 사안들에 대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관례적으로 모든 판결을 승인하는 것과 달리 2018년 9월 열린 103회 총회에서 총대들은 재판국의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적법판결에 반대해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재심에 부치기로 했다. 이후 해당 재심을 다룬 총회재판국은 2019년 8월 5일 원심의 청빙적법판결을 파기하고 청빙무효판결을 내렸다. 

  한편 김수원 목사는 2018년 10월 30일 서울동남노회 75회 정기노회에서 노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노회원들의 반대에 부딪혔으며, 서울동남노회는 노회분립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이에 예장통합 총회임원회는 서울동남노회 수습전권위원회(수습전권위)를 파견했으며, 노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2019년 3월 12일 서울동남노회의 노회직무를 정지하고 수습전권위에 노회의 전권을 위임했다. 하지만 명성교회 세습 반대 측에선 이 또한 김삼환 목사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한다. 명성교회에 반대하는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직을 맡자 이를 저지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명성교회를 둘러싼 논쟁의 결론이 나지 않고 지속되는 상황에 총회 재판국의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무효판결을 104회 총회에서 수용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됐다.

104회 총회, 무엇을 수습했나

  104회 총회에선 명성교회 세습문제와 관련해서 수습전권위 보고가 예정돼 있었다. 채영남 수습위원장은 수습전권위 보고를 하던 중 갑자기 김삼환 원로목사를 발언대로 세웠다. 이후 발언대에 오른 김삼환 원로목사는 “교단을 나가면 갈 곳이 없다”, “총회를 잘 섬길 수 있도록 긍휼을 베풀어 달라”며 호소했다고 알려졌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의 찬성 측 당사자 발언이었지만 반대 측 발언은 없었다. 김삼환 원로목사의 발언 이후 채영남 수습위원장은 총회장이 7명의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을 추천해 104회 총회 폐회 전까지 수습방안의 내용을 정하여 발표하는 ‘명성교회 수습안’을 제시했으며, 이때 수습방안은 토론 없이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교단지를 제외한 언론에 비공개로 실시된 ‘수습안 통과’를 위한 표결은 총대 1,142명 중 1,01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틀 후인 총회 마지막 날 7인의 수습위원은 ‘명성교회 수습안’의 내용을 발표했으며, 1,204명 중 920명의 찬성으로 향후 명성교회의 처분에 대한 방향을 담은 수습안을 통과시켰다. 

▲104회 총회에서 발언 중인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교회개혁실천연대

  결정된 수습안의 내용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은 3번 조항으로, 수습안이 잠정적으로 세습을 인정한다고 해석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번 조항에선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을 2021년 1월 1일 이후로 가능하게 했는데, 김하나 목사를 청빙할 경우를 가정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는 8월 결정된 총회재판국의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결의 무효 판결을 받아들이라는 수습안 자체의 내용(1항)과도 모순되며 세습금지법으로 통용되는 예장통합 헌법 28조 6항에도 위배된다. 

  수습안이 지닌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7번 조항에는 수습안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 이는 예장통합 최고법인 헌법 위에 또는 동등하게 존재해 법체계에 혼란을 일으킨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명정위) 조병길 위원은 “세습에 찬성하는 쪽마저도 수습안 자체나 그 절차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편”이라며 “제대로 처리하려면 헌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만들었어야 했다”며 헌법 자체의 무력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명성교회는 104회 총회에서 결정된 수습안마저도 지키지 않으려 했다. 명성교회는 지난 10월 9일 당회를 열어 김하나 목사를 설교목사로 세우고자 결의했다. 이런 명성교회의 행보에 수습전권위가 “수습안은 징계의 의미를 담고 있으니 김하나 목사는 최소 15개월 이상 명성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밝히자 명성교회는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

교회세습이 문제되는 이유는

  단순히 자식에게 목회직을 물려주는 것을 모두 세습이라고 볼 수 있을까.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 교회뿐만 아니라 중·소형 교회에서도 교회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조병길 위원은 “크게 보면 물려준다는 의미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시골 교회나 미자립 교회 등 어렵거나 힘든 곳으로 가는 것을 세습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차이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교회세습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이헌주 사무국장과 조병길 위원은 “결국 돈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명성교회와 같이 규모가 큰 교회에선 예산 유용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습이 위험하다는 의미다. 비법인사단인 교회의 재산은 교인들의 총유로, 이는 교회 재산은 각 개인의 지분권이 없는 공동 소유의 형태라는 의미다. 따라서 당회는 교인들이 공유한 재산의 관리만을 담당하는데, 이때 교회 예산은 각 교회의 정관에 따라 사용된다. 하지만 명성교회 정관에선 ‘예산의 집행은 적절한 통제 가운데 집행돼야 한다’ 정도의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인 사용 항목이 정해져 있지 않다. 

