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언론, 통제와 자유의 대립속에서

2002년 11월. 중국 광동성에서 괴질로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 SARS, 사스) 라고 명명된 이 병은 급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2003년 4월 중국보건당국은 그동안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5개월 동안 중국은 왜 사스의 존재를 은폐하고 축소시켰던 것일까? 실제로 이번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한 기자는 다른 나라처럼 경쟁적으로 여과 없이 보도를 했다면 국민은 공황 상태에 빠지고 사스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정부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하나 더 흥미로운 사실은 설문조사 결과 사스 등과 같이 대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큰 국가적 사안에 관해, 정부의 힘으로 축소 보도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대답한 학생이 45%나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에 주목해 중국 대학생 총 223명을 대상으로 중국 언론이 어떤 이미지와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그 특징과 실태를 알아보기로 했다. 설문조사는 북경대 50명, 북사대 50명, 인민대 48명, 연합대 25명, 중의대 50명 총223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중국 언론의 역사적 배경 청말 시기부터 대륙에 불어 온 근대화의 바람은 중화민국시대의 도래와 국공내전, 공산당 정권 수립에 이르는 일련의 혼란스런 과도기를 가져온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언론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할 커다란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이 당시 중국의 언론은 초기 문학혁명운동에서부터 좌우 이념대립과 갈등의 매개체가 되고, 항일투쟁의 선도적 역할을 하며, 민족해방투쟁에서는 선전과 민중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정치, 경제, 사상 모두를 아우르는 소통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방향점을 제시하는 중추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오늘날 중국 언론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과 함께 정부통제적인 사회주의 언론으로 변모했다. 중국 공산당은 언론매체를 주도적인 혁명의 도구로 삼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력 매체들은 당에 소속된 하나의 선동 조직이자, 여론기관으로서의 임무를 띠게 된다. “중국 언론은 공산당의 나팔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중국의 도구적 언론관은 지금도 통용되고 있으나 개혁개방 이후, 언론계에도 시장경제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중국의 언론은 일대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국 언론에 불어오는 변화의 물결 민영화의 바람은 중국의 언론에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신문 보도의 통제 수위가 완화됐음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중요한 회의가 있을 때 이전에는 공개 문건만 간단히 보도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현재는 회의를 일부 중계하는 정도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신문 지면에서 사회면을 다루는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 기자들이 사회문제는 취재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각종 사건 사고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매체간의 경쟁을 통해서도 중국 언론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과거 주요 뉴스의 보도 방식은 중앙 기관지가 독점한 이후 기타 신문들이 되받아 보도하는 이원체제였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틀이 무너졌다. 신문도 독자경영체제가 강조되면서 경쟁개념이 도입됐고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신문의 수익과 관련해 신문내용도 대대적으로 변화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중국의 언론도 점차적으로 자본주의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와 직결되는 취재는 여전히 통제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06년 입법 예고된 ‘돌발사건 대응법안’을 들 수 있다. 이 법안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고나 사안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보도 전에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어기면 해당 기자에게 5만~10만 위안(약 120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비판이 쏟아지자 중국 국무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이 언론의 정부 비판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누가 봐도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내세운 조항이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중국 대학생들은 정부의 언론통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 듯 했다. 먼저 언론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선 78%가 언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언론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정부의 언론통제와 기업의 허위과대광고, 선정적인 보도가 46%, 41%, 11%순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전, 「인사이더」는 정부의 언론 통제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압도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실제 중국인들은 정부의 통제와 시장경제로 인한 문제점 둘을 비슷한 비중으로 느끼고 있었다. 