▲104회 총회에 참여한 총대들 ⓒ교회개혁실천연대

  모호한 정관과 더불어 형식상의 재정보고는 불투명한 예산 운용의 원인이 된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종교단체는 일반 법인과 달리 ▲공익법인 회계기준, ▲복식부기 장부 작성, ▲결산서류 공시, ▲외부회계감사 등의 공익법인 의무규정을 면제받고 있다. 원칙상으로 모든 교회가 일 년에 한 번 정기 공동의회에서 재정보고를 하게 되어 있지만 보고가 이뤄지는 방식은 교회마다 다르다. 조병길 위원은 “재정관리를 투명하게 하는 교회들도 있지만, 명성교회는 그렇지 않다”며 재정보고 당시 관련 유인물도 나눠주지 않았으며, 질의응답도 불가능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회계감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세습은 목사가 교인 총유 재산인 교회를 사유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교회의 재정 관리 절차가 허술한 것을 이용해 목사가 자신의 뜻대로 부와 권력을 되물림할 수 있다. 실제로 명성교회는 80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둘러싸고 소송까지 이어진 적 있다. 이헌주 사무국장은 개혁연대에서 세습을 반대하는 한 가지 이유를 “세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투명한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고 교회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의 일부”라 말했다.

  일반적으로 교회의 위임목사 청빙은 교회 내부에서 청빙위원회를 조직해 후보를 결정한 후 공동의회가 이에 찬성하면 성사된다. 하지만 명성교회의 경우 김하나 목사는 김삼환 원로 목사의 아들이기 때문에 예장통합 헌법 28조 6항에 따라 애초에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원로목사가 은퇴‘하는’ 목사가 아닌 2015년 12월 이미 은퇴‘한’ 목사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는 원로목사의 은퇴 후에 임시직 목사를 세워 눈가림한 후 다시 자식에게 목사직을 넘겨주는 ‘징검다리 세습’에 불과하다. 이헌주 사무국장은 교회들이 “선대 목사의 과오를 덮기 위해 세습이란 장치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줌으로써 재정 문제, 인사 문제 등 선대 목사가 갖고 있던 문제들이 은폐된다는 것이다.

타개책은 있을까

  104회 총회는 종결됐고, 명성교회 수습안은 시행 중에 있다. 이헌주 사무국장은 104회 총회가 ‘잠정적 세습 허용’이란 평가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며 “내년 105회 총회에서는 ‘목사 은퇴 5년 후 세습 가능 청원’이 통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4회 총회에선 2021년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개신교 총 300여 개의 교단 중 세습금지법이 있는 교단이 통합 측을 포함해 세 교단뿐인데, 법이 없는 교단에서는 실효성 있게 압박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통합 측도 법 개정이 된다면 세습 금지를 강제하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세습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헌주 사무국장은 “현재 명성교회 관련해서 십만인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 덧붙였다. 조병길 위원은 “교단 내부에서는 104회 총회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주류를 차지한다”며 “세습 반대를 지지했던 103회 총회의 가능성을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조 의원은 앞으로의 활동방향에 대해서는 명정위가 명성교회 교인으로 이루어진 만큼 “사회법 소송 등 교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것”이라 전했다. 이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교회의 예산 운용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헌주 사무국장은 “교회 안에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비책이 없다”며 교회 재산이 각 교회의 정관에 따라 사용될 뿐인 현실을 지적했다. 

  104회 총회로 명성교회 세습문제는 명성교회 측의 잠정적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대로 끝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교회 운영 체계에 계선돼야 할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2017년 김하나 위임목사 세습식에서 “십자가를 물려주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진 십자가가 고통의 십자가인지 부와 명예의 십자가인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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