언론 최대의 적, 검열 정부의 억압은 중국 언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검열은 신문뿐 아니라 방송, 인터넷, 영화, 심지어 핸드폰 문자 메시지까지에도 해당된다. 검열 내용은 대충 이렇다. 첫째, 중국 언론은 천재지변 등 긴급 보도를 당국 허가 없이 보도할 수 없다. 둘째, 국가의 통일(대만 문제)이나 주권, 영토 보전을 침범하는 보도는 할 수 없다. 소위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보도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범위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BBC」, 「TIMES」같은 사이트는 종종 봉쇄되고 파룬궁 등 특정 단어는 아예 검색조차 불가능하다. 이런 검열의 중심에는 중국 관영 언론인 「신화사」가 있다. 모든 검열과 기사내용 제공은 「신화사」에서 이루어진다. 세계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2005년 전 세계 기자 감금 순위를 공개, 중국이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검열은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들에게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실제로 ‘기자의 날’(11월 8일)을 맞아, 베이징완빠오가 인터넷상에서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 현역 기자들의 약 80%가 “전업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인사이더」는 현장에 뛰고 있는 현직 기자와 청화대 신방과에 재학중인 중국학생의 인터뷰를 통해 좀더 구체적인 상황과 그들의 견해를 들어 봤다. 실제 검열의 영향력에 대해 현직 기자는 중국도 법률상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신을 포함한 기자들은 정부가 원하지 않는 글은 일체 쓰지 않는다고 했다. 쓰더라도 보도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소재를 토대로 취재를 하기 때문에 검열은 언론의 뿌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신방과 학생 또한 “기사를 쓰더라도 단계별로 검열을 거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문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자와 학생 둘 다 기사는 진실이나 소재 자체에서부터 검열을 당하기 때문에 완벽한 진실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소재를 다룬 다른 보도는 찾아보기도 힘들어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사실은 다를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같은 사실을 다르게 보도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설문조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를 경험한 학생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답변 중에는 백두산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다른 보도 때문에 혼란스러웠다는 대답도 있었고 파룬궁에 관한 홍콩과 대륙의 보도가 다르다며 의문을 표하는 학생도 있었다. 생각보다 적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을 경험한 것은 중국의 성공적인 언론 통제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중국은 많은 기사를 자체적으로 취사선택 하여 보도하고 있다. 정부는 소재를 제공할 뿐 아니라 내용의 방향까지 간섭한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오히려 같은 기사를 다르게 보도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중국 언론의 전망 올 초 중국에서는 「빙점」이라는 주간지가 일시 정간되는 소동이 있었다. 중산대학의 한 교수가 중국의 역사 교과서 기술이 중화문명을 일방적으로 예찬하는 애국주의라며 이념의 편향을 지적했던 논문이 공산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결국 「빙점」은 복간을 했으나 편집장 등 2명이 면직처분 당하고, 문제의 논문에 대한 반박문을 실으라는 공산당의 지시를 받게 된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빙점」의 정간과 관련해 13명의 중국 언론계 원로인사들이 중국의 번영을 위해 모든 정보와 의견이 자유롭게 소통돼야 한다며 언론검열 관행 철폐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한 것이다. 이 논란은 단순히 한 잡지의 정간에 관련된 문제를 넘어 중국 언론의 미래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주의’가 가지고 있는 언론의 통제성과 ‘자본주의’가 불러온 언론자유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언론이 일대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중국 대륙에서 기존 언론체제가 급작스런 변화를 하진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헌법에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면서도 언론 자유에 있어서 중국 특유의 점진적이고 느린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급작스런 언론개방은 중국 전체에 예기치 못한 혼란을 가져 올 수 있으므로, 당은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부터 허락할 것이다. 중국의 언론은 다른 나라와 태생적 차이가 존재하므로 무조건 자유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언론자유의 바람을 이전과 같은 형태로 덮어 두기만 하려 한다면 언젠가 봇물이 터지듯 더 큰 문제들을 불러 올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더 이상 피한다고 해서 없어질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한 교수가 쓴 아래의 글은 언론의 자유가 중국에 가져다 줄 희망적인 상황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보도금지가 철폐될 경우 언론 매체로 하여금 움츠렸던 날개를 쭉 펴 여론 감시의 기능을 자유롭게 수행하도록 할 것이다. 한 부의 신문이 1천여 법정보다 사회 정의를 더 훌륭히 보장할 수 있고, 한 장의 자유로운 「인민일보」는 당 중앙기율위원회 1천개의 부패 감시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며, 하나의 자유로운「중앙텔레비전」은 국가회계심사국 1만개보다 썩고 흉악한 세력을 감시하는 데 효과가 더 뛰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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